청계천을 따라 예술로 걷는 길
서울거리예술축제 2025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는 10월, 서울 도심이 거대한 예술 무대로 변신한다. 민족 대명절 추석과 함께 열리는 서울거리예술축제 2025는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시민과 만난다. 올해 축제는 청계광장에서 청계9가, 그리고 서울광장까지 이어지는 일상 공간을 무대로 삼아 도심을 새로운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킨다.
하이서울페스티벌로 시작해 23년 역사를 이어온 서울의 대표 예술 축제인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올해 청계천 복원 20주년과 2024~2025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라는 특별한 계기를 통해 더욱 의미 깊게 펼쳐진다. 또한, 올해 새롭게 출범한 서울의 가을 공연예술 시즌 브랜드 ‘서울어텀페스타’의 대표 축제로, 거리예술·무용·전통연희·서커스·야외 전시 등 국내외 30여 편 작품이 도심을 가득 메우며 시민을 예술의 세계로 초대한다.
코드세시 <특별_나만의 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축제, ‘서울다움’을 묻다
올해 축제는 청계천이 예술로 만개하는 상상에서 출발해 ‘서울다움’이라는 질문을 시민과 함께 나눈다. 서울광장을 넘어 청계천을 따라 장소를 확장해 도심 전체가 거대한 산책형 무대로 탈바꿈한다.
‘서울다움’을 주제로 진행된 국내 공모(기획형·자유형)에는 코드세시·극단 분홍양말·광대생각 등 10팀이 선정됐고, 해외 공모를 통해 스페인·영국·프랑스 등 8개국에서 10팀이 한국을 찾는다. 서커스·광대극·애크러배틱·전통연희·퍼레이드·야외 전시 등 다양한 장르가 추석 연휴 3일 동안 펼쳐진다.
도심 곳곳에서 만나는 작품은 관객 각자에게 ‘서울다움’을 질문하며, 도시를 예술로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예술의 사회적 의미와 도시 공간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청계천 물길 따라 아트레킹
이번 축제에서는 이루다 블랙토 대표이자 무용가 이루다가 주제연출을 맡아, 청계광장부터 청계 9가까지 5.2킬로미터 구간을 따라 걸으며 공연을 즐기는 ‘아트레킹Artrekking’을 새롭게 선보인다.
아트레킹은 예술Art과 걷기Trekking을 결합한 올해 축제의 신규 프로그램으로,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공연과 전시를 만나는 새로운 방식의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간의 풍경이 달라지고, 다리마다 무대가 열리며, 도심 속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여정을 선사한다. 아트레킹은 정해진 시간에 함께 걷는 ‘동행 트레킹’과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즐기는 ‘나만의 트레킹’,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행 트레킹에서는 해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나만의 트레킹은 나만의 속도로 예술과 마주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한다. 코스는 청계광장에서 청계9가까지 이어지는 야외무대를 ‘시간·공간·공동체’라는 세 축으로 설정하고,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예술적 서사를 담아 3개 구간으로 나눴다.
1구간(청계광장~세운교, 약 1.6킬로미터)
‘지금 서울 길’을 주제로 국내와 해외의 거리예술 작품 20여 편을 선보이며, 현재 서울의 모습과 국제적 시각을 함께 담는다.
2구간(배오개다리~영도교, 약 2.2킬로미터)
‘그때 서울 길’을 주제로 청계천의 공간성과 역사성을 되살린다. 무용가 이루다와 소리꾼 채수정이 함께 만드는 연출한 무용과 판소리 공연이 오간수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3구간(황학교~두물다리, 약 1.4킬로미터)
‘우리 서울 길’을 주제로 공동체성을 담는다. 피아노서울과 연계한 피아노 공연, 관객 참여 프로그램, 야외 전시가 마련된다.
완주 지점인 용두동 소재 서울문화재단 본관에서는 추석 음식을 나누는 ‘예술주막’이 시민을 기다린다. 아트레킹은 단순한 예술 감상을 넘어 건강과 공동체의 활력을 담아내며, 건강한 도시 서울의 ‘서울다움’을 구현한다. ‘청계, 만개’라는 주제 아래 흐르는 물길 위에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꽃처럼 피어나고, 시민은 그 길 위에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루다 블랙토 <디스토피아> ⓒ옥상훈
주목할 무대의 면면
축제 첫날인 10월 6일 오전, 청계광장에서 이루다 연출의 공연이 축제의 서막을 연다. 이어 코드세시의 <특별_도시에 떨어진 별들>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별을 찾아내 모빌로 띄워 올리며, 공중서커스와 함께 추석 하늘을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청계천을 따라 퍼포머와 함께 이동하며 감상하는 참여형 작품도 이번 축제만의 매력이다.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는 ‘노동’ 속에 감춰진 인간의 모습을 신호수 이야기에 빗대 풀어낸 블랙코미디다. 대사와 애크러배틱을 오가며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노동의 불안과 압박감을 생생히 드러낸다. 리타이틀의 <¿Adonde? 어디로?>는 관객이 퍼포머와 함께 여정을 걷는 작품으로, 매 순간 다른 선택지를 통해 각기 다른 길과 장면을 경험하게 한다. 관객이 남긴 발자취가 도심 안에서의 서사를 완성하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묻게 한다.
