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20년을 ‘연극의 해’로 지정하고 2019년부터 준비해 왔으나, 연극인들에게 행사의 취지와 추진 과정을 공론화하지 않고 진행했다는 질책을 받아왔다. 2019년 12월 16일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한 1차 열린토론회를 마련했지만 철저한 준비와 충분한 정보 공유 없이 급작스럽게 진행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이후 2020년 1월 19일 열린 2차 토론회에서는 1차 토론회 참여 연극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젠더, 장애 등 다원화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문체부는 3차 토론회에 앞서 사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활발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점과 1차 토론회의 운영 미숙을 사과하고, 연극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함과 동시에 연극인들과 관객이 하나 되는 축제로 거듭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차와 2차 열린토론회의 내용 공유와 함께 연극의 해 추진 기구 구성 방안을 중심으로 참석자들 간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의사결정이 이뤄진 3차 열린토론회 현장을 정리해 소개한다.
제3차 ‘2020 연극의 해’ 추진을 위한 열린토론회 현장
- 일시
- 2020년 2월 11일(화) 오후 2~6시
- 장소
- 대학로 이음센터 아트홀
- 심재찬 연출가
- 윤태욱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장
- 김관 연출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
- 성지수 연출가, 다원화된 연극현장에 맞는 연극의 해 추진 비상대책위원회
- 문화체육관광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관
심재찬
성지수
윤태욱
‘연극의 해’ 사업은 2019년 1월 말 문체부에서 기획되었다. 박양우 장관은 4월 30일에 열린 대학로 연극인 간담회에서 연극의 해 추진을 공식화하는 발언을 했다. 국립극단 창단 70주년인 2020년을 연극의 해로 지정하고 연극인들의 단합을 위한 다양한 연극 행사 개최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산 확보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 ‘2020 연극의 해 추진계획 수립 및 효과분석’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73억 원 규모의 사업계획안이 도출되었다. 8월 말 정부 예산안이 11억 원으로 편성되면서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9월부터 진행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10억 원이 증액돼, 최종 예산안은 21억 원으로 12월 11일에 의결되었다. 문체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여러 연극인도 나서서 함께 노력했다. 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11월 12일 한국연극협회(이하 협회)에서 추진위 구성안을 마련하고, 11월 22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한국연극평론가협회를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면서 연극계에 공론화되었다. 추진위는 예산 확보를 위한 활동을 마치고 해체되었다.
12월 16일에는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한 1차 열린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후 2020년 1월 21일과 22일 협회 주관으로 두 차례의 토론회가 열렸고, 1월 29일 2차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연극의 해는 연극인 주도로 추진기구를 구성하고, 이에 필요한 행정 지원을 중심으로 예산을 지원한다는 문체부의 기본 방향과 원칙은 변함이 없다.
1차 열린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정리해 보면 사업 방향은 ▲젊은 층과 노년층의 공감대와 소통이 필요하다 ▲행사보다는 제작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 ▲연극계 기반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신뢰할 만한 대표성을 가진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관객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 ▲연극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등이었다. 조직 구성에 대해서는 협회가 주관해서 해야 한다는 의견과 협회가 연극인을 대변할 수 없고, 젊은 연극인과 지역 연극인이 소외되지 않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외에도 공론화 과정이 늦어지고 사업 예산이 부족한 것에 대한 질책이 나왔다.
