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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손끝에서 시작되는 특별한 하루
피아노 서울

특별한 하루는 사소한 계기로 만들어진다. 서울문화재단은 시민이 어제와 다른 특별한 오늘을 만들 수 있도록 문화시설, 공원, 번화가 등 일상 공간에 거리피아노를 운영하는 ‘피아노 서울’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이어나가고 있다.

2025년 4월까지 서울에 13대의 거리피아노가 설치돼 생활 영역 곳곳에 자리잡았고, 세 가지 큰 범주로 나뉜 각각의 장소에서 ‘피아노 서울’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재단 운영 공간인 ①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② 노들섬 ③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 ④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에 피아노가 설치됐고, 한강 변과 시내 주요 공원인 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⑥ 서울어린이대공원 ⑦ 서울숲 ⑧ 보라매공원 ⑨ 서울식물원 ⑩ 뚝섬한강공원 ⑪ 반포한강공원에서도 누구나 연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시민들로 북적이는 ⑫ 홍대 앞 레드로드 ⑬ 지하철 녹사평역에도 피아노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올해 동북·동남권에 각각 한 대씩 피아노를 추가 설치할 예정으로, 서울 5개 권역 전체에 ‘피아노 서울’이 조성된다.

거리피아노를 가볍고 담백하게 스쳐 지나가는 재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평범한 일상에 감칠맛을 더하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거리피아노를 만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수많은 영상이 그러한 감동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어린 자녀의 ‘젓가락 행진곡’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머니, 친구의 소나티네 연주를 신기해하며 연신 사진을 찍는 학생들, 이름 모를 누군가의 즉흥 연주를 들으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행인들…. 거리피아노를 둘러싼 모습이 저마다 다르지만, 그 순간에 몰입하는 표정만큼은 모두 닮아 있다.

혹자는 소셜미디어로 극대화된 현대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로 ‘보여주기식 삶’을 위한 피로감을 꼽는다. 하지만 ‘피아노 서울’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와 정반대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제와 다를 것 없던 평범한 하루가 거리피아노라는 작은 순간으로 인해 특별한 하루로 변하는 벅찬 감동. 그것이 바로 ‘피아노 서울’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지난해부터 ‘피아노 서울’을 본격 운영하며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거리피아노를 활용한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뚝섬한강공원·보라매공원· 서울어린이대공원·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등 시민의 일상 공간으로 밀접하게 다가간 것이다. 특히 청계천에서 진행한 피아노 연주 이벤트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는 행사나 공연을 잠시 뒤로 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려 한다. 이 도시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손끝에 담아, 투박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품은 음악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행인이 거리피아노를 연주하며 무대의 주인공이 되듯, 우리가 모두 삶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한다.

거리 위의 피아노는 공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써 단순한 악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업라이트 피아노의 크기는 고작 가로 1.5m, 세로 0.5m 남짓. 설치 면적은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피아노에 앉아 연주하는 시민이 등장하는 순간, 주변 행인은 관객이 되고 평범한 거리 풍경은 공연장으로 변모한다. 단 한 대의 거리피아노가 일상의 배경을 문화 공간으로 바꾸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허브가 되는 것이다. 연주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피아노가 없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작은 공간. 하지만 피아노 하나가 놓이는 순간 그곳은 특별한 기억을 자아내는 장소가 된다.

녹사평역 대합실에 설치한 피아노는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매개가 되고 있다. 낡은 공중 전화기와 투척용 소화액만 설치돼 있던 공간이 ‘피아노 서울’을 통해 명소로 거듭난 것. 녹사평역 1·2번 출구로 연결되는 통로는 이태원이나 해방촌으로 향하는 외국인과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다. 어둑한 조명 아래 공간이 이국적인 문화 공간으로 바뀌며 사람들이 모여들고, 심지어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가 주목하는 공간이 됐다. 거리피아노가 개인의 연주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 관광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피아노 서울’은 현대 문화계를 지배하는 큰 흐름인 ‘속도’나 ‘자극’과는 거리가 멀다. 화려하지 않고, 그다지 참신한 아이디어도 아니며, 단숨에 주목받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더더욱 평범함을 지향하고자 한다. 당신의 일상 공간에서 거리피아노를 발견한다면 조심스레 건반을 눌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상의 작은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글 허진우 서울문화재단 문화향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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