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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0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송희지

b.2002
문학/시·희곡
@qnwkwlakdtod0807
2025 연희문학창작촌 3분기 입주작가
2025 웹진 [비유] 74호 작품 게재

시인으로 활동하는 송희지입니다. 그동안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잉걸 설탕』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최근에는 희곡도 쓰고 발표했어요. 퀴어 시/희곡을 쓰는 이로서 남성 동성애자의 삶과 언어,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언어예술과 친했는데, 부모님의 권유로 시를 쓰는 공부방에 다닌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본격적으로 시를 창작하고, 동시대 시인들을 읽게 된 것은 중학교 때였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가 극도로 예민해지던 한 시기에, 감정을 발산하고 고민을 정리할 수 있는 일종의 창구로써 시를 찾게 된 것이었어요.

예술가 또는 ‘쓰는 이’라는 자의식은 언제나 제 안에 머물러 있어서, 새삼스레 자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작품을 쓰고 묶을 때, 언어들이 사전에 기획된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하는데, 그때 느끼는 기쁨이 그런 자각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제되지 않는 언어, 섣부른 의미의 틀로 가두어지지 않는 언어가 제 안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저로 하여금 ‘쓰는 이’로서의 성취감을 느끼게 해요.

올해 여름에 출간한 시집 『잉걸 설탕』은 ‘게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저의 퀴어 정체성과 그에 기반한 경험, 사유를 바탕으로 쓰고 묶은 책이에요. 게이들의 은어, BDSM 코드 등을 적극적으로 시의 소재로 사용했고, 게이 청소년-청년으로서 겪은 내밀한 상처 같은 것들을 건조한 고백의 형태로 행간 위에 펼쳐놓고자 했어요. 시집은 질문에서 출발해 질문을 경유하고 질문에 도달합니다. ‘버려진 수영장’의 사진에서 시작해 그곳의 수중水中을 포착하는 사진으로 끝을 맺어요. ‘나’의 몸 안으로 침잠하여 그 안쪽을 들여다보고, 건드려보고, 헤집어보고, 재조립해보는 일련의 과정이 담긴 시집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영감을 받는 경로는 워낙 다양해서, 무언가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상의 한 장면이 이유 없이 마음에 오래 남기도 하고, 간밤에 읽은 텍스트의 한 부분이, 영화의 어떤 신이 갑작스레 창작의 동력이 되어주기도 해요. 최근 시를 쓸 때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미용실에 갔다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썼고, 퇴근 시간 만원이 된 지하철에 타며 느낀 비좁음과 불편함을 바탕으로 또 한 편을 쓰기도 했어요.

웹진 [비유]에 게재한 <어떤 여행 1>

웹진 [비유]에 게재한 <어떤 여행 4>

최근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시집 『잉걸 설탕』

알랭 기로디 감독의 <미세리코르디아>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쓸 때 자주 망설이거나 고민하곤 하는 지점들을,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시원하게 돌파해버리더라고요. 그 추진력이 부러웠습니다.

세 번째 시집을 장시집의 형태로 묶고 싶다는 욕심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그 욕심을 바탕으로 여러 편의 장시를 쓰고 있습니다. ‘모험’과 ‘괴물성’이 주된 테마로, 고대의 서사시·극·설화와 신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이 작업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작품의 완성도와 완결되지 않는 언어(완결을 거부하고, 완결과 기꺼이 맞서 싸우는 언어), 두 가지 모두를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리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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