지난 1월 21일과 22일 세종과 대구에서 진행한 토론회 내용을 요약하겠다. 연극의 해를 맞이한 협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보여주기식, 선심성 사업이 아니라 비전과 정책이 생성되는 사업으로 발전되길 희망하고, 연극인의 복지 향상이나 인권에 대한 사업은 물론 지역 · 성별 · 계층 등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협회가 주관하되 다층의 연극인들이 함께 진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연극계의 갈등을 줄이는 과정에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지역 안배와 여성과 청년층을 배려한 정책 수립이 우선이라고 했다. 1차 열린토론회에서 협회에 대한 불신이 제기됐는데, 협회는 기존에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고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협회와 기존 연극인들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들의 의견도 받아들여 갈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연극 생태계와 연극인의 자존감 회복이 중요하다 ▲일회성 사업은 의미 없고 정책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기획하고 매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관 주도가 아닌 현장 연극인 중심의 조직위가 결성되고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사업 측면에서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소위원회를 조직해 구체적인 정책 수립을 목표로 진행한다 ▲문체부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업내용은 기존 사업과의 연계, 사랑티켓의 부활, 역사적인 연극 공간에서의 기념사업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1차와 2차 토론회 등을 통해 수렴한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연극의 해 집행위원회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성해 다양한 연극인이 소외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연극의 해를 꾸려나가기 위한 방식을 제안한다. 연극인들은 지역, 세대, 협회 가입 유무를 막론하고 연극의 해가 보여주기식의 큰 이벤트나 선심성 사업 등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한국 연극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열린토론회를 통해 과거에 비해 훨씬 다원화된 연극계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했다. 이를 억지로 통합하려 하기보다 다양한 연극 현장과 그 의제를 구체화하고 길게는 정책 수립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관행이나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졌던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연극의 해가 돼야 한다는 점, 다층적이고 다원화된 정체성을 지닌 연극인들이 세대 · 지역 · 젠더 등과 관계 없이 소외되지 않고 ‘나’가 포함된 연극의 해라고 체감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다.
둘째, 다원화된 현장을 포괄하기 위한 집행위원회의 독립성 요구가 있었다. 그간 연극의 해 추진 과정에서 현장과의 소통과 공론화에 소극적이던 협회 내부에 집행위원회가 꾸려지기보다는, 범연극인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집행위원회의 출범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지역 연극의 경우, 견제할 장치가 없어 큰 권력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협회 중심 구조의 한계가 지적됐으며, 연극의 해는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책임성 확보를 통한 사업 추진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2020 연극의 해는 다양한 단위의 분과로 나누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집행위원회 역시 분과별로 구성하는 것을 제안한다. 집행위원회는 20인 이상(분과별 4인 내외)으로 하고, 각 분과의 이슈와 밀접하게 활동하고 사업을 진행해 온 현장 단체들의 추천을 받아 구성한다. 집행위원장은 집행위원회에서 2인 이상을 호선하고 집행위원장과 집행위원회의 구성은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필수 분과는 젠더 · 퀴어, 전국 단위의 청년 네트워크, 장애 연극, 안전한 창작환경 조성 등 4개를 제안한다. 젠더 · 퀴어 분과는 페미니즘 연극제,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퀴어연극제, 전국 단위의 청년 네트워크 분과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화학작용,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장애 연극은 Oset 프로젝트 등, 안전한 창작환경조성 분과는 (가)KTS(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 워킹 그룹과 (가) 공공극장 안전대책 촉구 연극인 모임 등이 집행위원 추천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이미 1차와 2차 토론회에 참여해 구체적인 사업 구성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공정하게 집행위원회 구성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년 · 원로 연극인 분과 등의 구성은 해당 이슈에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단위에서 추천 ·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2부는 발제자와 플로어의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회를 맡은 심재찬 연출가는 “1차와 2차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연극계가 이번 기회에 다양성에 대한 의식을 확실하게 가져서 공연예술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극계의 블랙 리스트와 미투는 우리 문화를 바꾸는 혁명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3차 토론회는 추진기구 구성 방안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진행할 것을 공지했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김윤걸 연출가는 열린토론회 역시 파이를 나눠 먹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면서 “연극의 해가 예술적 · 사회적 · 경제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사업계획서의 방향에 공감했다. 분과를 잘게 나누면 이 방향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경제적 가치는 두고라도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가지고 가자” 고 제안했다. 이에 성지수 연출가는 “사업계획서는 연극의 해와 국립극단 70주년 행사를 합쳐 73억 원의 예산을 기준으로 했다. 사업계획서의 목표와 추진 방향은 공감 하지만 현재 예산으로 가능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해 봐야 한다”면서 행사나 공연 제작보다는 제작 환경을 바꾸고 연극계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데 쓰자는 의견 등이 반영됐기 때문에 분과별 진행을 제안했다고 답했다.
