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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12월호

서울거리예술축제 2020 포럼 <변화, 거리예술축제의 출구> 2일차 ‘예술로 이어지는 도시’ 거리예술의 확장을 위한 미래 읽기

유례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 2020년의 거리예술과 축제를 점검해 보는 서울거리예술축제 2020 포럼 <변화, 거리예술축제의 출구>가 11월 3일과 4일 이틀간 진행됐다. 1일차 ‘축제가 멈춘 거리’에서는 서울거리예술축제를 비롯한 2020년의 국내외 거리예술축제의 현재를 짚어보고 위기의 시대에 대응하는 축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대화를 나누었다. 2일차에는 ‘예술로 이어지는 도시’를 주제로 1부에서는 거리예술축제의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 보고, 국내외에서 펼쳐친 도심형 축제 사례를 공유했다. 지면에는 거리예술이 건축, 환경 등 새로운 분야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려본 2부 ‘거리예술의 확장을 위한 미래읽기’를 요약해 소개한다.

서울거리예술축제 2020 포럼 2일차 2부 ‘거리예술의 확장을 위한 미래읽기’가 진행 중인 현장

일시
2020년 11월 4일 (수) 오후 4시~7시
장소
유튜브 스팍TV
사회
  • 박지선 독립기획자·프로듀서 그룹 도트
발제
  • 임진영 오픈하우스서울 대표
  • 김광현 파타고니아 코리아 환경팀 팀장
토론
  • 이철성 비주얼씨어터 꽃 연출
  • 정진세 극단 문 드라마작가
  • 이혜령 제너럴쿤스트 연출
포럼 영상
  • youtu.be/sPKFI34kmm4

박지선

이철성

임진영

김광현

정진세

이혜령

발제 1 도시를 활용하는 우리의 전략: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는 놀이
임진영

