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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7월호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공연장의 재개관을 바라보며
가치를 지킬 수 있을 때 역사는 빛을 발한다

삼일로창고극장과 세실극장처럼 폐관된 민간 공연장이 공공지원을 통해 재개관한 사례는 흔치 않다. 2010년 이후 사회문화적 변화에 휩쓸리며 한국 연극 1세대 극장들이 폐관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실제 공공기금을 통해 공연장이 다시 운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여, ‘미래유산’으로서 먼저 재개관을 경험한 세실극장의 어제와 오늘을 다각도로 조명하여 삼일로창고극장이 나아가야 할 좌표를 찾아본다

2015년 폐관됐던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이 6월 22일 재개관했다. 폐관 이후 2년 동안 멈춰 섰던 공연장이 2017년 서울시가 10년 동안 장기 임차하면서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유산을 후대에게 전하기 위해 ‘미래유산’을 지정하고 있는데, 삼일로창고극장은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1975년 개관 이래 지난 40여 년간 수많은 연극인을 배출해낸, 소극장 운동의 발상지이자 연극계의 심장 같은 공간으로 자리해온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와 유사하게 1976년 개관한 정동 세실극장 역시 지난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개관 이후 42년 동안, 특히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한국 연극의 주요 거점공간으로 자리했던 극장의 가치가 미래세대에게 전해져야 할 역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1월, 세실극장은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곧바로 서울시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공연장을 되살릴 방법을 모색했고, 세실극장은 2018년 4월 11일 재개관하여 한국 연극 태동의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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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안국동, 정동을 잇는 거점공간으로서의 세실극장

1976년 개관한 세실극장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연극인회관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대한민국연극제(현 서울연극제)를 1회부터 5회까지 개최하기도 했다. 1981년 대학로에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이 개관하고 1986년 후반부터 소극장이 자연스럽게 대학로에 운집하며 대학로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세실극장은 명동, 충무로, 운니동(안국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1970년대 초반의 소극장 시대를 잇는 대표적인 공간이었다.
이러한 세실극장 역시 지난 42년 동안 끊임없이 폐관 위기를 맞았다. 1981년 문예회관이 개관하고 연극 활동의 주요 거점이 대학로로 이동하면서, 1981년 극단 마당이 성공회로부터 장기 임대해 공연장을 운영했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극장 시설 투자가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1997년 재정난을 이유로 운영이 중단되었고 1998년 1년 동안 사실상 폐관되었다. 그러다 1999년, 극단 로뎀이 극장을 인수하면서 다시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세실극장과 기업과의 만남이다. 지금은 메세나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공연예술을 후원하고 지원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제일화재는 1999년 5월부터 세실극장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당시 ‘제일화재세실극장’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하면서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대기업의 동정적인 후원 대신 극장 이름에 기업명을 명기하는 등 기업에 충분히 보상하면서 후원을 받는’ 문화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제휴 방안은 국내 최초의 시도로서 공연단체는 물론 대기업과 사회 전반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공연문화시설과 기업이 상생하는 실질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세실극장은 공연예술계를 활성화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2010년 제일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을 합친 한화손보가 출범하면서 ‘한화손보세실극장’으로 개명했으나, 2012년 한화손보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다시 한 번 폐관 위기를 맞았다. 당시 극장을 운영하던 극단 로뎀은 새로운 후원기업을 찾지 못해 결국 극장 운영을 중단했고, 2013년부터 올해 1월까지 ‘오씨어터’가 다시 ‘세실극장’으로 개명해 운영했다.

세실극장 이미지

중년층부터 어린아이까지, 관객과 함께 성장한 극장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세실극장은 다양한 여성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나, 여자에요!>를 시작으로, <버리는 여자, 버려진 여자>,<우리의 브로드웨이 마마>, <우리가 애인을 꿈꾸는 이유>, 6개월간 전석 매진을 기록한 <셜리 발렌타인> 등은 중년층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내는 역할을 했다. 2013년 이후부터는 <어린이캣츠>,<넌 특별하단다>, <초록이의 우당탕탕 세계여행>, <목 짧은 기린 지피>, <꾸러기 소방대>, <파이어맨>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중심으로 변화를 모색해왔다. 세실극장은 1976년 개관 이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층위의 관객들을 만나며 한국연극 성장기의 흐름을 견지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점이 바로 지난 세월 동안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세실극장의 근간이었다.
2018년 4월, 재개관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은 물리적인 도시환경만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삶에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키면서 그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재생해 영유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세실극장은 이제 동시대를 읽어내는 공간으로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세실극장에는 한국 연극 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축물의 역사성도 중요하지만 공연장의 가치는 물리적 존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객이 찾지 않는 공연장이 더 이상 공연사적 의미를 만들어낼 수 없듯이 그 이름에 맞게 시민과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공간으로 보다 명확하게 기능해야 한다. ‘미래유산’이라는 재개관의 변에 붙여진 수식처럼, 세실극장은 공연장으로서 동시대 가치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속해야 할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가장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최윤우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
그림 백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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