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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2월호

동시대 연희의 답을 찾는 여정 서울시 연희단 육성지원 사업 간담회

서울문화재단은 전통과 현대를 아울러 동시대성을 담아내는 창작연희작품을 개발해 확산하고, 연희예술을 서울 대표 문화콘텐츠로 육성하기 위해 ‘서울시 연희단 육성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첫해인 2019년에는 전통연희 예술가와 단체에게 필요한 단계별 직·간접 지원사업을 구분해 진행하고, 연희 창작활동의 종합지원 체계를 마련하고자 현황 조사와 기본 연구를 시행했다. 2019년 서울시 연희단 육성지원 사업을 마무리하며 참여자들이 모여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동시대 연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일시
2020년 1월 10일(금) 오후 2시 30분~4시
장소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3층 회의실
사회
  • 장수홍 국악방송PD
대담자(소속, 참여 사업)
  • 김정이 비커밍콜렉티브 대표, 전통연희 증강랩(LAB) 설계
  • 홍보라 FACTORY 대표, 전통연희 증강랩(LAB) 조력자
  • 이지희 연희그룹 연화 대표, 전통연희 증강랩(LAB) 참여 예술가
  • 안대천 연희집단 The 광대 대표, 동시대 연희 창작작품 지원사업: 신규 작품 제작
  • 김기영 연희집단 갱 대표, 동시대 연희 창작작품 지원사업: 작품개발(리서치) 과정

장수홍

김정이

홍보라

이지희

안대천

김기영

장 수 홍

우선 각자 참여한 사업의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작업을 했는지 설명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 기 영

저는 창작작품 지원사업의 리서치 과정에 참여해 한 해 동안 팀원들과 신작을 위한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발표는 전시 형태로 했고 제목은 <전통의 조건들: 돌을 던지는 방법을 위한 리서치> 였어요. 4명의 리서처가 참여해 지금 무엇을 전통이라 부르는지, 전통이 작동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전통’이라는 단어가 붙을 때 생기는 불편함, 목적의식, 사명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전통의 개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부터 공부해보니 시대마다 전통이라 여기는 것이 달랐어요. 전시는 동시대에 전통을 구성하는 조건을 찾아 5부로 구성했어요. 1부는 ‘유령-전통’으로 근대가 시작되면서 전통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는데 사실 실체가 없는 유령과 같은 존재라는 점을 다루었어요. 개념이 형성되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필요에 의해 어떻게 활용되어왔는지를 보았습니다. 2부는 ‘장르-전통’으로 전통이 제도교육 안으로 들어오면서 관극화, 전문화되면서 하나의 장르가 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3부는 ‘오부리-전통’으로 ‘오부리’란 각종 행사공연을 뜻하는 공연계 은어인데요, 행정 시스템의 ‘세금 타당성’과 ‘성과주의’와 맞물려 공연예술에 흥겨운 이미지와 일관적인 역할이 들러붙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4부는 ‘컨템포러리-전통’으로 오늘날 컨템포러리 전통 공연의 탈맥락화, 개인성의 강조, 물성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재맥락화의 과정 없는 성급한 탈맥락이 어떻게 다시 ‘유령-전통’으로 회귀되는지도 보았습니다. 5부는 ‘재연-전통’으로 가부장제 아래서 전통을 유지하는 역할은 결국 여성에게 부여되고 공연에서도 여성에게 요구되는 이미지가 훨씬 강력하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각 부의 조건마다 첨예하고 독립적인 논리가 작동하고 이 조건들이 얽혀서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했습니다. 궁금하고 답답했던 것을 찾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이 사업이 있어서 끌고 나가면서 사고할 수 있었습니다.

장 수 홍

리서치 지원은 연희 분야에 처음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희가 심화되기까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부분을 해소해준 것 같습니다.