이에 홍예원 연출가는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 연극인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행사여야 한다는 점이다. 성별과 연령을 특정해서 말하는 환경을 바꾸자는 것이 젊은이, 비남성 연극인들의 요구다.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의제다. 연극계 안에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연극을 해나갈 것이고 어떤 방식을 지양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윤걸 연출가는 “1차에는 협회와 현장의 갈등이 있었고, 2차는 다양한 연극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불만의 목소리를 들었다. 연극의 해가 화합하는 행사가 되면 좋겠다. 사업계획서에 나오는 고령화, 취업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이슈가 공론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심재찬 연출가는 “기존 세대의 기득권이 없어져야 한다. 모든 것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공간이 돼야 하고 연극계의 환경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예산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방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정리했다.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활동하는 박태양 사진작가는 “부산에서 2년 정도 작은 극단을 담당했다. 지역의 젊은 작업자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꾸준히 작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협회의 지원보다는 지역의 젊은 연극인을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학 연극영화과나 극회 출신, 시민극단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지역에 산재하지만 이들에게 주목하지 않는다. 이들이 서로 존재를 인식하고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네트워킹은 예산에 비해 효과가 크다”면서 네트워킹 공간으로 문화예술회관에 있는 지역협회 사무실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김관 사무총장은 “연극의 해 예산을 나눠먹기 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래서 더 투명하게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네트워킹 공간 확보를 위해 연극인과 지역문화재단이 연계하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태양 사진작가는 “지역의 젊은 작업자들이 떠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동료가 없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선배가 대부분이고 또래 작업자와 함께할 발판이 없다. 두 번째는 피드백이 없다. 비판이든 비난이든 반응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역에서는 대한민국연극제에 나가는 공연만 한다. 예선을 통과하는 극단도 거의 정해져 있다. 전국 단위 청년 포럼으로 젊은 작업자들이 수도권의 작업자들과 연결 돼야 한다. 젊은 층은 협회에 들어가 대한민국연극제에 나가는 것에 가치를 못 느낀다. 협회의 눈치를 안보면 연극을 할 수 없는 지역도 있다. 지역별 차이를 파악 하고 이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에 김관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연극제는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신 분들 위주로 움직일 수 있다. 지역 안에서 젊은이들이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작년부터 연극제 안에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지역의 청년연극인들이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자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과 구성과 사업 내용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송경화 연출가 겸 배우는 “예산 21억 중 10억여 원이 연극의 해 예산일 텐데, 작품 만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부족하다. 그동안 현장을 연구하고 문제를 개선할 비용을 지원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연구 지원이 확장되면 다음 해 사업을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을 전환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공연과 축제를 지원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예원 연출가는 “2차 토론회의 장애 연극 발제에서 극장의 접근성과 창작을 위한 공간의 접근성에 대한 전수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이슈별로 고민해온 단위에서 그 이슈를 다루고 따라갈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집행위원 구성에서 특정 성별 비율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지수 연출가는 발제 내용에 추가해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분과별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서로의 관심을 확인하는 연극의 해가 되었으면 한다. 사회와 관객의 요구가 다원화 ·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관련 작업을 좀 더 세밀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협회가 지역에 조직을 갖고 있고 많은 연극인이 속해 있지만 실제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 협회 내부에 집행위원회가 꾸려지고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내가 추천한 위원을 내가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범 연극인 집행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종승 배우는 “협회 당연직 이사를 포함해 지역에서 연극하는 분들이 집행위에 몇 명 정도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4개 분과 외에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연극제, 지역의 연극제 등 다른 축제를 준비하는 기존 팀들과 집행위를 같이 꾸리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김관 사무총장은 “협회는 주최와 주관을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고 밝히면서 이미 조직 체계가 있고 전국 단위의 조사가 돼 있는 직능별 협회와 지역 협회에서 추천 받은 사람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성지수 연출가는 지역만으로 단순하게 얘기될 수 없는 지역예술인 내의 정체성과 목소리를 협회가 주관했을 때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지역에 있는 청년예술가이면서 여성예술가는 과연 자신이 포함된 연극의 해로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에 집행위원회 구성에 좀 더 많은 분이 추천권을 가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2차 토론회에 발제했던 이리 배우는 “연극계를 위협하는 내 · 외부적 요인에 대한 성찰과 인식 개선, 대응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블랙리스트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토론회를 거치면서 연극의 해인지, 연극인의 해인지 의문이 들었다. 