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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7월호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회 회의 현장을 가다

인파로 북적이는 명동의 한쪽, 명동성당 옆으로 작은 오르막길이 있다. 관광 명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한적하고 아늑한 길을 따라 오르면, 아담하고 개성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누구나 넘나들어도 좋은 듯 입구가 활짝 열린 곳, 삼일로창고극장. 6월의 어느 날, 이곳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였다. 재개관을 앞둔 이 극장의 운영위원들이다. 중요한 회의를 위해 모였지만, 모두들 재밌는 놀 거리를 찾아온 듯 유쾌한 모습이다. 관객들 또한 이들의 뒤를 따라 설레는 마음으로 삼일로창고극장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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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운영위원회가 이끈다

2015년 10월 폐관된 삼일로창고극장이 지난 6월 22일 재개관했다. 서울시가 장기 임대해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지만, 삼일로창고극장은 민간 소극장의 전통을 지닌 곳이기에 그 역사를 살려 현장에서 뛰는 연극인들이 극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뒤따랐다. 민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게 된 배경이다.
삼일로창고극장은 처음 개관한 1975년 이후 1980년대를 지나면서, 새롭고 실험적인 극장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남산예술센터 우연 극장장의 말처럼, “당대 젊은 연극인들의 아방가르드 실험실 같은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런 특성은 뒤이을 만한 가치가 있기에, 오늘날의 젊은 연극인들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공간으로 극장을 운영할 수 있는 이들을 모아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울시가 협의해 위촉한 운영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삼일로창고극장의 운영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당연직을 맡은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우연 극장장과 더불어 5인의 문화예술인이 선임직으로 위촉됐다. 프로듀서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의 프로듀서이자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기획위원인 박지선,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오성화,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겸 크리에이티브 VaQi 연출가 이경성, 혜화동1번지 극장장 겸 앤드씨어터 연출가 전윤환, 극단문의 작가이자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의 편집인 정진세. 공통적으로 젊고 실험적인 연극인 플랫폼을 꾸린 경험이 있으며, 공연 관련 축제 및 네트워크를 통해 폭넓은 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렇게 총 6명이 1기 운영위원으로 선정돼, 2019년 12월 31일까지 약 2년 8개월간 활동한다.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들은 정기 및 수시회의를 통해 극장의 운영 방향을 수립하고, 세부적인 사업 계획 및 예산, 프로그램 등을 공동 결정한다. 특히 재개관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았다. 그 때문에 2017년 5월 18일에 제1기 운영위원회가 구성된 직후, 6월 8일에 열린 첫 번째 운영회의에서부터 그들의 활약이 시작됐다.

재개관을 앞두고 회의 중인 운영위원들

재개관을 앞두고 회의 중인 운영위원들

삼일로창고극장 바로 세우기

이경성 위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힌 첫 번째 운영회의. “재개관을 앞두고 극장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극장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할지 다각도로 논의”했다. 그날의 주요 안건은 극장 명칭이었다. 이후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과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삼일로창고, 창고극장, 삼일로극장, 명동 창고극장 등의 이름을 원한 시민들도 있었다.
재개관을 앞두고 극장 내실을 다지는 운영회의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극장 정체성을 다지는 자리도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연계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운영자문회의를 열었다. 2017년 6월 22일, 첫 번째로 열린 운영자문회의에는 한국연극협회, 서울연극협회, 한국소극장협회 관계자 및 연극평론가들이 참여했다. 재개관 및 운영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서울문화재단의 위탁 운영 및 민간 운영위원회 구성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제기됐고,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민간 극장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공유했다. 또한 과거 이 극장을 향유했던 세대와 현재 이 공간을 활용하게 될 젊은 세대의 간극, 활용 주체로서 시민과 예술인의 차이 등 폭넓은 의견들이 오갔다.
첫 번째 운영자문회의는 운영위원회에 여러 가지 과제를 안겨 주었고, 그 과제는 이어지는 운영회의의 논의 주제가 되었다. 개관 전과 후로 나누어, 개관 전에는 극장 성격 및 개념을 확립하는 데 중점을 둔 운영자문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운영 방식에 대해 협의하고 동의를 구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개관 후에는 분위기를 바꾸어, 극장 콘텐츠 구성에 도움이 될 만한 자문회의가 필요하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 또한 “삼일로창고극장은 기존 민간 소극장들에게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 네트워크는 비슷하지만 여긴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는 전윤환위원의 말처럼, 삼일로창고극장의 독특한 위치, 즉 민간과 공공기관이 만난 소극장이라는 점을 다룰 필요가 있다는 데도 합의했다.
그리하여, 2017년 8월 28일에 열린 제2차 운영자문회의에는 한국소극장협회 관계자와 몇몇 소극장 대표가 모였다. 이들은 민간 소극장 운영자의 입장에서 삼일로창고극장의 등장 의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후, 이곳에 바라는 바를 털어놓았다. 다양한 의견을 들은 오성화 위원은 ‘힘 있는 공공 소극장’에 대한 바람을 가장 경계한다며, “씨앗을 뿌리는 공공 소극장으로 운영되길 바란다. 하지만 열매만 거두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내놓았다. 한 명의 힘 있는 내부자 또는 외부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주체성을 발현하며, 기존의 여타 공공 소극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삼일로창고극장 채우기

