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한 곳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맞춰가는 여정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 ‘AMUSS 합창단’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예술마스터 과정 ‘AMUSS 합창단’이 11월 21일 서울체임버홀 무대에서 그간의 결실을 드디어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단원들은 합창곡 8곡을 선보이며, 소프라노 강서희가 진행과 해설을 맡고, 베이스 윤희섭이 특별 무대를 준비했다. 36명 합창단원은 지난 9월 선발돼 우주호 지휘자를 포함한 뛰어난 강사진으로부터 발성부터 시창·청음까지 10주 동안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쳤다. 50세부터
79세까지 나이도, 지역도, 직업도 다양한 단원들로 구성된 AMUSS 합창단 1기는 함께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하고,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매우 뜨겁다.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다른 AMUSS 합창단의 창단 멤버 중에서 특별히 두 분에게 인생과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양천희·차성기 단원에게서 음악과 함께한 80년 가까운 인생의 서사를 들어보자. 40여 년간 과학기술 산업에 몸담은 차성기 단원은 은퇴 후 과학기술서부터 여행기, 손주와의 추억을 담은 글까지 40여 편의 책을 써낸 수필 작가다. 양천희 단원은 43년간 교직에서 동요와 합창을 지도하며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고도 음악에 대한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차성기 노래를 시작한 것은 5년 전 코로나19가 시작될 무렵인데요. 자녀의 결혼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딸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요. 뭘 해줄까 고민하던 차에 나폴리에서 결혼식을 하니 이탈리아 가곡 한 곡을 불러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고심 끝에 선택한 곡은 ‘오 솔레 미오O Sole Mio’. 정식으로 성악을 배워본 적이 없어 개인레슨 선생을 찾아 6개월 동안 집중해서 곡 하나만을 목표로 익혔지요.
결혼식 당일, 나폴리 사람을 비롯한 수많은 하객 앞에 섰는데 첫마디부터 막혔어요. 잠시 보니 발아래 산타루치아 항과 멀리 베수비오 화산이 청명한 햇살 아래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케 벨라~” 바로 노래 배우던 시간이 그대로 흘러나왔어요. 1절을 부를 때는 다들 놀라서 쳐다보는 것 같았지요. 그런데 2절에 들어가니까 마음이 움직였는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같이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드디어 환호 속에 마치자 진땀이 주르르 흐르더군요.
딸에게 들려주려고 시작한 노래지만 정작 그 노래가 제 남은 인생을 바꿔놓을 줄 몰랐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성악을 그만두려고 했으나 지난 6개월간 온 힘을 쏟아 배운 노래를 그대로 내려놓기가 아까웠어요. 이후 취미로 가곡을 배우고 아리아를 불렀습니다.
양천희 어린 시절에는 집에 있던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요. 선친께서 가끔 옛 가요를 부르시던 모습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여동생과 함께 동요를 부르기도 하고, 피아노를 치며 가요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43년 동안 초등교사의 길을 걸으며 아이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고 합창을 지도했고요. 노래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기쁨을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제게 음악은 오랜 세월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삶을 풍요롭게 해준 동반자입니다. 음악은 항상 가족의 일상에도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었지요. 방송국에서 근무한 남편과 두 아들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가족이 됐고, 저 역시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뒤에도 노래를 향한 마음을 이어오고 있어요.
“6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합창의 가장 큰 매력은 나만 잘 불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내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는 것, 혼자서 만들 수 없는 소리를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더군요.”
양천희 제 나이가 AMUSS 합창단에 지원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전보다 합창 실력을 수준 높게 끌어올리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오랫동안 음악과 함께해왔지만, 좋은 지휘자·단원들을 만나 함께 호흡하며 합창 수준을 완성해나간다는 것은 또 다른 설렘을 안겨줬지요. 지원 신청을 위한 영상을 제출하면서 김진근 선생님이 작곡하신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을 불렀어요. 준비한 노래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음악에 대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요.
단원들의 면면을 알아가며 함께하는 동안 느낀 놀라움과 긴장감이야말로 기억에 가장 오래 남습니다. 음악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신 분, 처음 음악에 도전하신 분 등 각자의 자리에서 음악을 사랑하며 살아온 분들이 모였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합창 연습을 시작하면서는 기본자세나 발성 기량을 갖추는 것뿐 아니라, 합창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지요. 파트별 다른 음색으로 하나의 앙상블이 이뤄지는 경험을 통해 합창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졌어요.
차성기 보통 합창단은 나이 제한이 있어 지원하기 쉽지 않은데, 공고를 보면서 이번이 하늘이 내게 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원하려면 자기소개와 자유곡을 합쳐 2분 이내의 영상을 제출해야 했어요. 당시 배우고 있던 우리 가곡 ‘마중’과 이탈리아 칸초네 ‘무정한 마음Core ’ngrato’을 놓고 고민했지요. 휴대전화 앞에 혼자 서서 영상을 녹화하기를 여러 차례. 그렇게 찍은 영상이 20여 개에 이르러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요. 결국 마지막 날에 한번 저질러보자는 마음으로 보냈어요.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가 함께 내는 화음이 참 좋았어요. 특히, 소프라노와 알토가 내는 ‘아~’ 소리는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천사들의 합창으로 들렸답니다. 지난 4~5년 동안 주로 칸초네와 아리아를 공부해왔기에 합창은 전혀 다른 세계였지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더해지니 화음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싶었어요. 내가 이걸 잘 선택했구나, 생각이 들었답니다.
“살아온 삶도, 음악을 접해온 시간도 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악보를 들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어요.”
차성기 누구보다 가족과 함께하고 싶지요. 그중에서도 아내요. 평생 일만 하던 남편에게 ‘언제까지 일만 할 거냐’고 물었던 사람이에요. 늦은 나이에 합창단원이 된 남편에게 잘 해낼 것이라며 격려해준 사람이고요. 아내가 객석에서 바라보는 가운데 마지막 노래를 마치고 박수받는다면 어떤 마음일지 아마도 벅차 눈물을 쏟지는 않을까 모르겠어요.
3개월 동안 성심을 다해 쏟아부을 터이니 그때는 아마 모두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도 남은 시간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지요. 발표 무대까지는 아직 단원들과 맞춰야 할 부분도 많고 익혀야 할 노래도 남아 있답니다. 매일 오늘은 또 어떤 성취가 있으려나 기대하며 연습실에 들어섭니다.
양천희 남편과 자녀들에게 힘찬 박수를 받고 싶어요. 무엇보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발표 무대에서 오신 분들 모두에게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싶고요. 최고의 시설에서 훌륭한 지휘자님과 강사진의 지도를 받으며 연습해왔고, 서초 센터의 여러 지원을 통해 합창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만큼 그동안 배운 곡들을 무대에서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AMUSS 합창단의 활동이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삼아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더 주어지면 좋겠어요. 합창단 교육 과정은 이로써 종료되지만, 이후에도 계속 만나고 노래하면서 더 넓은 무대로 뻗어나가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는 기대를 해 봅니다.
글 유민성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센터서초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