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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문화예술계로 퍼진 한일 갈등문화교류는 지속되어야 하는가?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에 따라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NO 아베’ 정서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문화계에서도 자기 검열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한 공연·문화행사 축소 및 취소 사태가 일어났다. ‘문화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분위기가 힘을 잃으면서, 문화교류 단절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적 이슈로 출발한 한일 갈등, 문화계로 일파만파

7월 초 한 배우가 자신의 SNS에 일본 여행 인증사진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이때부터 대중문화계에 ‘일본주의보’가 퍼지기 시작, 방송가는 서둘러 일본 연예인 섭외를 피하고 일본 여행 프로그램을 자제하는 등 자체 검열에 들어갔다.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 내 케이팝의 인기는 여전했으나, 정작 케이팝 스타들은 국민 정서를 살피며 대 일본 홍보 활동을 자제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일본 문화상품으로 확대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가 7월 중순 개봉했으나 예년보다 저조한 흥행을 기록했다. 뒤이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과도 같은 <극장판 도라에몽>은 급기야 개봉 연기를 확정했다. 일본 작가의 신간 발간 연기, 일본인 연습생의 음원 발매 연기, 일본 소설 판매량 급감 등도 뉴스 면을 장식했다.
공연계에서는 7월 중순 해프닝이 벌어졌다. 예술의전당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 공연 당시 일본의 탱고밴드 ‘콰트로시엔토스’ 연주 순서에서 한 관객이 “쪽바리!”라고 외친 뒤 사라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아베 정권과 일본을 따로 인식해 감정적 행동은 자제하자는 여론이 우세했다. 공연계는 일본 콘텐츠가 적고, 또 정치와 예술은 별개라는 인식이 강해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한일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자, 8월 초 국립예술단체인 국립극단은 9월 말 공연 예정이던 근현대극 <빙화>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친일 작가 임선규가 1940년대에 선보인 이 작품을 통해 일제강점기 친일 연극의 실체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비판적 성찰을 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었다. 하지만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친일 행적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국립극단은 “해당 작품을 현시점에 무대에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8월 중순에는 일본 유명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공연 취소를 알렸다.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작품으로 정치색은 없다. 하지만 제작사 달컴퍼니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별개로 현시점에 본 작품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연극의 원작소설은 국내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한일 갈등이 심화되면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8월 12일 인터파크 도서 기준, 7월 판매량이 6월 대비 22% 감소했다.
일본 뮤지션이 무대에 오르는 콘서트도 취소됐다. 앞서 ‘쪽바리 소동’으로 곤욕을 치렀던 스톰프뮤직은 8월 3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 계획이던 일본 혼성 듀오 나오미 앤 고로의 <보사노바, 애니메이션을 만나다> 공연을 취소했다. 소속 배우의 일본 공연 캐스팅이 확정된 한 매니지먼트의 관계자는 “국내 반일 정서가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 공연에 한국 배우가 유일하게 출연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싶은데, 현재로선 조용히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빙화> 공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안내문. (국립극단 누리집 갈무리)

지자체, 한일 교류 난맥상 연출

문화행사를 정치적 잣대로 바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공연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난맥상이 연출됐다. 대표적으로 부산시가 7월 중순, 한일 교류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당장 부산문화재단의 ‘조선통신사 축제’에 불똥이 튀었다. 부산문화재단은 한일 민간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 축제’를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올해는 ‘2017년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한·일 공동 등재’ 2주년을 맞아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200년 전 당시 사절단을 태운 선박 실물 크기의 통신사 재현선을 제작한 상태였다. 재현선에 부산 문화계 인사를 태우고 부산항을 출항, 8월 3~4일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항 축제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결과적으로 부산시가 처음의 강경한 입장을 접으면서 부산문화재단은 축제에 예정대로 참가했지만, 애초 계획과 달리 재현선은 결국 띄우지 못했다.
제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 8~13일)는 제천시의회가 영화제에 초청된 일본 영화 7편을 상영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영화제가 숙고 끝에 “민간교류의 장이고, 일본 영화들이 정치적 내용과 거리 먼 순수예술이라 예정대로 상영하기로 결정”해 차질 없이 진행됐다. 반면 9월 3일 개막한 ‘2019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은 6개 일본 팀의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난맥상 속에서 문화교류를 통해 한일 간 관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주목된다. ‘조선통신사 축제’ 관계자는 “어렵게 축제에 참가한 끝에 15년 이상 교류를 통해 쌓아온 신뢰와 평화의 상징인 조선통신사의 의미를 양국 관계자들이 재차 실감하게 됐다”며 “조선통신사는 한일 양국이 대립과 갈등을 넘어 평화 구축을 위해 노력했던 긍정의 역사다. 조선통신사를 통한 지속적 교류가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며 양국 간 지속적인 문화교류를 강조했다. 일본 관련 공연을 예정대로 올리기로 한 공연 관계자는 “자기 검열은 오히려 문화계에 독이 될 수 있다. 예술에 대해서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갈등의 다음 페이지는 화해와 공존이어야 한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이번 갈등을 양국이 더욱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떨까”라며 “문화예술이 그 선봉에 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신진아_파이낸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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