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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4월호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다음
온라인 공연 여는 뮤지션 강백수

강백수는 2010년 첫 EP <노래, 강을 건너다>를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뮤지션이다. 솔직하고 위트 있는 노랫말과 이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창법으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성실히 다져왔다. 그는 음악가이기에 앞서 2008년 등단한 시인이자 세 권의 에세이집을 낸 작가로 동시대 청년 세대의 ‘웃픈’ 현실을 글로 전해왔다. 지난 3월 초, 그가 온라인 공연을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 곡씩 싱글 음원을 발표할 계획으로 활동에 박차를 가한 상황에서, 그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일정이 취소되는 등 직접적인 여파를 입었을 터였다.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타이틀의 온라인 공연은 당초 예정했던 3월 15일에서 일정이 조금 더 미뤄졌지만, 모금 계좌를 열고 관객으로부터 자발적인 공연비를 받아 그 수익을 전액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부하는 등 다른 계획은 변함이 없었다.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예술가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뮤지션 강백수로부터 들어보았다.

전반적으로 공연이나 행사가 많이 취소되는 분위기다. 많이 힘들 것으로 짐작하는데 예술인으로서 체감하는 현 상황은 어떤가.
사태가 심각하다. 내 경우 하루에만 일정 열여섯 개가 취소된 적도 있다. 요즘 업무 전화의 내용이 대부분 그런 것이어서 나중에는 전화를 받기가 두려워졌다.(웃음)

올해 한 달에 한 곡씩 싱글 음원을 발표하기로 하고 활동 중인데 차질이 클 것 같다. 뮤지션은 신보를 발표하면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깥 활동을 사실상 거의 못 하게 된 것 아닌가.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아무래도 5월까지는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통 우리 같은 뮤지션 입장에서는 한 해 동안 활동이 가장 많은 봄·가을 대목 중 하나를 잃은 것이니 1년 수익의 반을 잃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뮤지션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나처럼 오프라인 공연이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예술인의 경우는 타격이 더 클 것이다.

그런 와중에 유튜브 라이브 공연 ‘할 수 있는 일’을 열기로 했다. 어떤 계기로 공연을 기획했나.
의무를 다하고 나서 권리를 주장하라고 하지 않나. 뮤지션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 나의 의무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은데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운 상황이고, 온라인으로는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볼 수 있되 원하는 사람은 관람료를 계좌로 보낼 수 있게 입금 정보를 공개하고, 이렇게 거둔 수익은 전액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부한다. 보는 이들에게 기부를 독려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기부하고 싶었다. 뮤지션으로서 음악을 해서 일종의 책무를 하고 싶었달까.

‘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국가적인 재난 상황으로 인해 공연이나 행사가 취소됐을 때 그 피해를 주최측·대행사·아티스트가 각각 어느 정도로 부담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제도상의 보호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출연료의 몇 퍼센트는 어느 쪽에서 보전한다’는 등의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체로 ‘을’인 아티스트 입장에서 모든 일에 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이후 섭외에서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티스트는 공연이 취소됐을 때 결과적으로 계약금 전액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입장이다. 공연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비워두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은 물론 공연을 준비할 때 드는 물리적인 비용이 있는데, 그런 게 인정되지 않으니까. 지금과 같은 재난 상황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책임을 지거나 고통을 분담하는 비율이 제도적으로 정착돼, 지금과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아티스트로서 나의 일을 다하고 싶다는 의미다.

마음이 어려운 때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 그렇게 공연해서 거둔 수익을 기부하는 것,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소위 ‘을’이 고통을 떠안는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메시지를 전하는 것 모두 이번 공연의 취지인 셈이다. 공연은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는데.
처음 기획할 때는 평소에 하던 공연과 동일하게, 장소도 대관해서 하려고 했는데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너무 침체돼서 그런지 호응도가 높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장소를 협찬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호응이 있어야 장소를 협찬해 주시는 분들의 매장 홍보 등에도 도움이 되는 터라, 예상과 달리 진행된 부분을 조정하기로 했다. 공연일을 조금 늦췄고, 규모를 축소해 유튜브 라이브처럼 진행할 예정이다.