김 기 영

창작을 하려면 당연히 리서치를 해야 하는데 지원사업에서는 그 시간을 인정해주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리서치는 실질적인 시간과 노동이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여기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고 그 시간을 활동비로 받을 수 있어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 수 홍

이전의 지원제도는 빠른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야 했잖아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과정이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 기 영

처음에는 공연 리서치이니 쇼케이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심사위원들이 리서치에 좀 더 집중해서 전시로 하고, 공연을 너무 빨리 뽑아내려 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었어요. 전시라는 다른 결과물의 형태를 경험한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작품화 과정을 생략한 덕분에 다른 상상을 할 수 있었고 작업 과정을 공유하는 방식이 달라서 재미있었습니다.

홍 보 라

지금의 고민이 많은 젊은 연희집단이 하고 있는 고민이기 때문에, 올해 더 확장해서 공유하고 얘기하면서 공연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안 대 천

기존의 시행착오들을 남겨놓고 팀원들끼리 공유된 상황을 체크해놓으면 그 이후에 누가 하더라도 롤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장 수 홍

‘연희집단 The 광대’는 2019년 사업 중 가장 비중이 커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작업할 때 더 집중했던 부분과 기존의 창작지원과 다르게 도움이 되었던 점을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안 대 천

이 사업을 통해 <딴소리 판>이라는 공연을 했는데요. 이 시대에 연희하는 광대들은 ‘거지같다’라는 말을 해요. 작가가 거지와 광대의 공통점은 ‘내일이 없고, 지갑이 필요 없고, 염치도 없다’는 것이라고 했어요. 거지 이야기로 접근해서 광대를 거지의 시선에서 보았습니다. 그간 창작공연을 해왔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생각에서 접근했습니다.

장 수 홍

이 사업에 보완이 필요한 점을 얘기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원하는 분들은 예산이 많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몇 개월 동안 운영하고 완성된 작품을 올리기까지 고충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안 대 천

지원사업 예산을 집행할 때 금액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수준, 규모, 결과물을 생각하는데요. 공연을 만드는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지원에 걸맞게 구성을 하려고 합니다. 사실 기존 형식과 다른 것을 해보고 싶지만 구색을 맞추다 보면 제약이 생깁니다. 리서치, 쇼케이스도 허용하고 제도적으로 열려 있지만 저변에 깔려 있는 부분에 발목을 잡히면서 가는 상황입니다.

기분 좋은 충격을 준 증강랩
장 수 홍

사실 가장 관심이 가고 기대가 큰 사업은 증강랩이었는데요. 증강랩을 어떻게 알고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지 희

오해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지원금을 주고 쇼케이스를 통해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서 지원했습니다.

장 수 홍

전시에서 인터뷰를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랐지만 그것이 깨지면서 좋았던 지점이 있었다는 내용이 많았어요. 참여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점과 이 사업을 추천한다면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이 지 희

저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어느 정도 실력 향상을 기대했어요. 전통연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는 기대가 컸어요. 사실 참여자 중에 전통연희 분야 사람들은 많지 않았어요. 문화예술계에서 폭넓게 활동하는 분들과 전통연희의 동시대성이라는 주제로 고민하면서 어릴 때부터 전통 분야에만 있으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장 수 홍

동료와 후배들에게 전통연희의 실력 증진이 필요한지, 문화 전반의 이야기를 통한 확장이 더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지 희

개인마다 다를 것 같은데요. 저는 후자가 좀 더 맞았습니다. 연희과에서 기본적인 것과 전문적인 것은 배우고 사회로 나오는데요. 증강랩을 하면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부분이 많았거든요. 전통 쪽에 있는 모든 분들이 겪고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장 수 홍

설계할 때부터 이런 부분을 기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악계에서는 다양한 장르가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요. 증강랩을 기획하고 참여한 계기와 예술가들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 지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 정 이

