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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2월호

아이유의 신곡 ‘제제’를 둘러싼 논란 그녀의 제제와 당신의 제제는 다를 수 있다
가수 아이유가 지난 10월 발표한 신곡 ‘Zezé’(제제)를 둘러싸고 한동안 논란이 뜨거웠다. ‘제제’라는 캐릭터를 해석하는 관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고, 결국 문제를 제기한 출판사와 아이유 양측 모두가 공식 사과를 발표했다. ‘물의를 일으키고 오해의 여지를 남겨’ 대중을 향해 머리를 숙였으나, 이 문제가 애초에 잘잘못을 가릴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1 ‘달팽이’가 수록된 패닉의 1집 앨범 
<panic>.			2 포털사이트‘다음(Daum)’의 청원 페이지에는 아이유의 ‘제제’음원 폐기 청원에 3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서명했다.			3 수록곡 ‘제제’와 캐릭터일러스트로 논란이 된 아이유의 미니 앨범 <chat-shire>.			4 아이유의 ‘제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 글을 올린 출판사 동녘의 책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1 ‘달팽이’가 수록된 패닉의 1집 앨범 .
2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청원 페이지에는 아이유의 ‘제제’ 음원 폐기 청원에 3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서명했다.
3 수록곡 ‘제제’와 캐릭터일러스트로 논란이 된 아이유의 미니 앨범 .
4 아이유의 ‘제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 글을 올린 출판사 동녘의 책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달팽이’의 감흥,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을까

학창 시절 나는 패닉의 음악을 좋아했다. 뮤지션 이적이 주축이 된 듀오 패닉은 오늘날 이적이 들려주는 음악과는 판이했다. 훨씬 새롭고 실험적이었으며 그만큼 도전적이었다. 무엇보다 낯선 것은 패닉의 가사였다. 연가(戀歌) 일색이던 다른 대중음악과는 달리 종종 계급사회에 대한 크고 작은 비판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 같은 거시적 관점만이 아니었다. 조금 더 미시적으로는 교사나 부모 같은 상대적 권력자들의 폭압을 거론하고 은유하고 비난하는 등 제도권이나 기득세력을 공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동시에 ‘달팽이’와 같은 서정적인 곡으로 누구나의 “집에 오는 길”을 위무하기도 했다.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는, 혹은 정말로 아무도 없는 듯한 삶을 살던 이들에게 ‘달팽이’는 “어느 날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를 품게 하기 충분했다. 나 역시 ‘달팽이’를 늘 그렇게만 생각했더랬다.
‘달팽이’의 가사가 그런 뜻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언젠가 친한 선배가 ‘달팽이’의 가사는 그런 아름다운(?) 뜻이 아니라 자살을 종용하는 내용이라는 해석을 들려주었다. 가사에서 언급하는 ‘바다’란 우리가 수많은 시에서 보아온 죽음의 의미 그대로이며, 당연히 그곳은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곳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연히 마지막 가사인 “나는 영원히 갈래”의 ‘영원’의 의미 또한 죽음으로 수렴된다. 결정적인 부분은 클라이맥스의 가사다.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줄 바다를 건널 거야” 그동안 이 곡에서 어렴풋이 희망을 건져 올리던 것에 비하면 자살이라는 코드와 대입시킨 ‘달팽이’의 가사는 더욱 선명하게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물론 이 곡을 만든 이적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달팽이’의 전 가사를 조목조목 풀이해 직접적으로 희망의 의미임을 알리기도 했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무의미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의 입장과는 별개로 그 이후 ‘달팽이’는 단순히 희망의 메시지로만은 들리지 않았다. 쓸쓸함을 배가시킬 뿐만 아니라 때때로 그 맑고 투명한 절망감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당연히 어느 것이 옳다, 라고 단언할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창작자가 어떤 해석을 내놓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수용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폐기할 것은 금지와 획일화의 유령

가수 아이유의 신곡 ‘Zezé’(이하 ‘제제’)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아이유는 자신이 만든 곡 ‘제제’에 대해 “소설(<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라임오렌지나무인 밍기뉴의 관점에서 만들었고, (소설의 주인공인) 제제는 순수하면서 어떤 부분에선 잔인하다. 캐릭터만 봤을 때 모순점을 많이 가진 캐릭터이기에 매력 있고 섹시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발로였을까. 아이유는 앨범 재킷에 제제로 보이는 소년에게 전형적인 핀업걸의 모습마저 투사했다. 이에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번역, 출간한 출판사 동녘은 “제제는 다섯 살짜리 아이로 가족에게서도 학대를 받고 상처로 가득한 아이”로,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며, 지금도 상처 받고 있을 수많은 제제를 위로하기 위한 책”이라며 창작과 해석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학대의 아픔을 가진 어린아이를 오히려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 알다시피 이후 많은 사람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 논란 자체는 무척 생산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창작의 자유가 우선이냐, 아니면 출판사를 위시한 측의 주장처럼 청소년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방지하는 게 우선이냐의 문제는 늘 그래온 것처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답이 있을 따름이다. 해당 출판사는 입장 표명을 통해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원뜻을 알리는 데 성공했으며, 심지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마케팅에서도 충분한 성과를 올렸다. 그동안 무비판적 자세를 취하기 일쑤였던 수용자들에게 자세를 가다듬는 기회마저 제공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게다가 아이유에게 표현의 자유는 있을지언정 대중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는 없었다. 여러 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가 줄곧 롤리타 콤플렉스(소아성애)를 자극했다는 의혹만큼은 완벽히 떨쳐내기 힘들어 보인다. 사람들은 영악한 아이유를 비난했고, 덕분에 그는 ‘제제’로 얻은 수익과는 별개로 충분한 내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현재도 ‘제제’에 대한 금지 청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여러 대의를 앞세워 이 곡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가수 아이유에 대한 배신감의 발로라면 좀 낫다. 반면 정말로 ‘제제’가 끔찍하다고 생각해 이를 들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이보다 더 폭력적인 잣대는 없을 것이다. 아이유가 그동안 자신의 무대와 곡에 심어온 성적 장치들이 ‘유해하다’는 주장에 대해 할 말은 이것뿐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것만 존재해야 하나? 예술은 늘 아름다운 것만을 그려내야 하나? 더럽고 추잡하고 비정한 세계를 그려내는 것은, 또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괴이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나 사상은 비정상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럴 리가 없다.
정작 혼이 비정상인 사람들은, 성소수자를 단죄하고, 폭력과 선정성에 무차별적으로 불편한 시선을 보내며, 자신의 관점(혹은 역사관)만이 절대적이라 주장하는 치들이다. 자유로운 해석과 토론에 그치지 않고 결국 금지와 획일화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주장하는 시선만큼 부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금지곡과 금서의 시대를 거치며 우리 사회가 배운 것은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달팽이만큼은 희망의 바다로도, 죽음의 바다로도 갈 수 있다. 설령 죽음의 바다를 의도했다 한들 그것이 폐기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순 없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을 막을 수 없듯이 달팽이의 진로 또한 온전히 달팽이의 몫이다.문화+서울

글 강상준
<DVD2.0> <FILM2.0> <iMBC> <BRUT> 등의 매체에서 줄곧 기자로 활동하면서 영화, 만화, 장르소설,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며 먹고살았다. <위대한 망가>를 썼고, <매거진 컬처> <젊은 목수들>를 공저했으며,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을 번역했고, <좀비사전> <탐정사전>을 기획, 편집했다. 현재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겸 프리랜스 편집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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