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신당동 미래빌딩에서 열린 《윤향로: Mirae》 전시 전경
저는 서울을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특히 회화 매체에 대해 고민하고 작업하는 윤향로입니다.
2008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12년 개인전을 개최하며 예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미술을 교육으로 접하기 시작한 것은 네 살 때부터이고, 이후 다양한 방식의 미술 수업을 들으며 막연하게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성장했습니다. 첫 개인전을 할 때도 작가라 불리는 것이 어색했지만, 단어에 책임감을 가지려고 애쓴 기억이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과의 인연은 2019년 처음 창작 작업실·연습실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예술창작활동지원·창작예술공간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고요. 2024년에는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로 선정돼 1년 동안 금천에서 지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스스로도 노력을 더 하라는 의미로 크게 (제가 예술가임을) 자각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가족이 생기고 생계를 책임지게 되며 마음속 (예술가의) 비중이 높아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 12월 6일 시작한 개인전 《윤향로: Mirae》에서 천장화 형식의 캔버스 회화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회화 매체 중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좋아하며 탐구합니다. 최근에는 특히 캔버스 위에 잉크젯으로 인쇄가 된 레이어, 물감을 분사해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 표면과 레이어를 다루는 태도 등에 대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천장화도 19x8m가 넘는 분절된 캔버스를 천장에 설치하며, 보는 방식과 회화의 방향에 대해 말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시기별로 창작 활동에 영향을 받는 것이 있습니다. 2010년대에는 일본문화사를 통해 제가 성장한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고, 2020년대에 들어서는 문학가의 창작 태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번 개인전은 마음속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싶었던 작품이 있었는데, 테드 창Ted Chiang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속 ‘네 인생의 이야기’, 그리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영화 <컨택트>입니다.
올해 초 처음으로 네 살 아이를 데리고 현대무용 공연을 보았습니다. 아이를 위한 창작 공연이었는데, 아이와 같이 이런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 기뻤고,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2월 29일까지 열린 제 개인전에서도 작게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을 준비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예술을 감상하는 태도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천장에 작품을 설치하며 홍민희 테크니션과 설치 팀에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건데, 그 그림을 천장에 중력을 거슬러 설치해주세요”라는 터무니없는 문장으로 의뢰를 드렸습니다. 천장에 설치를 해 보니 너무 어렵지만 재미있었고, 앞으로도 규모가 있는 회화 작업을 더 실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회화 실험도 지속해서 더 깊이 연구하고 싶고, 회화의 재료에 대한 연구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정리 전민정 [문화+서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