증강랩은 정책 설계와 관련된 리서치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동시에 전통연희와 관련해 전국 현황도 조사했고요.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필요한 질문을 구성했고,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국 현황 조사를 진행한 까닭은 전통연희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혼란이 현장에 존재하고, 전통연희가 한예종이 생기면서 기획된 개념이라고 보는 입장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행정에서 전통연희를 지원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전통연희의 개념을 정리하고, 정리된 개념을 통해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제 전통연희를 파악해야 종합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증강랩인데요. 기존의 지원금을 주고 알아서 하게 하는 지원 구조에서 단체들은 힘들다고 하고, 창작은 알아서 유명해진 스타급이 아니면 드러나지 않았어요. 개인이나 단체의 책임이 아니라 행정의 지원 구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지원을 통한 창작 활성화가 미진했던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행정 혁신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만든 것이 증강랩이었습니다. 증강랩의 운영 방식은 기존의 교육이나 인력 양성 사업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구도를 해체하기 위해 참여한 모든 분들을 연구원으로 명명했고, 증강랩을 진행하면서 변화하는 것을 기록하고 보고서로 정리했습니다. 두 달간 진행하고 마지막 한 달은 매듭 프로젝트 준비로 전환했는데요. 초반에는 잘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통연희 참여자들은 타 분야와의 협업 경험이 부족하고 도제식 교육에 익숙한 상황이라 평평한 협업의 상황을 낯설어했어요. 방어적이기도 했고요. 반응이 올라오지 않다가 막판에 터지기 시작하는 순간, 참 경이로웠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때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보여준 일종의 장기자랑은 다소 기계적이고 준비된 인터랙션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매듭 프로젝트에서는 랩 연구원들이 인터랙션을 즐기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협업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통연희 신에서는 협업의 방법을 모르거나 두려워했어요. 모든 것을 내부에서 알아서 하는 구조가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열린 에너지를 받지 못했는데. 창작지원과 더불어 고립되지 않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낼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홍 보 라

저는 처음에 전통연희가 무슨 말인지도 몰랐어요. 기획자이고 시각예술을 베이스로 문화기획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를 낯선 곳에 두는 연습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전에 참여자들의 정보나 영상을 봐도 알다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고요. 처음 감을 잡고는 한 곳을 바라보는 무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판이 벌려지고 사방이 열려 있고 누구든 개입이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웠어요. 유연성과 즉흥성을 발휘하기 위해 워크숍을 진행했고요. 이들도 낯선 곳에 데려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동안은 왜 배우는지 모르고 했잖아요. 단단한 개인적인 견해를 가지고 전통연희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러닝’, ‘언러닝’, ‘리러닝’이 되게 했습니다.
기획 얘기를 하면서 ‘어쩌다 이들을 무서워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 있었어요. 참여자들은 기획할 생각이 없다는 거예요. 제가 “모든 행위가 기획이다. 기획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기획을 안 하는 건 이야기를 안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해도 소통이 안 되었어요. 그러다 순간 ‘아차’ 했어요. 저에게 예술가로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창작이었어요. 기존의 질서를 숙련된 몸의 기술로 받아들여 수행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전통의 기본 룰을 몰랐던 거죠. ‘창작과 기획을 안 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거기까지 깨닫는 데 한 달 반이 걸렸어요. 이들은 창작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자신 있는 것을 자신의 목소리로 하는 것도 창작이거든요. 그 부분이 깨지고 나니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서로 오해한 부분을 깨달은 놀라운 순간이었어요.
저는 원래 관심 있었던 협업에 집중했는데요. 협업, 창작, 개인 브랜딩을 하는 내용이었는데, 마지막에 개인 작업을 하면서 개개인의 브랜딩이 잘되어 있고, 협업에 있어서 말도 안 되게 유연한 유형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어요. 짧은 시간에 해낸 것도 놀라웠고, 임계점에 달해서 폭발한 것이 아닌가 했어요. 굉장히 유효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언러닝’에서 ‘리러닝’이 될 수 있도록 이후에도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광대 탈놀이 <딴소리 판>.(연희집단 The 광대 제공)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
장 수 홍

저는 이 시대가 창작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통연희를 하는 분들이 브랜딩하고 가치를 만드는 것보다 창작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 것도 분명하지만, 전통으로서 동시대성을 가져가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업에 참여한 분들은 관객을 만나는 방법과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안 대 천