‘오픈하우스서울’의 캐치프레이즈는 ‘도시의 문턱을 낮추고 건축을 만나다’입니다. ‘오픈하우스’는 런던에서 시작해 전 세계 46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국제적 축제고요. 서울은 46번째 도시로 올해 행사를 진행 중(10. 24~11. 15)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건축을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건축을 이해함으로써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고 한 시대의 배경과 문화적 역할도 읽고 뛰어난 건조물을 통해 그 공간의 가치도 경험하는 거죠. 오픈하우스서울은 서울의 100년 된 하수구부터 사적 공간인 주택과 사옥까지 경계를 넘나듭니다. 밀알학교와 대선제분 같은 오래된 건물의 문을 열기도 하고요. 평소에 개방하지 않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옛 기무사 옥상이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지붕 위에 올라가기도 합니다. 축제의 방향에는 사적 영역의 공적 활용이라는 중요한 주제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사적 공간에 대한 존중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사적 공간이 존중되거나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 경계가 분명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서양의 도시 공간은 ‘피겨와 그라운드(Figure&Ground)’라는 이분법적 방식으로 접근하는데요. 동양의 도시들은 그렇게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빈 공간이 많고 공간과 거리가 만나는 지점에도 다양한 경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오픈하우스서울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보이드>전에 참여하면서 도시 빈 공간, 즉 보이드(void)가 4가지로 구분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열린(open) 보이드, 닫힌(closed) 보이드, 거리(street)와 접한 보이드와 옥상(rooftop) 보이드입니다. 북촌 국립현대미술관 일대를 조사해 보니 거리 보이드가 생각보다 많았고,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열린 보이드 외에 알지 못하는 닫힌 보이드와 옥상 보이드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14%이던 도시의 여백 혹은 공공 공간에 각각의 보이드를 포섭해 나가니 74%까지 올라갔고요. 빈 공간이 시대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하는 것에서 도시 자체가 변화하는 유기체임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열린 보이드와 닫힌 보이드가 생겨난 것은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관계 때문인데요. 북촌의 한 골목에서 “운동 중에 본의 아니게 담장 밖으로 공을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도로에서 테니스공을 발견하시면 테니스장 안으로 던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담장 너머에 테니스장, 비어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데 골목에서는 인지할 수 없었던 거죠. 이 경계를 오갈 수 있는 건 테니스공 하나입니다. 반대로 공적 공간을 사적으로 점유하기도 합니다. 막다른 골목에 빨래를 널고, 에어컨 실외기를 놓기도 하고요. 신발이 문 앞에 나와 있는 경우도 있어요. 골목이 집의 현관이 되는 셈이죠. 이렇게 도시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풍경이지만 사적으로 점유되거나 공적으로 열려 있거나 경계가 모호한 공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이드를 직접 조직하는 건축으로는 최문규 건축가가 설계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가 있습니다. 이태원 거리의 건물 사이에서 가운데가 환하게 뚫려 있지요. 이곳은 지형이 2층 정도의 높이 차가 나거든요. 막힌 길 너머 다른 도시 풍경을 연결하는 것이 건축가의 의도였고, 완전히 열린 틈을 통해 도시 뒤편의 풍경까지 끌어왔습니다. 두 번째 건축물은 SoA가 설계한 브릭웰인데요. 경복궁 서쪽은 밀도가 높고 오래된 도심이기 때문에 쉴 수 있는 여백이 없었는데, 건물 1층을 들어 올리고 그 안에 작은 정원을 만들었어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오래된 백송과 거리를 잇는 것이 건축가의 의도였고, 원형의 공간을 통해 우물처럼 만들었습니다. 발코니 형태이기 때문에 물리적 프로그램은 없지만, 과감하게 건물을 지음으로써 전혀 다른 도시 풍경이 되었습니다. 결국 광장의 시대는 갔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도시의 작은 여백을 포섭하고 연결하는 것이 도시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물과 광장을 보는 건 쉽지만 그 사이의 빈틈에 주목하고 엮어내는 것은 또 다른 시선 같아요. 여태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닫힌 보이드와 알고 있는 열린 보이드 사이에 테니스공처럼 주고받는 역할을 하는 게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발제 2 환경과 예술축제: 환경에 대응하며 예술로 살아남기
김광현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주로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입는 옷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거리예술과는 언뜻 보면 거리가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예술을 하는 분들이나 문화를 기획하는 분들과 함께 환경보호와 환경운동이 결합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지구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환경팀에서 지구 환경문제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지역의 환경단체와 활동가를 지원하는 일도 합니다. 다양한 행사나 외부 활동에 참여하면서 파타고니아의 활동, 나아가서는 환경보호 활동을 알리고 참여를 호소하는 일도 하는데요. 최근 진행하는 캠페인은 ‘푸른 심장’입니다. 우리나라의 강이나 하천에는 1960~70년대 지어졌지만 쓰임새와 수명이 다한 시멘트 보가 3,000~4,000개 남아 있는데 이 보를 철거해서 강물을 자유롭게 흐르게 하자는 캠페인을 9월부터 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우리나라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활동가를 지원하고 힘을 보태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숲을 지키기 위해 나무 꼭대기 위에 집을 짓고 올라가서 싸운 활동가, 환경부 앞에서 시위를 벌인 환경단체, 제주의 환경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제주에서 상경해 청와대 앞에서 시위한 환경단체, 이렇게 거리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시위나 활동을 지원합니다. 저는 거리행진이나 1인 시위, 환경보호를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하고 기획을 하면서 늘 고민했습니다. 왜냐하면 흔히 시위 하면 삭발, 머리에 두른 붉은 띠, 물대포, 충돌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떠올라서 거리에서 벌이는 환경보호를 위한 행동이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나오기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예술가는 일반인인 저와는 다른 감수성과 민감성으로 세상을 보고 다양한 형식의 예술로 표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술가는 현재의 지구 환경 위기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끼고 반응하고 관심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예술가 그리고 거리예술을 기획하고 참여하는 분들께 환경운동과 환경보호를 위한 직접적인 활동과 거리예술의 결합이 가능할지 물으면서, 환경보호를 예술적으로 해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는 일반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서 축제처럼 즐기고 지구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행동을 조직해 나가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았으면 합니다.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면 환경보호를 위한 거리예술 행사를 함께 진행해 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도시+환경+거리예술
박지선

많은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환경 이슈에 어떻게 예술적으로 동참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을 것 같습니다. 앞서 두 분의 발제를 들으면서 하고 싶은 말씀, 질문이 많을 텐데요. 이철성 연출님께서 시작해 주시겠어요.

