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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7월호

서울돈화문국악당 음악극 축제 <나무의 아이> 너를 닮은 작은 아이, 나무도령 이야기

비가 내리는 날, 일곱 살 아이와 함께 서울돈화문국악당으로 음악극 축제 〈나무의 아이〉를 보러 갔다. 관객들은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지만 아이들의 뒷모습만 봐도 들뜬 마음이 느껴졌다. 모든 어린이가 비슷한 마음이기를 바라며 아이와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시끌시끌하던 공연장이 암전과 함께 조용해지고 다시 조명이 켜졌다.

무대 중앙에 한 소녀가 등장한다. 소녀는 더워서 짜증이 난 상태다. 큰 책이 날아와 부채질을 해주자 기분이 좋아진 소녀는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한다. 나무도령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잠을 자던 마고여신은 갑자기 불어난 물웅덩이에 옷이 젖어 잠에서 깨어난다. 마고여신은 그 물웅덩이를 들어 올려 세상을 만든다. 어느 날, 마고여신은 세상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아이를 발견한다. 바로 나무가 아빠라는 나무도령이다. 나무도령은 모습이 다른 아빠를 가졌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는 큰 나무들을 베어버린다는 소문이 떠돈다. 이 소문을 들은 마고여신은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홍수를 일으킨다. 나무도령은 나무아빠의 도움으로 홍수를 피할 수 있었지만 나무도령을 놀리던 친구는 홍수로 인해 아빠를 잃는다. 이 사건으로 나무도령을 놀리던 친구는 비로소 자신의 아빠와 나무아빠가 다르지 않은 ‘아빠’임을 깨닫는다. 겉모습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모두 친구가 된다.
이 공연은 액자식 구성이다. 공연의 시작과 끝이 한 소녀가 책을 펴고 덮는 장면으로 이뤄져 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공연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또한 이 공연에는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자주 등장한다. 무대 위에서 사용하는 대도구들은 이동이 가능한 블록 형태로, 필요에 따라 의자·배 등 나무도령이 숨는 공간으로 그 쓰임새를 달리한다. 나무도령과 나무아빠가 대화할 때는 무대 뒤로 그림자가 크게 나타난다. 멧돼지와 개미는 각각 동물의 특징적 일부분만 소품으로 등장하고 모기는 소리로만 등장한다. 블록, 그림자 그리고 소품을 사용한 상황극에 대다수 아이가 열광했다. 연주자와 배우 사이의 경계도 자유로웠다. 연주자가 갑자기 대사를 하고, 연기하던 배우가 연주자와 어울려 악기를 연주했다. 짧은 시간 내 다양한 장치들이 관객들을 매료했다.
이 공연은 우리나라의 홍수설화 중 하나인 〈목도령과 대홍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설화 속에서 홍수의 역할은 자연을 거스르는 존재를 벌하고 자연을 지키는 것이다. 〈나무의 아이〉에서 마고여신은 자연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인간은 쓸모없다고 말한다. 마고여신은 나무도령에게 썩은 씨앗을 주며 살고 싶으면 꽃을 피우라고 숙제를 낸다. 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서로 도와주고 아껴주는 인간의 힘이다. 나무도령은 나무아빠에게 배운 대로 이 썩은 씨앗에게 정성을 다한다. 그리고 꽃을 피워낸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보다 강하다는 의미가 아닌, 인간애가 자연과 비견될 만큼 위대함을 의미한다. 꽃이 피었을 때, 나무도령이 탄 배가 홍수로 떠돌다가 섬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환호하며 박수 쳤다. 나무도령이 나무아빠와 헤어질 때는 관객석 아이들이 소리 내 울었다. 몸이 작다고 공감의 크기가 작지 않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극 중 상황과 등장인물에 더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아동극에서는 마치 공연장 전체가 무대인 것처럼 아동 관객의 반응 또한 작품의 일부라고 느껴진다.

서울돈화문국악당 음악극 축제 <나무의 아이> 현장

공연의 주제곡 제목은 ‘뭐가 보이니’다. 아이들은 이 공연을 통해 무엇을 봤을지 그 시선이 궁금했다. 나는 일곱살 아이와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 나무도령의 엄마는 누구일까?
아이: 투명해서 안 보이는 게 아닐까? 원래 다 엄마는 있잖아.
나: 홍수가 났을 때 나무도령은 왜 멧돼지, 모기, 개미를 구해 줬을까?
아이: 물에 빠졌으니깐 구해야지.
나: 공연은 어땠어? 슬프지 않았어?
아이: 음악도 아름답고 재밌었어. 슬픈 것도 재밌는 거지. 그거는 진짜가 아니잖아.
나: 그런데 나무가 아빠인 사람이 있을까?
아이: 아니, 그건 좀….

막이 내리기 전, 무대 위 모두가 부른 노래는 이 공연이 전하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노래의 가사 를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우린 나무야. 우린 꽃이야. 우리 같이 살아갈 세상, 함께 싹을 틔우자. 무럭무럭 자라서 남과 다른 빛깔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우리만의 숲을 만들자. 여기 보이니, 여기 보이니, 이 세상이란 아름다운 숲. 이제야 보여. 서로가
보여. 남과 다른 빛깔의 서로 다른 모습의 아름다운 우리, 우리가 여기.”
<우리만의 숲>

최권화_매일 우리집 거실과 주방으로 출근합니다. | 사진 제공 서울돈화문국악당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됐습니다. 원문은 웹진 [연극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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