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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4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마키토이

시각예술/일러스트레이션
@makitoy
cargocollective.com/makitoy
2023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 워크숍 ‘Everyday Drawing Club’
2025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 워크숍 ‘종이로 그리는 달력’

작업 테이블 ⓒmakitoy

식물과 사물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데일리 드로잉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마키토이입니다. 2019년 여름부터 그림 그리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365일 드로잉을 시작했고, 이를 개인 프로젝트로 삼아 지금까지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매일 한 장씩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를 오리는 작업을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하루하루 쌓여가는 그림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고 가꾸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이 천천히 자라고 형태를 변화시키며 성장하듯, 저도 작업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나’라는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매일 작업을 소중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노트에 낙서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는 일은 자연스럽고 익숙한 습관이었고, 혼자만의 놀이이자 표현 방식이었어요. 이것을 본격적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건 대학 졸업 후였습니다. 누구나 일을 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고, 때로는 지치거나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죠. 그런 과정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속해나가려면, 결국에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힘들 때마다 그만두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고 싶고, 계속해서 해 보고 싶어지는 일이라면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창작하는 길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맞았다고 느낄 때마다 더 열심히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작업 노트 ⓒmakitoy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예술가 혹은 작가라면, 저는 개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진행하면서부터 비로소 예술가로서 정체성을 자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 작업의 시작점은 대부분 타인의 요청에서 비롯한 것이었어요. ‘작가’라는 호칭이 따라왔지만, 그 말이 어딘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곤 했어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확신이 부족했던 탓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제 마음의 요청에 따라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변화가 생겼습니다.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창작을 하게 됐을 때 비로소 ‘내가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실감했어요. 그때부터 ‘작가’라는 말이 조금씩 자연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페이퍼 가든> 패턴, 2022 ⓒmakitoy

제 대표 작품은 2022년에 진행한 365일 프로젝트 <페이퍼 가든PAPER GARDEN>입니다. 저는 2020년부터 매일 그림을 그리는 챌린지 작업을 1년 단위로 이어오고 있는데요. 하루하루 쌓여가는 작업이 결국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긴 호흡을 가진 프로젝트로 확장되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반복 작업을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마다 작업 방식에 변화를 주며 새로운 시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연필이나 펜을 이용해 드로잉을 했지만, 2022년에는 종이와 가위를 활용해 매일 하나의 식물을 그렸습니다. 이렇게 1년 동안 이어진 작업이 글과 함께 엮여 『매일 나를 가꾸고 돌보는 그림』이라는 책으로 지난해 출간됐어요. 올해는 데일리 드로잉으로 오래된 사물의 형태와 매력을 탐구하고 있고, 동시에 사물과 패턴을 연결하는 새로운 작업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물을 관찰하며 그리는 과정에서 얻은 조형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그래픽과 오브제로써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게 하는 원동력을 떠올려보면, 최근에는 자연 속 식물이나 사물의 색과 모양 같은 시각적 요소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뭇잎의 색감이나 예상치 못한 꽃과 풀의 조합을 보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고, 그림으로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자연에서 발견한 색 조합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화롭고 신비롭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도 영감을 받곤 합니다. 시나 소설 같은 글, 음악처럼 형태가 없는 것도 제게는 중요한 창작의 원천입니다. 때로는 한 문장에서 강한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어떤 음악을 듣다보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떠오른 감각과 장면이 다시 작업으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2024년 말에 다녀온 죽공예품 전시가 인상 깊었습니다. 정교하게 엮이고 다듬어진 공예품 자체도 아름답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업 테이블과 도구,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대나무 재료까지 함께 전시됐습니다. 단순히 결과물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과 시간의 흐름까지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정갈하게 정리된 작업 도구와 손때 묻은 재료들, 그리고 수없이 쪼개지고 다듬어졌을 대나무 조각들을 보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새삼스레 느낀 것은, 때로는 최종 결과물보다 그것을 만들어가는 성실한 과정 자체가 더 큰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었습니다. 장인의 손을 거쳐 천천히 쌓인 시간과 반복된 노동, 끊임없는 고민과 실험이 결국 하나의 예술이 된다는 사실 말이죠.

앞으로는 식물 패턴을 사물과 조합해 그 패턴이 단순히 평면적인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그래픽에서 오브제로 확장되는 작업을 해 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식물의 자연스러운 형태와 사물의 독특한 특성을 결합해 시각적으로 더 입체적이고 풍성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글 안미영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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