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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전통 문예지들의 연이은 폐간 결정 혁신이 필요해
새로운 작가 발굴과 작가와 독자의 소통 창구로 기능해온 문예지(계간·격월간지)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구태의연한 편집과 내용으로 독자의 외면을 받은 데 이어 올 들어 정부 지원마저 대폭 줄어 ‘폐간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 흐름에 맞게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줄줄이 폐간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 2015년 겨울호(158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하는, 민음사의 계간지 <세계의 문학> (사진은 2015년 가을호 표지). 2, 3 격월간 장르문학잡지 <미스테리아>(사진 2)와 격월간 소설 매거진 <Axt>(사진 3)는 문예지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1 2015년 겨울호(158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하는, 민음사의 계간지 <세계의 문학> (사진은 2015년 가을호 표지).
2, 3 격월간 장르문학잡지 <미스테리아>(사진 2)와 격월간 소설 매거진 <Axt>(사진 3)는 문예지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잡지협회에 따르면 2015년 10월 기준 협회에 등록된 문예지는 158종이다. 하지만 출판 관계자들은 “전국 유통 문예지와 지역 문예지를 합하면 300종 정도의 문예지가 발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문예지 중 수익을 내는 건 극소수뿐이다. 문학·출판·학계 관계자들은 “문예지 자체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일부 기업이 적자를 보면서도 야구단을 운영하듯 문예지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출판사 브랜드 가치 유지와 작가 관리를 위한 상징 자산같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에선 편법이 판친다. 복수의 출판사 관계자는 “일부 문예지는 원고료를 주지 않거나 원고료 대신 쌀 한 포대를 주기도 한다. 원고 게재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등단 조건으로 계간지 몇 백 부를 사라는 등 장사도 한다”고 털어놨다.

정부 지원 대폭 감소, 문예지의 위기가 문학의 위기 촉발하나

40년 전통의 민음사 계간지 <세계의 문학>이 올 겨울호를 끝으로 폐간될 운명을 맞으면서 문예지의 ‘줄폐간’ 징후가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문학평론가는 “<세계의 문학>은 1970~80년대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현 <문학과사회>)과 함께 한국문학을 지탱한 3대 문예지였다. <세계의 문학> 폐간은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삼성 야구단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국내 대형 출판사인 민음사조차 문예지 유지에 부담을 가졌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이는 한국 문학시장에서 문예지 유지가 힘들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이 큰 폭으로 준 것도 문예지 생존 입지를 더욱 좁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올해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 대상 문예지를 과거 40~55개에서 14개로 줄였다. 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독자도 어느 정도 확보돼 있고 작가들의 창작 활성화에 기여하는 우수 문예지를 대상으로 호당 원고료 400만 원 안팎을 지원해왔다”며 “올 들어 위원회 사업 개편과 기금 고갈 문제가 겹쳐 지원 규모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 삭감으로 25년간 장애인 문학을 대변해온 계간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은 100호(2015년 겨울호)를 끝으로 폐간된다. <솟대문학> 방귀희 발행인 겸 편집인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문학은 <솟대문학> 하나밖에 없다”며 “폐간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간 한 호당 4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올 초 절반으로 깎였다. <솟대문학>뿐 아니라 계간지 50% 정도가 지원금을 못 받게 됐는데 신생 문예지는 설 땅이 더더욱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예지 폐간은 작가들의 발표 지면이 줄어 창작 의욕을 꺾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 문학평론가는 “시인이나 소설가는 많은데 그들이 글을 실을 지면은 턱없이 부족하다. <문학동네>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등 3대 문예지에 글을 쓰는 작가는 문인의 1%밖에 안 된다. 문예지 ‘줄폐간’은 또 다른 한국문학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필요한 것은 ‘혁신’

전문가들은 혁신을 주문했다.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지금까지 문예지는 평론가 중심의 문학 담론이 주였다.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하는 작가 중심 문예지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은 헤밍웨이의 소설이 <플레이보이>지에도 실렸다고 한다. 문예지가 무겁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가볍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담는, 말 그대로 ‘잡지’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출판사 대표도 “문예지는 30~40년 이상 변화가 없었다. 소설, 시, 평론 등 종합 문예지의 편집 형태는 천편일률적이고 판형, 디자인마저 예전 그대로다.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창간된 격월간 장르문학잡지 <미스테리아>와 격월간 소설잡지 <Axt>(악스트)는 앞으로 문예지가 어떻게 바뀌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한 출판 관계자는 “두 잡지는 추리소설이나 작가 중심의 소설 전문 잡지로 특화했다”며 “최소 5000부, 많게는 1만 부까지 판매되는등 호평을 얻고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두 잡지는 콘텐츠도 충실하고 디자인도 차별화됐다. 시대 흐름을 반영해 독자에게 ‘어필’하는 감각적인 구성 요소를 갖췄다”고 평했다.
민음사는 쇄신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민음사 관계자는 “<세계의 문학>이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등 다른 출판사 계간지들과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한국문학의 위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문예지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간지가 될지 격월간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르포르타주(Reportage·기록문학)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식의 소설도 시도하고, 에세이 등도 실어 좀 더 독자 지향적인 문예지를 새로 만들려 한다”며 “한국문학의 경직된 틀도 깨고 경계도 허물고 싶다”고도 했다. 계간 <문학동네>도 최근 강태형 대표가 물러나고 2015년 겨울호를 끝으로 1기 편집위원들도 퇴진하면 염현숙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2기 편집위원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복수의 문학평론가는 “아직 결과물이 나온 게 없어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되지만 이들 출판사의 계간지 쇄신 움직임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문화+서울

글 김승훈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사진 제공 민음사, 엘릭시르,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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