이철성

먼저 거리예술가들만 만나다가 건축 전문가와 환경문제를 위해 일하는 전문가를 만나서 반갑고요. 임진영 대표님은 저희가 고민하는 지점과 똑같아서 일을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이드를 틈새, 틈, 빈 공간, 빈틈이라고 했는데요. 저도 대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면 숨이 막힐 때가 많아요. 막혀 있어서 서로 보이지 않지만 상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테니스공이 곧 거리예술이라고 말씀하신 게 적확했어요. 지금 건축 축제에서도 똑같은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는데, 테니스공 같은 거리예술과 건축계가 협업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진영

먼저 오픈하우스서울은 순수하게 건축 공간 체험에 몰두하는 것이 취지라 그 안에서 이벤트나 공연을 하려 애쓰지 말라는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협업해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왜냐하면 건축의 경우 사진에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거든요. 그렇다 보니 딱딱함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해요. 거리예술축제를 볼 때마다 생동감과 에너지, 그걸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함을 느끼고 있고, 장소 특정적 환경에서 더 많은 예술적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희가 문을 열기 힘든 공간을 열고 그 공간에서 또 다른 기획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반가운 일일 것 같습니다.

이철성

김광현 팀장님의 얘기를 들을 때는 약간 반대되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는데 환경문제라는 강한 메시지가 있으면 예술이 접근하기 힘들어요. 메시지로 접근하지 않고 놀기 좋은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환경적으로 최적화된 공간에서 만나 함께 놀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조금 더 매력적으로 제안해 주시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광현

환경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고 결도 다 다르니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직접적이고 매력적 제안이라면 아무래도 기업이다 보니 예산에 대한 직접 지원이 될 수 있겠죠. 예술가들이 예술을 즐겁게 하는 데 필요한 공간이나 물품을 구비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떤 환경문제일지는 함께 논의하면서 방향을 맞춰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박지선

예산 지원이라는 아주 매력적인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환경과 같은 문제는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해야 새로운 방법론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진세 작가님께도 질문과 의견 부탁드릴게요.

정진세

저는 오픈하우스서울이 도시를 탐색하고 이해한다는 발상은 거리예술과 동일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정반대라는 생각에 오히려 위협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건축가의 관점에서 도시를 들여다보고 접근하는 방식은 다큐멘터리적인 건조한 방식이고, 거리예술가들은 도시의 극적인 이야기, 감정선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인 것 같고요. 코로나19 사태 혹은 기후위기를 경험하면서 거리예술가로서 한계나 회의감도 생기기는 합니다. 도시를 탐색한다는 것, 도시를 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인간이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라는 제도에서 그 공간의 가시성을 보는 의미가 있죠. 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요. 도시를 탐색하고 이해한다는 것에서 건축이나 거리예술 둘 다 한계에 부딪혔을 것 같아서 요즘은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 궁금하고요. 도시를 탐색하고 이해하고 나서 참여자들은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임진영

위협적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상이고 어떤 느낌인가요.

정진세

거리예술가들은 도시의 사실관계나 건축적인 맥락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파괴 혹은 전복하거나 다른 상상을 하거든요. 관객은 그것을 보고 좋아하기도 하고 사실과 더 멀어지기도 하고, 도시 사용법을 낭만적으로만 이해하기도 하는데 그게 굉장한 힘을 갖던 시절이 있었어요. 다만 도시를 너무 아름답게만 보는 데서 오는 역기능이라고 할까요. 어떤 사실에 접근하기보다 낭만적으로만 이해해 버림으로써 누락되고 은폐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진영

