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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0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윤예은

공연/연극·거리예술·피지컬시어터
@yyene
@we_are_masterpieces
2025 서울거리예술축제 참가
2023 청년예술지원사업 선정
2020 거리예술 NEXT 수료

‘걸작들’이라는 단체를 이끌며, 다양한 공연에 퍼포머로 활동하고 있는 윤예은입니다.

2017년 연극 <내일을 사는 법>으로 무대에 데뷔해 여러 작품에 출연하다가, 2020년 거리예술 NEXT 과정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창작자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거리예술 NEXT에서 여러 작품과 창작 방식을 접하며 제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거리예술을 시작한 것은 2017년 프랑스 예술단체 콩파니 아도크Adhok의 <비상>이라는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면서였습니다. ‘관객이 거리에서 공연을 본다’, 그것도 모자라 ‘관객이 함께 이동하면서 공연을 본다’는 개념이 너무 낯설어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만, 직접 서울 청계천 일대를 관객과 함께 누비며 그야말로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그 후로 거리에서 공연이 일어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에너지를 줄 수 있고, 자유롭게 오가며 관극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지 자주 생각하며 이 길을 꿈꿔왔습니다.

걸작들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필름바우쉬(김재현)

저의 삶을 지내며 느껴온 것들, 혹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리서치하며 모아온 것들을 재료 삼아 공연을 만들었는데, 그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고 그 이야기가 관객에게 가닿았음을 느꼈을 때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커튼콜의 박수, 공연 중 마주치는 눈빛, 끝나고 건네주시는 짧은 인사까지 감사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예술도 존재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걸작들의 대표 작품은 <신호수VS신호수>입니다. 2023년에 아파트 1층에서부터 8층까지 관객과 함께 걸어 올라가는 장소 특정형 공연을 만든 적이 있는데요. 제가 이상적으로 배우고 생각한 ‘거리예술’과 다르게 공간을 점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어요. 그러다 우연히 길을 걷는데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신호수분들이 임시 통로로 사람들을 이동시키더라고요. 그때 ‘아, 공사하는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길을 점유할 수 있구나?’, ‘그러면 나는 공사하는 것처럼 꾸며내서 길을 점유하고 공연하고 싶다. 근데 그럼 그 점유한 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싶어’ 같은 생각이 이어지면서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내야 하고, 쓸모없으면 대체되잖아요. 마치 기계의 부품처럼요. 하지만 유니폼 안에는 분명 여러 생각과 감각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우리는 모두 존재 자체만으로도 유일하고 가치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것을 이미 서로를 대체하며 노동하고 있는 신호수와 신호수 마네킹을 상징으로 삼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이 공연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골목길 축제Festival des Arts de Ruelle를 다녀왔습니다. 저희는 움직임을 하며 대사를 함께 이어가는데요. 말의 높낮이와 몸을 움직일 때 바뀌는 템포를 이용해 말을 음악처럼 사용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까 이 특징을 더 도드라지게 감각해주시는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일상을 지내면서, 아니면 다른 예술 작품을 보면서 들어오는 생각의 파편들이 있는데, 그게 문득 하나로 모일 때 강력한 영감이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가만히 있는다고 저절로 되는 건 아니고, 어떤 한 가지 생각을 자주 하고 있을 때 자석에 못이나 쇳가루가 붙는 것처럼 다양한 영감이 모여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기나 메모를 다시 한번 들춰볼 때 생각이 하나로 연결되는 걸 느껴요.

걸작들 <휘이-청> ⓒ이양희

공연 <푸에르자 부르타>가 기억에 남는데요. 퍼포머가 관객과 눈을 마주친다는 게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어요. 어머니와 관람했는데, 세대를 넘어 누구나 그 음악과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걸작들’은 움직임과 대사가 한 작품 안에서 상호작용 하면서 새로운 연극적 형식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어요. 핸드 투 핸드 서커스와 밸런스를 이용한 애크러배틱 움직임을 하며 동시에 대사를 합니다. 대사를 하다가 움직임을 하면 왜 어색해질까? 움직임을 하다가 대사를 하면 왜 어색해질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그것들을 합쳐봤는데 나름 재미있는 표현 방식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계속해서 움직임과 대사가 충돌하고 연결되며 만들어지는 재미난 순간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극에 녹여내고 있는데요. 이 작업을 이어가서 ‘걸작들’만의 장르를 개척하고 싶습니다. 저희 공연은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어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대사도 하고… 움직임도 하고… 서커스 요소도 들어가는데요… 어느 때는 거리에서, 어느 때는 극장에서 하기도 하고… 관객과 함께 공간을 점유하며 걷기도 하고…” 하면서 “아… 일단 보시면 이해가 될 텐데…” 이런 퀄리티로만 말해야 하는 게 속상해요. 언젠가는 ‘걸작들’이에요! 하면, “아 걸작들 스타일~” 하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저희만의 고유한 장르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정리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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