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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8월호

이달의 아티스트한지혜
창작집단 인사리 대표·연출가·배우

창작집단 인사리 <끼리?>(서울 스테이지11) 배리어프리 인형극 | 2022

‘인사리’란 ‘벗하다’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각기 다른 재주를 가진 다양한 예술가가 모이는 창작집단 인사리는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누구나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주저함 없는 사회를 꿈꾼다. 여기(최병대) 작가의 그림책 〈콧물끼리〉를 모티프로,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2021 예술로 상상극장’을 통해 제작된 〈끼리?〉는 코가 없이 태어난 코끼리 ‘끼리’가 코 대신 생긴 콧물로 자신만의 놀이를 발견하고 즐거움을 느끼며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배리어프리 작품이다. 끼리는 초원에 건기가 찾아와 코끼리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자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서는데,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끼리의 모습을 통해 관객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경계를 없앤다면서 또 다른 경계를 만들고, 편견을 없앤다면서 편견을 쌓아가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경계를 없애기 위해서는 경계를 받아들이고 바로 보는 일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인형극에 배리어프리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가치가 충돌하는 것을 목격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대본으로 만들고 그것을 무대 위에 구현하는 작업은 시작에 불과했다. 배우는 자신이 맡은 인형을 조종할 때 수어 배우와 동선을 함께하기에 손짓말을 하는 수어 배우와 인형을 가리지 않도록 동작의 정도나 크기를 결정해야 했다. 조명감독은 문자서비스를 위해 조명의 조도를 조율해야 하는 동시에 수어 배우의 손짓과 표정이 어둠에 가리지 않도록 또다시 조도를 조절해야 했다. 코로나19로 방역에 엄격하던 시기, 시각장애인 관객이 왜 공연 전 소독한 극장에 먼저 들어와 무대와 인형을 직접 만져보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지 극장 관계자를 설득해야 했다. 무언가를 계속 자문하고 결정하고 “아!” 하며 깨닫고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공연을 함께 만들어가는 수많은 동료와 나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배리어프리가 선행됐다. 그리고 장애·비장애 관객이 같은 시간, 같은 극장에 머물며 눈빛을 나누고 같은 예술을 향유할 때 그간의 고단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벅차오르는 가슴, 목구멍에 뜨겁고 묵직한 무언가를 눌러 삼키는 순간. 누군가는 감성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감성 때문에 우리가 고단한 이 일을 멈추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극장에서 마주하는 서로가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세상을 꿈꾸며, 같은 꿈을 꾸는 더 많은 동료와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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