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 창작센터팀 윤다슬
지속 가능한 예술을 위해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인터뷰 대상이 되는 일은 평생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온,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무척 어색한 윤다슬입니다. 2023년 말부터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 새롭게 들어서기 시작해 오는 3월 개관을 앞둔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곳 근처에서 눈에 띄는 적벽돌 건물을 발견하셨다면, 그 건물이 바로 서울연극창작센터랍니다. 새 공간인 만큼 모든 직원이 사업을 기획하는 동시에 공간 조성에도 함께하고 있는데요. 저 역시 개관식을 준비하는 동시에 예산과 공간 인테리어 등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서울문화재단에 함께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저는 대학에서 외국어를 전공해서, 막연히 전공 학문으로 먹고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저는 낯도 많이 가리고 주변인 모두가 인정하는 ‘집순이’다보니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곳에서 주로 필요한 제 전공을 써먹기가 쉽지 않더군요. 전공을 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스스로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지요. 그러던 중 어떤 작품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 작품은 ○○○○○○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이더라고요. ‘예술지원’이라는 방법을 통해 작품이 만들어지고 문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마침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 업무 관련 행정스태프 채용 공고가 있어 지원했습니다. 운 좋게 합격해 근무를 시작한 것이 2015년 일이니, 벌써 10년 전이네요!
꽤 오랫동안 예술지원 사업을 담당했다고요.
이후 2020년 정식으로 입사해 예술지원팀에서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 음악 분야를 약 2년간, 시각예술 분야를 약 1년간 담당했어요. 행정스태프 등을 통해 경험한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즐겁게 배우며 일했지요. 여러 담당자와 함께 예술가와 행정가가 모두 좀 더 편할 방법을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특히나 즐거웠습니다.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교과서적인 답변일 수 있지만,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지원 사업의 큰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지원 없이 시장에서 유통되기 쉽지 않은 예술을 지원함으로써 예술 현장에 다양성을 더하고, 나아가 시민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예술지원의 역할이니까요.
오는 봄 개관할 서울연극창작센터를 소개해주세요.
이곳은 연극 작품의 초기 단계부터 발표까지 제작 전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초 건립한 연극 전용 지원 시설로, 2024년 6월 완공돼 현재는 막바지 내부 시설 보완 작업과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건물 중앙에 커다란 계단 통로가 있는 독특한 구조인데요. 센터 내에는 블랙박스 극장인 서울씨어터 제로, 프로시니엄 극장인 서울씨어터 202라는 공연장이 있습니다. 이 외에 연습실 2실, 연극 단체의 사무 공간인 연극인 오피스,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연극인 라운지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또 공연물품 공유 플랫폼 ‘리스테이지 서울’의 쇼룸과 창고가 이곳에 있어 시민과 연극인이 편리하게 공연물품을 대여할 수도 있답니다. 3월 개관식과 개관 공연을 시작으로 약 한 달간 개관 페스티벌을 통해 모든 분들께 서울연극창작센터의 공간과 운영 방향성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개관 첫해인 만큼 극장 운영이나 연극인 역량 강화, 작품 제작 지원 등 여러 사업이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이곳 서울연극창작센터가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나요.
아무래도 서울문화재단 안에서도 새로 생긴 팀이라 내부에서도 헷갈리는 분들이 많았어요. 성북구에 자리잡고 있어 ‘성북 센터’ 같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고요. 오랜 시간 예술지원 사업을 담당하면서 종종 현장에서 예술가들과 간담회를 여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언제까지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도화선이 다가오는 것과 같다. 지원사업을 통해 가까이 다가오던 도화선이 조금은 멀어진 느낌이다’라고요. 저는 서울연극창작센터가 그 도화선을 잘라줄 수 있는, 연극인들이 계속해서 원하는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거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술을 향유하는 시민의 관점에서 우리 삶에 예술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관계자인 제게도 필요한 것이긴 한데요. ‘호기심’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거리를 걸으며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수많은 공공미술이 있고, 곳곳에서 크고 작게 열리는 문화 행사도 많아요. 하지만 궁금해하지 않으면 근처에 아무리 좋은 문화예술이 있어도 알아볼 수 없을 겁니다. 모든 작품에는 예술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담긴 예술가의 표현에 호기심을 갖는다면, 문화예술이 삶에 스며들기 시작할 겁니다. 참고로 서울연극창작센터 앞에도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돼 있으니 눈여겨봐주세요.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이야기해볼까요.
탁 트인 풍경, 귀여운 무언가를 보면 기분이 전환되는 것 같아요. 종종 가족이 키우는 고양이의 일일 집사를 자청하곤 하는데,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죠. 이 지면에 제 사진이 아니라 저희 고양이 사진이 들어간다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좋아지실 텐데… 싶은 마음마저 드네요.(웃음)
2025년 새해 목표를 들려주신다면.
업무적으로는 센터가 무사히 개관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연말부터 소홀해진 운동을 다시 꾸준히 해 보려고 합니다. ‘연극 많이 보기’라는 새로운 목표도 있고요!
글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