극장 운영 방식 및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운영회의의 한 축을 이루었다면, 개관 후 극장을 채울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다른 한 축을 차지했다. 재개관 기념작으로 선정된 <빨간 피터들>을 누구의 참여로, 어떤 방식으로 공연할지 수차례 이야기가 오갔다. 또한 삼일로창고극장의 개성을 더하는 공연 외 프로그램 구축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창작자 및 관객 문화 형성에 대해 논의한 제3·4차 운영자문위원회가 이런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 조언자 역할을 했다. 두 차례의 모임에서 현재 유효한 실험뿐만 아니라 과거에 했던 실험들을 복기해 다양한 세대의 만남을 가능케 했으면 하는 바람, 창작자와 비평가 간 연대를 통해 건강한 담론을 만들면 결국 관객과 연결되리라는 의견, 대학로 소극장과의 적극적인 교류 및 공연계 외부 사회와의 연대를 바라는 마음 등 삼일로창고극장을 향한 많은 관심들이 드러났다. 이런 의견들은 세대 교류 및 세대 확장, 세대 통합을 목표로 진행되는 대담 프로그램인 <창고포럼>과 극장의 역할을 확장한 <창고개방> 등에 영향을 주었다. 박지선 위원이 “예술가만이 아니라 평론가, 관객, 기획자 등이 모여서 담론을 형성하고 활발하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더한 ‘창고 사랑방’의 운영 방향을 명확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삼일로창고극장은 극장 및 갤러리, 스튜디오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된 만큼, 이 공간을 다채롭게 활용하는 프로그램들이 6명의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여 동안 운영회의를 꾸준히 진행하며, 극장 재개관에 대한 거대 담론부터 세부 사항까지 많은 논의가 오갔다. 드디어 재개관 전 마지막 회의. 지난 6월 12일, 재개관 및 재개관 행사의 최종 점검을 위해, 운영위원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우선 앞서 이뤄진 극장 시험 가동 결과를 공유했다.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올리며 극장 곳곳의 공간을 이용한 후, 안전 문제나 불편한 점 등을 검토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미 여러 차례 논의해 익숙한 내용이지만, 재개관 기자간담회 및 재개관식의 세부 사항과 순서를 재차 확인했다. 각 운영위원이 맡은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특히 재개관식이 한 편의 공연처럼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공연에 오르는 배우처럼 시간, 동선, 대사를 꼼꼼히 확인했다.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하고 다정하게 이뤄질 재개관식을 위해 “등장은 어느 쪽에서 하느냐”, “손님들에게 대접할 떡판은 어디에 준비하느냐” 등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재개관식에서는 모두가 VIP”라는 우연 위원의 말처럼, 일부 행정 관료와 공연 관계자뿐만 아니라 삼일로창고극장에 관심 있는 관객들 모두를 귀빈으로 대접하기 위해 세심히 준비했다. 말로만 극장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이고 부딪치며 참여하는 운영위원들의 모습은 신뢰를 높여주었다.
“8차례의 운영자문회의에서 많은 분들이 극장 운영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셨다. 예전 가치를 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금 시대에 맞는 투명하고 공정한 제작 문화를 만들자는 요구도 있었다. 우리의 운영 방향을 하나의 문구로 정하지는 않았다. 10년이라는 임차 기간 동안 집단 지성을 이용해 운영한다는 취지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진세 위원의 말처럼, 삼일로창고극장은 하나의 강력한 의견이 아닌 6명의 다양한 의견과 집단 결정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이곳이 다양한 사람들의 열린 공간이 되리라는 믿음이 커졌다.

삼일로창고극장운영위원 6인의

글 이민선 자유기고가
사진 오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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