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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8월호

‘보이콧 재팬’ 운동과 일본 여행의 대안 찾기간단한 그리고 간단하지 않은
간단하다. 일본 제품을 안 사면 되고 일본 여행을 안 가면 된다. 일본 아베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거부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일본 자동차, 일본 맥주 그리고 일본산 소비재 등에 불매운동 효과가 일정 정도 나타나고 있고 일본 여행 예약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아베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더라도 당분간 이런 불매운동과 거부운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삿포로.

그런데 간단하지 않은 것이 있다. 이런 불매운동과 거부운동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할지에 대한 것이다. 이번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인해 그동안 소재 산업과 부품 산업에 소홀했던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하게 환기되었다. 불매운동과 거부운동에서도 그런 근본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쓰지 않고 가지 않기로 한 지금이 그동안 썼던 이유와 갔던 이유에 대해 곰곰 따져볼 때다.

일본 여행이 증가한 이유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본 여행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저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늘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늘어서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총 753만 9,000명으로 전체 일본 방문객의 24.1%에 달한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네 명 중 한 명은 한국인이었다. 반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298만 명에 불과했다.
더 들여다볼 부분은 여행 스타일의 변화다. 패키지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이 늘고 있다. 패키지여행도 가족이나 친구 등과 그룹으로 가기보다는 혼자 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일본 전문 여행사들의 분석이다. 다바타 히로시 일본 관광청 장관이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해 여행객 수는 별 영향이 없다. 지켜보겠다”라고 말한 근거는 바로 이런 한국인의 일본 여행 패턴 변화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왜 이렇게 갑자기 증가했을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맞는 코드를 일본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여행 환경을 살펴보자. 일단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지역의 랜드마크 호텔이나 온천 호텔 등 이 인프라는 대부분 일본의 버블경제 시기에 만들어졌다. 내국인 관광 시장이 활성화되어 이 인프라의 소프트웨어도 잘 가동되고 있다. 그래서 정확한 가성비 혹은 ‘가심비’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저비용 항공사(LCC)가 경쟁적으로 취항하면서 일본 여행은 호황을 맞이했다.
일본 여행은 크게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등 대도시로 가는 여행과 조용한 소도시 여행 그리고 산악 트레킹 등 대자연 여행과 온천 여행 등 휴식 여행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대도시 여행은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 홍콩, 타이베이, 하바롭스크 등은 미식 등 대도시 여행의 테마를 두루 구현할 수 있는 곳이다. 대자연 여행도 마찬가지다. 히말라야, 울란바토르, 바이칼 등 근거리에 일본 이상의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 많다. 온천 여행도 캄차카의 노천온천이나 요즘 중국 자본들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백두산 지역의 온천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 소도시를 대체할 만한 여행지들

가장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일본 소도시 여행이다. 일본 소도시는 숙박과 미식 그리고 산책 등에서 상당한 자기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소도시들을 가까운 국가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일본 사회가 도달한 어느 지점이고 이를 발견해낸 우리 여행자들의 어느 경지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비용에 이 정도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으면서 이런 만족감을 주는 곳을 찾기 어렵다.
대안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여행지를 골라 정밀 타격하는 방법이다. 미군기지 문제 등을 놓고 아베 총리와 강하게 맞선 지사가 있는 오키나와현 그리고 야당이 추천한 인물이 지사가 된 이와테현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야당 추천 인물이 시장이 된 중소도시를 꼽을 수 있다. 조금 궁색한 대안이기는 하지만 이런 곳을 골라 간다면 일본 정부에 자극이 될 것이다.
여행감독을 자처하고 있어서 일본 여행의 대안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 추천하는 곳은 울릉도나 흑산도, 매물도 그리고 굴업도나 문갑도 등 덕적군도의 섬이다. 일본 여행 만큼의 ‘여행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풍경과 미식 등 여행의 중요 요소를 두루 만족시키기 때문이다.(다만 숙박 인프라는 많이 아쉽다.)
이들 섬 중 서해 섬은 가을로 갈수록 더 매력적이다. 석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석양이 유화라면 이곳의 은은하고 은근한 석양은 파스텔화다.
불매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물어낸 사람들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북한여행 우선권을 이들에게 부여하면 어떤가 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마식령 스키장 근처의 원산갈마지구나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지구 그리고 묘향산과 칠보산 일대의 경관지구는 북한 관광총국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다. 관광총국에서 만든 북한 여행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이런 곳을 둘러보는 패키지여행도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여행 상품은 중국 유커(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다시 말하지만 불매운동은 풀이 과정이지 모범 답안은 아니다. 모범 답안을 구하려면 일본 여행의 장점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지방 소멸 시대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일본 소도시 여행의 대체재를 구하는 일은 상당히 난해한 문제다. 그래도 찾아야 한다. 이 답을 찾는 과정이 우리 관광 진흥 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글·사진 고재열_시사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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