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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0월호

85

2014 - 2023
연출가 이경성의
나침판

이경성은 일상 공간이건 극장의 공간이건 그곳에 틈을 내서 공간을 새롭게 배열한다. 그와 공간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늘 보이지 않던 서사가 발견되고, 일상에 묻혀 있던 시간과 공간이 존재성을 회복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서술적 연출가라기보다는 구성적인 연출가다. 그리고 여전히 보수적인 한국 연극계를 향해 동시대적 화두를 던지는 젊은 연출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문화+서울]은 그가 <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극장편>2014을 선보인 해 인터뷰를 청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같은 질문을 다시 한번 던졌다.

언젠가 스스로 극장은 ‘불온한 공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연극적이면서도 동시에 정치·사회적인 맥락이 담겨 있는 것 같다.

2014 금기시까지는 아니지만 사회적 주류에 대한 반작용이 되었건,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반작용이 되었건, 뭔가 극장 밖의 현실과 충돌하는 지점이 극장 안에서 생겨야 이것이 극장 밖으로 나가도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강남의 역사>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긴급한 이야기를 가지고 극장에서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부모를 살해한 청소년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개인의 도덕성만 공격하면서 패륜아로 낙인찍고 있더라.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사회구조, 맥락에 대한 시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 것들이 나를 분노하게 했다. 구조가 개인을 만들지만 막상 그 구조 속에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문제적인 구조를 극장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2023 극장이 불온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10년의 세월 동안 우리 사회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현실에 대한 개개인의 감각과 경험도 그에 따라 변화하지 않았나.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바쁘고 정신이 없기에, 우리의 세계가 어떠한지, 세심하고 세밀하게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여 지금의 극장 안에서 어떻게 ‘거리두기’의 시간을 생성할 수 있을 것이며, 또 ‘거리두기’가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불온한 극장’은 스스로의 모순을 직시할 수 있는 거리두기를 통해 생겨난다고 본다.

좀 추상적인 질문 같은데, 갑자기 이경성에게 연극이 뭔지를 묻고 싶다.

2014 처음 연극 공부를 할 때는 거창하게, 예컨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단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면 금방 고꾸라지겠더라.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관객들 역시 자기 이야기를 하는 대화의 통로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의 천만 관객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확실히 영화가 중요한 매체라는 생각도 했었고. 하지만 그 천만이라는 숫자는 사실 허상이다. 그래서 나는 일대일 공연도, 네다섯 명 관객이라도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다.

2023 연극은 나를 살아 있게 하고, 이 세계를 탐험하게 이끌어주는 ‘나침판’이다.

2014년 3월호(vol.85)
공간을 탐험하는 자, 공간을 다시 쓰는 자
이경미(연극평론가) | 사진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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