저에게 연희의 범주는 마당에서 했을 때 좋은 공연, 하고 싶은 공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과 벽이 없고 최대한 가까워야 합니다. 공연장에서 객석과 무대를 최대한 가깝게 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만날 때마다 반응이 다른 관객을 어떻게 소화할지, 있는 그대로 맞닥뜨릴지에 대한 고민이 있고요. 저희는 연령대 제한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지향하기 때문에 관객을 만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김 정 이

조사를 해보니 동시대 창작이 무엇인지 질문은 던지지만 방법론이 우리 안에 없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내재된 창작이 없으니 연극의 기법을 넣어서 구조를 만들려고 해요. 연출가, 작가, 대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계속 연극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즉흥성, 마당, 열리고 닫힘, 매듭과 풀어짐이 있는데, 왜 이런 것을 버리고 연극에서 찾으려 하는지 안타까웠고요. 창작의 결과물은 관객의 반응을 살피면서 인터랙티브를 증폭시키는 유형과 내 안의 것을 퍼포먼스로 연결하는 경향으로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후자는 너무 사변적으로 가서 무겁게 풀리는 단점이 있고요, 관객 중심 유형은 연극적으로 풀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동시대는 내 안에 천착된 깊이 있는 무언가, 전통연희에서 ‘흥’, ‘한’이라 불리는 것을 전면에 어떻게 내놓는지의 문제로 보이고요. 매듭 프로젝트에는 개별화된 자기 이야기가 있었고 조력의 방식을 적절히 활용했어요. 열려 있고, 가볍고, 재미있고, 성찰도 있었습니다. 8개 프로젝트 모두 참여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지점이 발생했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개인의 강한 것들이 관객들과 만나는 접점을 마당 안에서 만들어내는 장면을 봤거든요. 전통연희가 가진 매력 같아요.

홍 보 라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기획의 중요한 단어 중 하나는 ‘relevancy’라고 했어요. 자기와 관련이 있어야 관심이 생기고 재미있어지거든요. 전통연희를 하는 분들은 재주가 참 많고 매력적인데요. 계속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해요. 시각예술은 언어를 확장해서 외연이 크게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어요. 이를 차용해서 ‘relevancy’를 만들어서 재능을 키우자고 했어요. 이전의 작업들은 모든 것이 남을 향해 있고, 재능에 비해 언어가 거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 개인의 관심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반복해서 나온 주제가 ‘동물’이었어요. 동물권, 동물에 대한 사랑을 공연으로 하면 여러 사람들과 연결고리가 생기거든요. 개인을 바탕으로 관심 있는 주제의 연결고리를 만들면 현대성을 갖게 돼요. 기존의 질서 안에서 타인과 연결하는 부분에 연구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 수 홍

전통예술은 오랜 기간 대중화, 세계화, 현대화, 이제는 동시대성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보니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통에 대한 가치는 다르게 인식되고 있어요.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작업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동시대적인 연희가 무엇인지 듣고 싶고요. 이번 사업에 참여하면서 변화된 지점이 있다면 같이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 기 영

저는 전통에 따라붙는 현대화, 세계화, 대중화, 동시대성이라는 말을 싫어했어요. 전통은 현대화해야 하고, 동시대적이어야 한다는 사명이 싫었어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고, 배우고 경험한 것 안에서 생기는 문제의식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지 그런 사명을 가지고 작업한 적은 없어요. 그래서 이 질문이 어려웠거든요.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요. 전통판에서 전통과 창작을 나눠서 생각하는 것도 이상해요. 지금 전통이라 믿고 있는 것도 현대에서 전통이라 부르고 싶은 방식으로 편집했다고 생각해요. 그거야말로 현대화된 전통이에요. 큰 오해가 있는 거죠. 전통을 원형적인 것으로 신화처럼 어딘가에 두고 계속 현대화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자체에 문제를 느끼고 있었어요. 리서치를 시작한 계기도 그런 문제의식이었고요. 이번 리서치 이후로 제가 어떤 조건에서 예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크게 달라졌어요.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도 지금 내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동시대의 조건을 파악하는 일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 희

