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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0월호

118

아티스트 이자람의
‘커다란 세계’

2016년의 대화 목소리 단 하나만으로 세상의 온갖 의성어, 의태어를 모두 표현하는 세밀함과 일상을 오롯하게 가져오는 관찰력은 세상을 웬만큼 톺아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그녀의 어딘가에는 세상의 온갖 것을 담아놓고 숨겨둔 주머니가 존재할 듯한 의심 아닌 의심이 드는 이유다. 이자람에게 이런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얻냐고 묻자, “세상을 얼마만큼 컬러풀하게 받아들이냐는 물음이냐”는 질문이 되레 돌아온다. (…) “저도 거의 세상을 흑백으로 받아들여요. 그게 숙제죠. 흑백이었던 제 삶이 작업할 때 먼지를 털어내고 비로소 애써 색깔을 입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도 가끔 운이 좋을 때예요.”

2023년의 대화 난 인터뷰로부터 지금의 삶은 조금 더 컬러풀해졌나요, 아니면 흑백의 시간이 길어졌나요?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삶의 아름다움은 어디/무엇에서 발견하나요.

“이번 인터뷰를 위해 지난 인터뷰를 읽으면서 ‘멋있는 말 많이 했네’ 감탄했습니다. 아마 삶의 챕터 하나가 마무리되어야 하던 시기에 했던 인터뷰인가보다, 너 참 고생했구나, 생각도 했고요. 저는 잘 지냅니다. 그 사이 반려견 로키를 만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일구고, 새로운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며 조금 더 공부할 것들이 주어졌고, 계속되는 삶 사이사이의 호된 가르침 속에서 매일 열심히 좌절하고 넘어지고 또 일어서면서 생을 지속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을 굳이 말하자면─어쩌면 전과 달라졌기를 바라는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한숨 돌리며 내 생을 이루고 있는 일상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순간이 전보다 조금은 주기가 짧아진 것 아닐까 싶습니다. 삶의 아름다움은 매순간에 숨어 있고, 그것을 볼 수 있는 찰나에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6년의 대화 이자람은 전통을 좋아하고, 전통 판소리가 주는 힘을 믿었고, 특히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 유산을 재산을 증식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사는 데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판소리를 잘해야겠다, 명창이 돼야겠다 등은 그녀의 목표가 아니었다. 소리로 자유로워지는 것이 이자람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질수록 권력이 따라왔고, 사람들이 찾을수록 권위가 붙는 걸 느꼈다. ‘너 정도면 이래야 한다’는 시선도 그녀를 좇았다.
“저는 늘 전통에 대해 감사하면서 살아왔어요. 그걸 안고 작업해왔죠. 그런데 그것조차 버려야 하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물려받은 관습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관습적인 생각, 도제 교육이 준 권위 의식과 소리꾼과 고수는 어때야 한다는 강박. 이런 것에 대한 도의적인 선 긋기와 모든 순간을 의심해야 할 때가 온 걸 깨달은 거죠.”

2023년의 대화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지금의 나에게 ‘전통’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전통보다 좀 더 익숙한 ‘판소리’로 답을 대신하자면, 제게 판소리는 참 아름답고 놀랍고 고마운 예술 장르입니다. 놀라울 만큼 매 순간 새롭게 발견되며, 그래서 배움도 끊임없이 생겨나는 장르입니다. 도무지 이를 탐구하는 것을 멈출 이유가 하나도 없는 커다란 세계이기에 그 안에서 변화하거나 성장하거나 도태되거나 멈추는 것은 모두 제 몫이자 제 그릇입니다.”

2016년 12월호(vol.118)
이 소리꾼의 웅숭깊은 세계
이재훈(뉴시스 기자) | 사진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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