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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1월호

온라인 플랫폼의 시대, 생경한 콘텐츠의 탄생
웹판소리 프로젝트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

플랫폼의 시대,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지금, 한국의 전통을 화두로 한 웹판소리 프로젝트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이 진행되고 있다. 김탁환 작가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원작으로, 작창된 판소리가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판소리가 생경한 전 세계 시청자에게 이 콘텐츠가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1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 포스터 콘셉트.
2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 작창 녹음 현장, SBA 미디어 콘텐츠센터 5층.

구글의 알고리즘, 그리고 글로벌 OTT의 시대

온라인 플랫폼 시대의 왕은 다름 아닌 ‘고객’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고객의 온라인상의 다양한 행동 패턴과 시청 습관에 기반하여, 최적의 콘텐츠를 추천한다. 고객들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과 함께 지속적으로 진화해나가고 있는 그들의 ‘알고리즘’(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은 과거 신문의 지면, 공중파의 황금시간대를 민주화·개인화시켜버렸다.
민주화되고 개인화된 나만의 플랫폼에 유튜브는 어떤 콘텐츠를 어떤 기준으로 노출시킬까? 유튜브의 인공지능이 판단하는 좋은 콘텐츠의 기준은 고객의 콘텐츠 시청 시간, 콘텐츠의 공유 횟수, ‘좋아요, 싫어요’의 숫자 대비, 댓글의 긍정성 여부 등 정량·비정량 데이터를 종합하여 결정된다. 유튜브는 이와 같은 기준으로 좋은 콘텐츠로 판단된 콘텐츠들 틈새로 광고비를 지불한 기업의 콘텐츠를 노출시키고, 노출 대비 클릭 수 및 시청 횟수에 따라 광고비를 과금한다. 때문에 기업 역시 목표한 고객층과 호흡하며 스토리텔링과 공감력을 갖춘 브랜디드 콘텐츠를 기획하지 않으면 광고비의 R.O.I(투자 대비 수익률)를 맞출 수 없다. 고객 중심의 프레임워크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구글의 알고리즘은 광고주와 콘텐츠 공급자에게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할 것을 강제한다. 시청자의 폭과 시청 시간은 늘어가고, 유튜브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서의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비단 유튜브뿐만 아니라 코드커팅(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인터넷 TV, OTT(Over The Top)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상징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동영상 서비스인 OTT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아마존 등 기존 강자와 더불어 페이스북·구글 등 플랫폼사, AT&T 등 이동통신사, 디즈니 등 전통 콘텐츠 사업자까지 모두 OTT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국내 방송사와 통신사들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 OTT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3 최용석 명창과 김효찬 작가가 출연한 서울문화재단 스팍TV 유튜브 콘텐츠 촬영 현장. SBA 미디어 콘텐츠센터 6층.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 그리고 팬덤 문화

(글로벌) 플랫폼과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한국의 전통’이라는 화두를 동시대적 트렌드(매체와 콘텐츠의 포맷의 관점에서)와 결합시켜 전 세계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기획은 위험해 보이지만 매력적이다. 미국 시사 잡지 <애틀랜틱>의 부편집장 데릭 톰슨은 <히트 메이커스>라는 저서에서 세상을 사로잡는 히트작의 성공과학은 새로운 것과 기존의 것, 불안과 이해라는 양극적 요소를 적절히 결합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이라는 웹판소리 프로젝트 역시, 청계천 수표교의 달문과 판소리, 모션 그래픽 노블과 유튜브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결합해 만들어낸 ‘생경함’이 기획의 시작이 됐다. 김탁환 작가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각색한 작품으로, 작창된 판소리가 내러티브 전달의 축을 이룬다. 판소리 리듬과 동기화된 일러스트 이미지는 의성어, 의태어, 따옴표 등 전통적인 그래픽 노블의 요소들과 함께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끝까지 가난한 이들의 곁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거리의 삶’이라 요약할 수 있는 달문의 휴머니티는 청계천의 수표교나 동대문의 인삼 가게로 상징되는 18세기 영조 시대 한양의 거리 냄새와 그 결을 같이한다. 20세기 문학의 구도자이자 사상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그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이야기했던 원시적 자유로움과 휴머니즘이 지중해 남부의 크레타 섬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다.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재해석되고, 향후 AR, VR 등 새로운 포맷을 포용하며 동시대적 공간의 가치를 더하는 콘텐츠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온라인 플랫폼 시대의 왕인, ‘고객’의 팬덤 구축이다. 이지영 교수는 <BTS 예술혁명,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라는 저서에서 “‘방탄현상’은 비중심화된 리좀적 체계를 보여준다. 이 체계는 거대 자본이나 이와 연계되어 있는 미디어 권력 같은 단일한 권력적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미와 방탄은 어느 하나가 중심이 아니라 서로 친구이자 조력자로서 수평적 관계를 맺고 있다. 아미 역시 방탄 팬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는 아무런 이해관계나 유사성도 없는 무수히 다른 뿌리줄기들의 연결접속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리좀적 체계는 구글의 알고리즘의 진화와 그 결을 같이한다. 아미는 그야말로 군대와 같은 응집력으로 음원 구입뿐 아니라 스트리밍 콘텐츠의 공유 및 확산, 트위터 리트윗, 언어 번역, 라디오 방송 선곡 신청, 발표곡 분석을 비롯한 2차 콘텐츠 생산 등을 능동적으로 진행한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 시대의 기저를 관통하고 있는 알고리즘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발적 협업의 시너지 효과’는 비단 온라인 플랫폼의 시대에 BTS와 아미, 구글의 알고리즘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토록 고고한 연예>의 달문의 캐릭터와 삶으로 잉태되는 18세기 조선의 다양한 사건과 드라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멀리 떠난 달문을 생각하며 “가끔 그 방향으로 술이라도 한두 잔 놓을 순 있지 않겠는가”라고 이야기하는 극 중 박문수의 심정과 같은 어떤 뜨거움, 그리고 그것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전 세계인과 나누고자 하는 우리의 도전이 곧 그것 아닐까?

글 이한종_GT Connect 대표이사
사진 제공 GT Connect
일러스트 김효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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