저는 증강랩의 영향을 받아 예술적 가치관이나 생각들이 뒤집어졌어요. 처음 면접에서도 동시대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시대를 잘 반영하고 시대에 맞게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고 답했어요.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어요. DDP에서 공연한 <투명인간>도 그냥 투명인간이 되면 어떨지 상상하고 얘기해보면서 나왔어요. 기존의 것을 나만의 견해를 가지고 파헤쳐보는 식으로 했어요. 사실 공연 형식은 별반 다를 게 없었어요.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나로부터 시작해서 만들었어요.

안 대 천

반성하는 자리이기도 한데요. 우리는 시대가 원하는 것에 너무 맞추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항상 했어요. 전통이라는 경계를 벗어나면 알아서 돌아오려는 귀소본능이 있어요. 그 선을 따라 넘어보면서 줄타기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완성도와 기준치에 대한 생각, 싸고 가벼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를 가지고 공연을 준비해요.

이 지 희

저는 너무 아름답게만 풀어내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통연희의 콘텐츠를 가져와 포장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것을 깨기 위해 노력했어요.

발전하고 성장하는 지원사업
장 수 홍

2019년에 참여한 사업이 분명 도움이 되었겠지만, 전통연희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지원제도에 대한 제안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안 대 천

동시대를 살아가는 윗세대의 생각이 담길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사실 새로운 생각은 나이대가 상관없더라고요. 기량이 좋은 윗세대와 중간 세대, 젊은 세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장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우리 안에 갇혀서 옳다고 생각하고 달려온 건 아닌지 돌아보고, 위아래를 살펴보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정 이

윗세대, 이런 이야기가 유일하게 나오는 예술 신 같아요. 특이점 중 하나이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지원, 동시대 창작지원 각각은 문화재청, 전통문화예술진흥재단의 역할과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역할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동시대 창작 영역에서는 전통연희가 보존에 국한된 ‘전통’의 안전망을 떼고 다른 장르와 붙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희는 ‘전통’을 떼도 다른 예술 신보다 ‘힙’하다고 생각해요. 해외공연을 가장 많이 하는 장르이고요. 해외에서 전통연희가 그냥 신기해서가 아니라, 가치 있고 좋아서 초청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때가 왔어요. 리서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홍 보 라

예술은 매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해요. 매력이 ‘relevancy’예요. 예술가 개인으로부터 시작한 것이 매력 있다면 어떤 종류든 살아남게 되어 있거든요. 전통이라서가 아니라, 매력 있기 때문에 살려야 하는 것이고 그 매력은 ‘relevancy’에서 발생해요. 어디에서 매력을 느끼는지 스스로 관찰하고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하면 확장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장 수 홍

같은 고민을 하는 중간 세대들이 원로들과 공연을 하고 있고요. 창작이 아닌 전통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 젊은 예술가들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공간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요.

김 기 영

연희는 크게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는 작업이라 도시에서는 연습실을 찾기 힘들어요. 무용 연습실은 방음이 안 되고, 방음이 되는 곳은 좁아요. 개인 연습실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만큼 큰 공간을 잡기 어렵고요. 공간을 만든다면 소음 문제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천장도 높아야 합니다.

홍 보 라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니 전통연희에는 굉장한 ‘formality’가 있어요.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해요. 이 분야에서는 통하는 방식이고, 보여지는 것에서 노력의 결과가 전달된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도 단단한 형식이 있으면서 실제 내용은 열어놓고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장 수 홍

서울시 연희단 육성지원 사업은 지원금만 주고 끝내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아가는 지원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사업을 통해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을 잘 선별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호가 입장에서 예술가 스스로 다양한 방식의 작업으로 확장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면서 성장하는 단체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정리 전민정_객원 편집위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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