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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2월호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 센터고쳐 만든 집, 시간을 안내하다
인구 1,000만여 명이 사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경계는 어디까지 일까. 서울의 경제 및 생활 중심이 남쪽으로 쏠린 지 오래지만 상징적인 문화 중심은 여전히 사대문 안이다. 그 사대문을 연결하는 한양도성은 서울의 지리적인 경계를 분명히 하는 물리적인 장치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고 빠른 근대화를 이루어낸 이 도시에서 성벽의 많은 부분은 훼손되었다. 성곽이 생활 장소가 아니라 역사유산으로 남은 지금 공공 영역에서는 성곽을 부분적으로 재건하고 새롭게 살리려는 여러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 센터(이하 한양도성 전시·안내 센터) 또한 이러한 취지 아래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1, 2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 센터 외부 전경.

80년을 거쳐온 집

한양도성 전시·안내 센터는 서울시 시장들이 거주하던 공관을 건축가 최욱이 리노베이션해 2016년 겨울 문을 열었다. 1941년 개인주택으로 지어진 이곳은 1959년부터 1979년까지 대법원장 공관으로 사용하다가 1981년부터 2013년까지(18대 박영수 시장부터 35대 박원순 시장까지) 서울시장 공관으로 이용되었다. 서울 사소문 중 하나인 혜화문 인근에 위치한 이 주택은 높은 지대에 한양도성 벽과 면한 상태로 놓여 있다. 본격적으로 한양도성 재생 사업을 시작함에 따라 성벽에 붙은 이 건물 또한 철거 논의에 올랐으나 80년 가까운 이곳의 오랜 이야기들을 보존하자는 의견에 따라 살아남았다. 이후 한국식과 일본식 건축 구법이 절충된 본 목조건물을 고쳐 짓기로 결정하고 한양도성 방문객과 지역주민을 위한 안내 센터로 변모했다.
한옥을 대상으로 현대적인 건축 실험을 진행해온 원오원아키텍스의 대표 최욱이 이 건물의 리노베이션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필자는 물론 문화계의 관심과 기대가 컸다. 그는 서울에 도시한옥 붐이 불기 이전인 2000년대 초부터 삼청동의 한옥 스튜디오, 사간동의 두가헌, 학고재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전통·근대 건축 리노베이션 작업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공공 영역보다 자본의 규모가 큰 민간 영역에서 주로 활동해온 그가 서울시의 주택 하나를 리노베이션하는 공공 작업을 맡았다고 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세간의 궁금증도 컸다. 결과적으로 최욱의 손을 거친 한양도성 전시·안내 센터는 한정된 예산을 충분히 극복하고 근대유산의 리노베이션 원칙을 충실히 살리고 있다.
원오원아키텍스는 세계유산제도를 존중하며 다음과 같은 의도로 이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첫째 “원형에서 증·개축된 부분은 제거하여 원형 배치 회복을 원칙으로 한다”, 둘째 “기둥 및 천장등의 주요 부재의 원형은 보존하고 구조 보강용 부재와 기타 새로운 재료는 원형의 구조, 구법 및 재료와 구별되도록 한다”, 셋째 “대지와 건물의 관계를 유지하되, 지속가능한 사용을 위하여 사회적으로 유용한 목적을 위한 활용(전시·안내 센터로서의 기능)을 추구한다”. 이렇듯 단순한 공간의 복원이 아니라 축적된 시간의 여러 장면을 다양한 재료로 섬세하게 구분 지으면서, 새로운 기능을 담을 수 있는 현대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사적인 주택이 공적인 전시공간으로 변화할 때 고려해야 하는 지점들이 있다. 공간의 스케일, 바닥 질감, 창문 배치, 동선의 흐름 등을 조율해야 하는 건축가의 작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개입을 통해 역설적으로 과거의 시간을 환기시키는 건축가의 전략은 유산을 다루고 해석하는 뚜렷한 한 가지 태도를 보여주는 셈이다.

3 근대유산의 리노베이션 원칙을 살린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 센터 내부 모습.

시간을 기억하는 법

결과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이 공공건물을 개관하기까지 온전히 행정기관의 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공공건물은 입찰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수행되기에 예산의 한계가 뚜렷하다.
한양도성 전시·안내 센터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통문화 지킴이로 활동하는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사업을 기획하고 네이버가 후원하여 완공되었다. 600년 역사의 한양도성과 혜화동 일대에 대한 문헌학 자료들과 건축 모형 등으로 구성된 전시는 한양도성이라는 과거의 이름을 지금 우리가 실감할 수 있는 대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만든다.
한편 한양도성 전시·안내 센터를 한양도성 순성을 위한 표식지가 아닌 휴식을 위한 일상의 공간으로 즐겨도 좋겠다. 한양도성이 가로지르는 혜화동 일대의 고즈넉한 주택가를 산책한 뒤 잠시 쉬어가는 장소로도 손색없기 때문이다. 과거 누군가의 정원이었을 한양도성 전시·안내 센터의 야외공간이나, 성북동과 혜화동 주변의 지금 이 도시의 풍경을 탁 트인 시야로 즐길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일상적인 행위야말로 본래 이 장소가 가지고 있던 ‘집’이라는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 정다영_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공간> 기자를 거쳐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전시 기획과 시각문화 연구를 진행하며,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출강 중이다.
사진 제공 서울특별시 문화본부 한양도성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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