청계천 곳곳에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형 퍼포먼스도 시민을 기다린다. 프랑스 거리극단 트랑스 익스프레스Transe Express가 선보이는 <거대한 인형들Poupees geantes>은 거대한 인형과 거리악단, 라이브 보컬이 결합된 장대한 퍼레이드다. 서울의 거리를 오페라 무대로 바꾸며, 관객과 배우·인형이 하나돼 압도적 시청각 향연을 펼친다. 또 호주의 플레이어블 스트리츠Playable Streets가 선보이는 <노래하는 화분The Musical Plant>은 시민이 다가가면 반응하는 설치 작품으로, 예술과 자연의 경계를 허문다. 청계천을 따라 걷는 순간순간이 새로운 예술적 풍경이 된다.
서울광장은 이번 축제의 저녁 무대를 책임진다. 현대무용·미디어아트·사물놀이·태권도가 어우러진 이루다 블랙토의 <서울의 울림 그리고 어울림>은 이번 서울거리예술축제 2025의 주제 공연으로 서울이 걸어온 시간과 그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관객의 어울림을 담아낸다. 이스트허그(64ksana)의 <군문열림: The Rite of Now>는 한국 무속의 구조를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해 현대적 의식으로 재탄생시킨다. 또한 박인선과 장군님들의 <박인선이 나타났다>는 강령탈춤과 록 사운드를 결합해 웃음과 흥을 이끄는 무대다. 서울광장의 밤은 즉흥과 에너지로 가득하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진 그곳에서 관객은 곧 주인공이 될 것이다.
또한 2024~2025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캐나다 퀘벡의 아티스트들이 ‘스포트라이트 온 퀘벡Spotlight on Quebec Street Arts’ 프로그램으로 서울거리예술축제에 참여한다. 스케이트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엘리트 드 라 글리스L’Elite de la Glisse의 <글라이딩 엘리트L’Elite de la Glisse>, 거대한 나무 형상의 인형이 도심을 걸어 다니는 이폴리트Hippolyte의 <담쟁이 인간Lierre Marchant> 등 캐나다 퀘벡의 작품 두 편이 서울 거리를 무대로 장관을 펼친다.
또한 프랑스·스페인·영국·헝가리·호주 등 8개국에서 온 작품 10편이 축제의 국제적 위상을 더하며, 서울에서 세계의 거리예술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소통interaction’ 역시 이번 축제의 핵심 키워드다. 단순히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 작품을 완성하는 경험이 준비된다. 청계천 황학교 다리 밑에서는 시민 누구나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서울’, 전통 한지로 소원을 적어 청계천에 거는 참여형 프로그램 등 예술은 무대 위에만 존재하지 않고 시민의 손끝과 발걸음 속에서 피어난다.
리타이틀×에스더 엘린 <¿Adonde? 어디로?> ⓒLetitle
축제를 이루는 힘, 시민
서울거리예술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시민이다. 무대 위 배우와 거리의 예술가만이 아니라, 축제를 지탱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시민의 참여가 축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올해도 100여 명의 자원활동가가 공연·외국어 지원·홍보 등 다채로운 역할을 맡아 축제 현장을 밝히고, 관객과 예술가 사이를 연결하며 따뜻한 에너지를 전한다.
올해 새롭게 마련된 ‘예술주막’은 시민 참여의 즐거움을 더하는 공간이다. 전과 막걸리 같은 명절 음식을 나누며 공연을 즐기고, 포토존과 이벤트 부스에서 소중한 순간을 남길 수 있다. 스탬프 투어, 럭키드로우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축제를 즐거운 추석놀이로 만들며, 시민이 곧 축제의 중심이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오는 명절, 가족과 함께 거리로 나와 서울 도심 한복판을 걷고 예술을 나누는 시간은 더욱 특별할 것이다. 서울거리예술축제 2025는 단순한 관람 차원을 넘어,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걸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살아 있는 축제다. 길 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야외 작품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얼굴을 새롭게 비추고, 시민 각자의 경험은 축제 속 하나의 이야기가 돼 도심을 활력으로 채울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처럼, 이번 추석 서울의 거리는 거리예술로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청계천을 따라 이어지는 길 위에서,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공연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서울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시민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남긴 흔적은 곧 서울의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로써 축제를 찾은 이들의 마음이 예술로 풍성하게 채워지기를 기원한다.
글 이하늘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