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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상담소

12월호

별자리 운세도 신통치 않을 때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립니다
“똑똑똑… 여기가 ‘예술적 상담소’ 맞나요?”
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립니다. 서울문화재단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문화+서울]을 1년 동안 보내드립니다.

회사에서의 협업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소규모 회사에서 일하다 최근 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업무 진행 시 매번 협업을 해야 하는 게 예전 회사와의 차이점입니다. 저는 분야별 전문가와 다양한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며 질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 게 협업의 장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협업을 해보니 이 장점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협업할 인원이 많아지면 간단한 의사결정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해관계가 얽혀 분쟁이라도 생기면 모든 게 중단되기도 합니다.
결과물이 좋으면 기적이고, 본전치기는 요행입니다. 기적과 요행이 없다면 상처는 배가되고, 심하면 다시는 안 볼 사이가 되기도 하는데 이건 또 협업의 덤(?)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협업하며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힘들 것 같습니다. 협업이란 프로세스가 문제인지, 협업 구성원의 문제인지, 전사적으로 문제가 있어 그런 건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딱히 해결책이 없다면, 선문답 같은 얘기라도 들으며 위로 받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근에 이직을 해 업무 내용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되셨군요. 아마도 규모가 큰 회사이다 보니 여러 팀이나 부서에 분야별 전문가가 있어 협의해가면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나 봅니다.
어떤 상황이든 사공이 많아지면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많아지고 말씀하신 대로 결과를 내기까지 시간과 에너지가 더 많이 들게 되지요.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이직 전보다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편치 않을 것 같네요.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고 덜 피곤해지려면 몇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협업의 특성 생각해보기

우선, 협업이라는 프로세스의 특성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말씀하신대로 협업의 장점은 “분야별 전문가와 다양한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며 질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지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다른 전문가가 깨닫게 해주고, 그 의견을 수용해서 결과물을 수정하고 개선해가는 과정을 통해 흔히 말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한 사람의 생각보다 두 사람의 생각이 더해지면 결과는 좀 더 정교해지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업이라는 프로세스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구성원의 생각은 같을 수 없고 다른 생각들 간에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니까요.
하나 실제적인 업무 상황을 보면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그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흔합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협업 주체들이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면 시간의 압박까지 더해집니다.
그래서 실제적인 협업의 목표는 ‘협력하여 질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 적절합니다. 협력이 아니라 타협해야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타협이란 내가 원하는 것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포기한 부분을 생각하면, 구성원 누구도 결과에 대해 완전히 흡족할 수는 없는 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시간과 비용 등 자원의 한정된 조건을 생각하면 최적의 결과라는 것을 인정하고, 타협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에서 의미를 찾아야 마음에 짐을 지우지 않고 다음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협업 과정에서의 갈등 다루기

둘째는 협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다루는 방법입니다. 협업에서의 갈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는 것 역시 업무에서 필연적인 부분입니다. 갈등이 상처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협업 과정에서 나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으면 나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거나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 경우 자존심이 상해 다시는 그 사람을 보고 싶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타협 후에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그 이슈를 넘어 나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으로 확대할 경우 ‘상처’가 더 깊어져 오래갑니다. 나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서 언짢더라도 업무에 대한 부분으로 경계를 짓고, 개인적인 부분으로까지 확대해석하지 않아야 합니다.
만일 상대방이 업무 이슈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서 나를 적대적으로 대한다면, 그 사람도 갈등을 단지 일로 받아들이고 자존감을 회복해야 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시간을 주고 기다리거나 적극적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면 상대에게 칭찬과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상황은 바꿀 수 없으니 마음을 바꿔보기

끝으로, 지금 힘든 마음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보면 좋겠네요.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협업이라는 과정 자체에 어려움이 있고 그로 인해 인간관계에도 갈등이 생겼을 것입니다. 또 이직으로 인해 달라진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는 부분도 있을 거고요. 협업의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크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려는 의욕 때문에 현실적으로 성취하기 어려운 기준을 세운 건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높은 기준은 성과 개선과 발전에 필요하지만, 이상과 현실적인 목표 수준은 구분해서 설정해야 심리적 소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만일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 가장 큰 마음의 짐이라면, 관계의 긴장감에 대한 나의 내성 수준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관계의 긴장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흔히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의 무게까지 함께 지려고 합니다. 긴장감이 두 배가 되니 오래 견디기 힘들지요. 각자의 감정은 각자의 몫입니다. 나는 상처받은 내 마음을 달래는 것만 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 내가 필요하다면 상대가 요청할 것이고, 그때 도움을 주면 됩니다. 그때까지는 거리를 두는 것이 갈등과 긴장 속에서 내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경험적으로 보면, 직장생활 고민은 업무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업무를 지속하는 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비록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은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혹시 바꿀 수 없는 부분에 쓰고 있는 에너지가 있다면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을 조정하는 데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답변 이현주_KPAC(한국인성컨설팅) 이사. 약 20년간 스트레스 관리, 대인관계, 리더십, 일 과 삶의 균형 등 직장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상담과 코칭을 해오고 있다. 최근 <직장생활의 99%는 관계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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