애초에 우리가 만든 연극이 별로라거나 연극 자체의 예술성과 사회적 가치가 떨어져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연극인 당사자가 외부적인 블랙 리스트나 내부적인 미투로 연극을 만드는 환경에 위협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사업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연극의 해는 새로운 의제로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심재찬 사회자는 “문체부를 우려와 불신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연극의 해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 중 하나였다. 연극계와 소통 없이 하다 보니 오해를 받은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관 사무총장은 협회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전북에서 활동하는 최솔 연출가는 “40년 전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는 협회가 모든 연극의 구심점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양성이 있다. 선출직 조직에서 반대쪽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협회라는 조직 안에도 명암이있다. 다양한 명암이 연극계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면서 “연극의 해가 연극인들만의 잔치가 아닌 대한민국의 연극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협회의 전국 조직을 어떻게 활용하고 협회 외의 조직을 양지로 끌어내 함께할지를 생각 해 한국 연극 전체를 아우르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고 덧붙였다. 성지수 연출가는 시민에게 다가가는 연극의 해가 돼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 “연극계 미투운동 초반에 대학로에서 관객들의 위드유 집회가 있었다.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공연을 보고 싶다는 관객들의 의지를 받아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충분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확보되어야 하고, 축제보다는 포럼과 같은 자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한 참석자는 “블랙리스트와 미투 이후 연극계 내에 평등하면서 안전한 창작 환경에 대한 목소리가 많아졌지만 기반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연극의 해가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창작을 지속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 좋겠다. 이전에는 소수 권력자의 의견으로 정책이 마련됐다. 청년이 아닌 사람들이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면 모순이 생긴다. 이 안에 사각지대는 없는지 고민하며 천천히 가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리 배우는 동의하며 “2차 토론회에서 젠더와 퀴어 관련 발제를 하면서 답답했다. 퀴어 부문은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분이 많아서 누구한테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분과 활동이 가능할까. 젠더 다양성 연극에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현실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장애와 퀴어 부문은 조직을 구성하고 발언할 기반이 없어서 연구 조사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화 연출 겸 배우는 “준비 시간이 짧고 예산도 부족해 잔치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시민에게 다가가는 연극은 연극의 해에서는 내려놓으면 좋겠다. 동시대 연극이 무엇이고, 시민의 생각은 어디로 향해 있고, 대중문화 안에서 연극은 어디에 있는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이외에도 청년 연극인 부진서는 “우리는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전 시스템은 선택의 권한이 한 곳에 몰려 있고 다양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청년 당사자가 직접 위원이 되고 그 안에서 사업이 진행되면 네트워킹은 따로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박세련 연출가는 “현장에서 이슈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작업하는 연극인도 중요하지만, 좀 더 이론적으로 고민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같이 담아서 구성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간 연극계에서 빚어진 갈등에 대해 김관 사무총장은 “협회가 문체부의 제안을 받아 요구에 맞춰 진행을 시작한 것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협회가 떠안고 책임질 상황은 아니다. 이것은 문체부의 사업이어야 한다. 연극인들의 반목처럼 비친 것이 가슴 아팠다”고 전했다. 윤태욱 과장은 “문체부는 연극인들이 현재의 자원을 알차게 쓸 수 있고 집행위 구성에 대해 충분히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존중하는 의미이지 회피는 아니다. 분과 구성도 연극인들이 만든다면 존중하겠다”고 밝히며 관객과의 접점을 어디에서 찾고 국민에게 어떻게 인식시킬 수 있을지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2부가 끝날 무렵 성지수 연출가가 “현장의 제안이 채택 되고 합의되는 절차와 이후 계획이 공유돼야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며 예산과 실행을 책임지는 문체부에서 분명히 답변해 줄 것을 요청하자 윤태욱 과장은 열린토론회에서 결과를 도출하면 100%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3부에서는 집행위원회 추천위원 구성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이어졌고 그 자리에서 총 9명의 추천위원이 선임됐다. 심재찬 사회자는 “올해 연극의 해는 이전에 경험했던 축제나 행사와는 패러다임이 달라야 한다. 사업이나 행사 중심이 아닌 연극계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연극의 해가 돼야 한다”면서 장시간에 걸친 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 정리 전민정_객원 기자. 문화정책 연구 · 기획
- 사진 김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