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야간 비전’
사샤 오에다 멘도자에게 듣다
ⓒCity of Amsterdam
시 행정부와 부시장의 자문관으로서 암스테르담시 최초의 ‘야간 비전Night Vision’수립을 주도했습니다. 현재는 야간문화에 관한 도시의 포부를 구체적인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으로 발전시키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부서를 연결하고 조정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야간문화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재원과 공간, 부동산, 허가 절차, 주민과 야간문화 현장의 관계를 살피고, 도시개발 과정에서 야간문화가 장기적으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암스테르담의 야간문화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보다, 이 분야가 계속 성장하고 실험하며 도시에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밤에 일어난다는 이유만으로 야간문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야간문화를 다른 문화와 구분 짓는 건 밤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사회·문화적 환경입니다. 밤에는 사람들이 평소와 다르게, 보다 자유롭게 행동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도시를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낮에는 구현하기 어려운 실험과 정체성, 공동체, 예술적 혁신을 위한 공간도 만들어집니다.
동시에 야간문화는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클럽과 음악 공연장뿐 아니라 예술가, DJ, 기획자, 콜렉티브, 문화 기획자, 야간 노동자, 축제, 비공식 공동체,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물리적 공간까지 포함합니다. 그렇기에 야간문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정책 분야로 간주될 가치가 있습니다. 야간문화를 단순히 문화 정책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면, 야간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구체적인 조건(영업시간과 허가, 소음, 교통, 안전, 부동산, 주민과의 관계)을 놓칠 수 있습니다.
밤은 또한 도시에 특별한 가치를 더합니다. 실험과 자발성,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밤은 낮 동안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일부 질서와 규범을 잠시 느슨하게 만듭니다. 이는 특히 젊은 세대와 기존 문화기관에서 자신이 충분히 대변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공동체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퀴어 공동체에게 밤은 일자리뿐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공간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야간문화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실험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저는 야간문화를 단순한 시간적 개념이 아니라, 고유한 사람과 장소, 경제, 네트워크, 문화 생산 방식을 갖춘 하나의 생태계로 이해합니다.
하나의 정책 수단만으로 야간문화를 충분히 지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수단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보조금입니다. 시장성이 충분히 따르지 않지만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닌 활동을 지원합니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180개가 넘는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또한, 공간과 부동산, 허가 절차, 시 행정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협력 구조를 만드는 일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안에서 야간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지역과 새로운 공간을 발굴하기 위해 도시계획, 시 소유 부동산, 지역개발 담당자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시 행정과 야간문화 현장 사이에 신뢰를 쌓는 일은 당장 측정 가능한 수치와 성과를 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데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샤 오에다 멘도자Sasha Ojeda Mendoz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 야간문화 프로그램 책임자
야간문화는 본질적으로 여러 정책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서가 단독으로 맡아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 업무에서도 조정과 조율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서로 다른 관점을 한자리에 모으고, 각 부서가 고립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부서 간 차이를 없애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절차가 모두 끝난 뒤 갈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이른 시점에서부터 차이를 대화로 풀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건강한 야간도시란 반드시 모든 게 밤새 운영되는 도시를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활동과 집단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도시가 건강한 야간도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방문객과 사업체뿐 아니라 주민과 야간 노동자의 필요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야간 활동이 어디에서 이뤄지는지, 주변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24시간 도시’라는 개념은 단순히 소비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이용하는 방식과 사람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원칙은 야간문화가 도시의 장기 계획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거 개발이 끝난 뒤에야 야간 생활을 고려한다면 갈등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계획 초기부터 야간문화를 함께 고려하면 공존할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다만 도시가 성장하길 원한다면 더 많은 주택뿐 아니라 더 많은 공원과 여가 공간, 문화공간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요.
저는 이 사안이 우리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공공적 가치의 기준선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지만, 그것은 특정 시점의 현장을 담은 스냅사진에 가깝습니다. 현장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방문자 수와 경제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측정하기 쉽지만, 그러한 수치만으로 야간문화의 모든 가치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적 다양성, 예술가를 위한 기회, 새로운 인재의 성장, 사회적 연결, 포용성, 문화 공간의 확보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결과는 본질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렵습니다. 훗날 중요한 예술가로 성장할 예술가를 처음 발굴한 그 장소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또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공동체의 중요성은 또 어떻게 수치로 나타낼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정책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무엇을 성공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보다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본격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기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태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암스테르담의 야간문화 비전도 관계자들을 시청으로 초청해 부시장과 의견을 나눈 여섯 차례의 대규모 간담회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울의 야간문화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가장 시급한지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이미 누가 야간문화를 만들고 있는지, 그 활동이 어디에서 이뤄지는지, 어떤 공간과 공동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지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그 후, 저라면 구조적 조건을 살펴볼 것입니다. 공간, 허가, 교통, 안전, 재원, 주민과의 관계 등 말이지요. 그리고 서울이 말하는 야간문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야간문화가 단순히 야간경제나 관광을 가리키는 또 다른 용어가 된다면, 그 안에 담긴 중요한 문화적 잠재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Asha Prins
10년 뒤에도 암스테르담의 야간문화가 여전히 다양하고 실험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기존의 문화기관부터 소규모 독립 공간과 새롭게 등장하는 콜렉티브까지, 서로 다른 형태의 야간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 도시를 보고 싶습니다. 특히 그러한 공간들이 일부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도시 곳곳에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야간문화를 문제가 생겼을 때만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야간문화는 문화·사회·경제적으로 암스테르담을 암스테르담답게 만드는 도시의 한 부분으로 이해돼야 합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간입니다. 야간문화가 존재할 장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다른 모든 정책적 목표도 실현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스테르담 야간문화 정책의 다음 단계는 공간과 도시계획, 인프라를 비롯해 도시의 미래 발전 과정에서 야간문화가 차지할 위치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어야 합니다. 정책 목표는 오늘날의 밤을 현재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야간문화는 계속 변화해야 합니다. 우리의 책임은 그러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정리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커뮤니케이션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