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아카이브
황진아
한국음악/거문고
@hwang__gina
ginahwang.creatorlink.net
2017~2023 최초예술지원·예술창작지원 선정
2024 서울예술인NFT
황진아 콘서트 <Scene#>
저는 거문고 연주자로 출발해 음악 창작자·
음악감독·작가 등 다양한 역할을 겸하고 있는
N잡러 예술가 황진아입니다.
처음 창작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0년
‘정가악회’라는 전통음악 기반 창작음악 단체에
입단하면서부터예요. 그곳에서 창작음악과
더불어 줄풍류·가곡과 같은 풍류음악을 깊이
다루며 많은 무대에 섰고, 국내외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기회도 종종 가졌어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상상 속의 거문고 소리가 제 안에
쌓인 것 같아요. 단체에서는 채 풀어내지 못한
저만의 음악이요. 그것들을 밖으로 꺼내보고
싶었고, 2017년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을
통해 독주자이자 창작자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항상 예술가라고 느끼고
있어요. 예술가란 다른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분명한 의도가 있고, 그것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식이 없었다면 그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기
힘들었을 거예요. 다만 좀 더 주체적으로 ‘창작’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대학생 때였어요. 오랫동안
공부해온 전통음악도 소중하지만, 지금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좀 다른 그릇이 필요했거든요.
그 그릇을 직접 만들면서 음악 창작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그 그릇이 더욱 다양해져서 음악에서
출발해 공연 기획, 음반 제작, 사진·아트필름 작업
등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저는 주로 거문고의 소리와 연주법을 확장해 새로운
형태의 ‘솔로거문고’를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음반 『The Middle』2019과
『Short Film』2022이 있습니다. 특히 『Short
Film』에서는 아트필름 프로젝트인 ‘Scenario’를
파생시켜 <새벽>2023과 <검은 숲>2024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제 솔로 작품은 국내의 다양한
극장, 페스티벌은 물론 뉴욕 링컨센터, 뉴질랜드
‘쿠파두파CubaDupa’ 같은 해외 무대에도 초청돼
음악가 황진아를 알리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거문고 연주자 황진아 ⓒ김재현
음악가로서 저는 ‘전통음악 혹은 창작음악’ 같은
이분법적 분류가 아닌, 이 땅에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악기와 음악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추구해요. 그래서 제 작품에는 낯설지만 익숙한
인상이 공존하죠.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제가 작업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기도 해요.
음악 작업을 할 때 주로 생각나는 텍스트를 함께
정리하는 편이에요. 때때로 그 텍스트들은 스토리
혹은 풍경에 대한 자세한 묘사의 형태를 갖추는데,
이것들이 음악을 창작하는 데 일종의 방향키
역할을 하죠. 그렇게 만든 음악들은 필연적으로
서사성이 강할 수밖에 없고요. 이렇게 만든
음악들을 묶어 낸 음반이 『Short Film』입니다. 또
스토리 외에도 이미지나 생각, 그에서 발현되는
감정들, 관계의 운동성 등 일상 혹은 상상 속
다양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요. 그래서 평소 이러한
자극들을 잘 저장해두려고 하죠. 저는 이걸
인벤토리inventory’라고 불러요. 마치 게임처럼요.
최근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2024라는
영화를 봤어요. 아우슈비츠 앞 사택에 사는 독일군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악의 평범함’ 등을
잘 표현해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저는
미술과 미장센이 더 기억에 남아요. 균형과 불균형,
컬러와 흑백 등의 탁월한 배치를 통해 처참한
시대와 그들을 짓밟으면서 만들어진 안락한
가족의 대비가 아주 소름 돋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졌달까요? 또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아나스타샤Annahstasia의 최근작 『Surface
Tension』2024도 아주 인상 깊게 들었어요. 제가
추구하는 낯섦과 익숙함, 그리고 오리지널리티가
이상적으로 배치된 완성도 높은 음반이었어요.
2025년에는 ‘오감’을 주제로 새로운 솔로 작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거문고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그것을 다시
우리의 직관을 자극하는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인데요. 이에 앞서 다양한 워크숍도 계획하고
있어 마음이 아주 바빠요. 올해 그리고 내년까지
이 작업을 잘 발전시켜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내
관객과 자주 만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