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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4월호

이달의 작가오민수 작가

오민수 <신기술>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성경, 아두이노, 혼합매체 | 가변 설치 | 상영·작동 시간 18분 | 매시 정각 작동 및 상영

오민수 작가는 물류 자본주의의 동역학 속에서 매몰되고 소외되는 인간의 노동과 그 환경을 쫓는다. 개인전 <전기는 흐른다>(인스턴트루프, 2020) <후진하는 새벽>(앤프랙티스, 2019)을 열었으며, 단체전으로 <미래가 그립나요?>(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2021) <있지만 없었던>(서울시립미술관 SeMA벙커, 2021) <목소리>(전태일기념관, 2021) <더블 비전 Diplopia>(아르코미술관, 2020) 등에 참가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13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득 스쳐 지나간 도로에서 이런 글을 봤다. “양보하면 편한 길, 경쟁하면 죽음 길.” 때때로 진실은 굉장히 가볍다. 나는 항상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현상에 매료되고 그것들을 통해 작업하려는 사람이다. 나의 작업은 언제나 지겹게 반복되며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시작된다. 늘 머리보다 몸이 앞선다. 지금까지 여러 노동 현장을 누비며 살아왔다. 배달업체, 조리실, 건설 현장, 물류 창고, 택배 상하차. 내가 경험한 노동의 풍경에서 누군가는 늘 그늘에 앉아 있었고, 누군가는 늘 뜨거운 햇볕 아래 서 있어야 했다.
누군가는 이 시대를 첨단기술의 시대라 한다. 우리는 늘 기대하며 새로운 공간의 문을 연다. 촘촘하게 연결된 최첨단 서비스와 기술이 우리 생활을 에워싸고 있으나, 이면에는 항상 누군가의 지난한 노동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노동을 첨단의 눈부심으로 덮어버리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곁에 분명히 있지만 숨겨진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 우연히 두 개의 거울이 마주치는 순간,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촘촘한 공간이 무한히 연결되며 생성되는 것처럼.
지난 몇 년간 기계에 관한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인간의 노동력과 기계의 진보적 향상이 결합됐을 때 최고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뤄져 있다. 기계가 진보할 때마다 많은 사회 구성원은 불안을 토로하기도 하고, 생체적 자연으로의 회귀를 말하는 예술가와 이론가도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곁에 기계가 실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우리 사회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기계와 공존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다. 나는 지금까지 이 기이한 공생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동하지만 실제로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 현대 문명 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사람에게는 기계와의 공생이 매끈하고 편리한 서비스로 느껴지겠지만, 노동자층에서 그것은 절박한 생존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기계는 하나의 ‘주체’ 혹은 ‘개체’로서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나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한 기계의 영혼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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