2017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께 노래를 들려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음악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는 대목이 있었다. 4월이 다가오니 자연스레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되는데, 지금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사건이었지만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지금과 견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공연을 기획하고 움직일 때 가장 중요한 계기로 늘 기억하게 되는 것이 세월호 참사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마치 사회가 예술인에게도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들었던 마음은 ‘이럴 때일수록 예술이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였다. 적어도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당시 공연을 많이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공연이나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공연을 하러 갔고 지금도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동료들과도 이런 얘기를 종종 하나.
세월호 때엔 그런 얘길 많이 했다. 당시엔 나도 뮤지션으로서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에 동참해서 이런 때엔 조용히 있는 게 옳은 일일까, 아니면 공장이 돌아가고 버스나 지하철이 다니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면 되는 걸까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곤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번 공연 제목이 더 와 닿았다.
예술가들이 해낸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당시에 국민을 위로하는 건 섣부르고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참사에 대해 기록을 남기는 데엔 예술인들이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뭘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게 된다.

공연을 준비하며 평소 공연과 다르게 목차(세트 리스트)를 짠다는 등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을까.
일단 무조건 ‘신나게!’ 하려고 한다. 모두들 침울해 있지 않나. 나는 사람이 사는 데 세 종류의 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민이 있을 때 명확한 솔루션을 제시해 주는 친구, 또 하나는 ‘나도 그런 고민이 있어’라고 공감하는 친구, 그리고 ‘에이, 그냥 술이나 마시자!’ 하고 고민을 잊게 만드는 친구다. 그중 솔루션을 제시하는 건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공감하는 행위는 예술의 방법으로 그것을 기록하거나 애도하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세 번째인 ‘에이 술이나 마시자!’다.(웃음) 공연을 통해 일단 긴장을 풀고 힘을 내자고 이야기할 생각이다.

글 쓰는 일을 겸하고 있다. 올해 시집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책은 7월에 나올 예정이다. 올해 매월 발매되는 싱글도 이미 준비해 놓은 것이고 시집도 그간 틈틈이 써둔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작년에 일을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해서 올해 활동을 많이 하려고 했는데….(웃음)

재난에 처했을 때의 인간을 다룬 《페스트》나 《눈먼 자들의 도시》같은 작품이 요즘 많이 읽힌다. 요즘 꺼내볼 만한 책이나 음악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아무래도 세월호를 계기로 만들어진 작품을 찾아보게 된다. 그때 묻어놓은 타임캡슐을 꺼내볼 만한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음악 중엔 여러 아티스트가 함께 작업한 컴필레이션 앨범 <다시, 봄> 프로젝트를 추천한다. 2015년 봄에 2014년 봄을 생각하며 만든 음반이다. 최근에 다시 들었는데, 비슷한 상황에서의 ‘예술가의 일’에 대해 참고할 만한 게 있다고 느꼈다. 그때 전반적인 분위기는 슬픔이었고 지금은 ‘공포’에 가깝지만 충격에 의한 패닉은 유사한 것 같다. 언론은 계속 자극적인 보도만 하고 싶어 한다. 어떻게 책임지고 대처하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공포와 충격을 증폭시킬지 혈안이 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SNS를 보면 기분 좋게 이 상황을 극복하려는 느낌이 든다.
의도적으로 공포를 보태고 싶지 않다. ‘무섭지 않은 척’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무서워하지 않는 대신 이 상황을 타개할 합리적인 제안이 있다면 협조할 수 있다. 이런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느 시점까지는 공연을 멈춰달라, 그동안 우리는 해결책을 마련해 보겠다’라든지 ‘그 기한 안에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을 경우 우리가 이 정도는 보상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대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무턱 대고 ‘이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라고 추상적으로 얘기하는 게 조금 답답하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궁금하다.
올해 12월까지 한 달에 한 곡씩 발매를 이어갈 예정이고, 7월에는 시집이 나온다. 그때쯤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좋을 텐데… 책이 나오면 북 콘서트를 정말 하고 싶다.(웃음)

글 이아림_객원 기자
사진 공간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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