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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작가의 방
서울문화재단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합니다. ‘작가의 방’에서는 지원작가들 가운데 눈에 띄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임수연 피아니스트부딪쳐야 귀가 열린다

임수연 피아니스트

“어려운 현대음악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대음악 전문 피아니스트 임수연은 9월 10일부터 11월 5일까지 매주 월요일 남산예술센터 예술교육관에서 진행하는 ‘음악작당 루바토(Rubato)’를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첫 대답은 “쉽게 이해하려는 생각을 버려라”였다. 단호하다. 정말 방법은 없을까? 그는 그제야 “직접 경험하고 부딪쳐봐야 한다”고 했다. 현대음악이 어렵긴 하지만, “들어본 경험이 적고 익숙하지 않아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현대음악이 어려운 이유는 이 음악이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던 틀을 깨부수는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현대음악은 1900년대 이후 서양의 클래식에서 이어진 음악을 통틀어 말한다.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로 알려진 아르놀트 쇤베르크(1874~1951)는 규칙대로 연주되지 않는 ‘무조성’을 처음 알렸다. 괴짜 음악가인 존 케이지(1912~1992)는 <4분 33초>를 통해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는 4분 33초 동안 들린 객석의 기침,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진정한 현대음악이라는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음악작당 루바토’는 이런 현대음악과 ‘직접 부딪쳐보는’ 현장이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총 8주의 강좌는 현대음악의 기본 요소인 리듬·음정·음색·구조·감상·작곡 등을 주제로 한다. 임수연은 “각각은 탈규격화·우연성·다양성을 추구하는데, 이것이야말로 현대음악이 추구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그램의 후반부 ‘작곡’ 시간에는 그동안의 강좌를 바탕으로 수강자가 현대음악을 작곡하고, 마지막 ‘발표’ 시간에 전문 연주자와 함께 실제 연주를 위한 악보를 작업한다. ‘음악작당 루바토’의 부제인 ‘작곡하는 당신’은 현대음악을 재미있게 경험하게 하려는 임수연의 노력이자,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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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연은 파리국립고등음악원과 연세대 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TIMF앙상블 단원을 거쳐 현재는 일신문화재단 프로그램 디렉터와 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서울시민예술대학 강사로 활동 중이다.

에마뉘엘 사누 안무가우리의 감정을 보라

에마뉘엘 사누 안무가

“무엇을 찾고 있는가?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안무가 에마뉘엘 사누는 9월 22일, 서울숲공원에서 열린 무용 공연 <데게베>의 뜻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의 민족어이기도 한 이 단어는 “인종주의에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외침”이라고 한다. 그는 검은색이 없으면 흰색도 없고, 흰색이 없으면 노란색도 없다며, “피부색으로 인간을 나누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데게베>는 2014년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에서 실제 그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제작됐다. 2년의 계약 기간 동안 여권과 통장까지 빼앗겨 시급이 3,000원도 안 되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단다. 조국에서는 최고의 무용수였지만, 한국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거부할 수 없는 노예였다며, 이를 ‘노예노동’이라고 했다. 그러나 돈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한국인과 다르다는 시선’이라고 고백했다.
지난 6년간 겪었던 일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가 공연 곳곳에 묻어난다. 보트에서 조난됐을 때 긴급구호물품으로 쓰던 ‘담요’를 관객들과 바꿔 쓰며 포옹하는 장면. 그에 따르면 “내가 이방인으로 겪었던 감정 속으로 함께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옷 벗는 장면’은 27년간 이어졌던 독재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부르키나파소의 나이 든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옷을 벗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두가 존경하는 어머니들조차 옷을 벗는다는 것은 ‘당신에게 굴복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가장 강력한 저항”이라고 했다.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지만,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조국의 속담이 있어요. 잠든 척한다는 것은 ‘너의 의도는 알지만 듣지 않겠다’는 뜻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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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사누는 부르키나파소 보보디울라소에서 태어나, 1998년부터 현대무용과 전통춤을 익혔다. 2007년에는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오페라 <사헬 오페라>에 무용수로 발탁됐으며, 이후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부르키나파소의 전통춤과 현대무용을 공연했다. 현재 부르키나파소 국적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무용단 ‘쿨레칸’에서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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