제가 아름다운 것만 보여드려서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도시는 굉장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이에요. 왜 도시와 건축을 이해해야 하냐면 도시가 작동되고 건물이 지어지고 도시 환경이 조성될 때 많은 사람이 개입해야 하거든요. 대표적 예로 서울시청의 가림막이 걷혔을 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내뱉었어요. 이것이 무척 중요한 신호라고 봐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건물이 지어졌을 때 시민들이 이렇게 본능적으로 감상을 표현한 적이 없거든요. 이 건축물이 왜 지어졌고 어떤 배경이고 이것이 좋다, 싫다는 인상비평까지 나와야 정치적으로 공공시설과 사적 공간이 힘겨루기를 할 때 시민의 목소리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건축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좋은 건축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노력하지만 이슈가 강한 곳도 항상 등장시킵니다.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논쟁이 일어났을 때 하나의 특수학교가 지역에 들어가 어떻게 순기능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20년 전 지어진 밀알학교 오픈하우스를 했어요. 지역 주민에게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이슈로 환기시키는 거죠. 환경을 이해하고 거기에 정치적으로 적극 개입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진세

이어서 김광현 팀장님께 질문드리면 저도 거리예술과 환경운동이 어떤 식으로든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공연 공간으로 인식하던 거리가 이제는 지구,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환경을 의미하는 것일 텐데 거기에서 어떤 협업과 작업이 가능할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광현

환경문제는 대단히 다양하고 넓지만 사실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건 자신이 느끼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60일 동안 계속된 지난여름의 장마일 수도 있고, 지금 이 순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코로나바이러스일 수도 있습니다. 매년 봄마다 찾아오는 미세먼지일 수도, 거리를 걷다가 본 흩어져 있는 쓰레기일 수도 있고요. 이런 환경문제가 불편하고 거슬리거나 예술로 해결을 도모하고 표현하고 싶은 거리예술가가 있다면, 저희가 언젠가 거리예술축제와 환경이 결합된 행사를 열 때 적극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지선

이혜령 연출님도 시위와 관련된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런 얘기와 함께 질문과 의견 부탁드릴게요.

이혜령

사실 저도 건축 자체는 거리예술과 연관이 많지만 시작점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는 작가님 가운데 건축을 전공했지만 건축가가 되지 않고 작업을 하는 이유로 건축이 마치 독재처럼 건축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다는 점을 얘기하더라고요. 거리예술은 극장이라는 건축물 밖으로 나오면서 매우 많은 것을 열어놓고 작품이 진행되는데요. 발제 내용을 들으면서 어쩌면 건축도 그런 여지를 열어놓고 건물을 세우고 사용할 수 있게끔 고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물처럼 생긴 공간 외에도 조금 더 개입이 발생하고 시작은 달랐지만 결론적으로 거리예술과 닮아 있는 작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거리예술가에게도 영감을 줄 것 같습니다.

임진영

마포의 문화비축기지는 많이 알고 계실 텐데요. 서울에서 쓸 석유를 비축하기 위해 지은 5개의 탱크를 재활용해 건축적으로 전환한 사례는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공공 프로젝트에서 많이 나오고 있어요. 사실 모든 건축가가 기본적으로 공공성에 접근하거든요.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을 짓더라도 집 앞 도로와 만나는 공간을 어떻게 환대의 공간으로 만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지 혹은 그 공간에 경계를 둘지 고민을 많이 해요. 그런 면에서 지금 지어지는 건축물들은 도시와의 경계가 중요한 화두라고 봐요.

이혜령

제가 뮤지컬 제작을 오래 했는데요. 공연이 끝나면 세트가 창고로 들어가고 재공연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공연을 만든 것인지 쓰레기를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했어요. 그러면서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실내 공연과 반대로 어쩌면 거리예술은 거리에 이미 있는 것을 갖고 관객과 같이 만들어내는 작업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좋은 접점을 찾은 것 같고 오늘 발표를 들은 분들이 재밌는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지선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는 거리에서 하는 축제가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음악 페스티벌이 환경에 가장 먼저 대응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환경보호 활동을 실천한 것 같고요. 개인의 실천, 축제의 실천을 넘어 예술가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시민들과 대화할지의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거리예술축제의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도시와 삶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또 어떤 것이 필요할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임진영

사실 서울은 봉쇄 상황을 경험하지는 않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마음껏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죠. 넓고 트인 도시 공간을 향유하지 못한다는 사실 하나가 주는 상실감이 큰 것 같아요. 결국 일상에서 작은 여백을 찾아 나서야 하는데 도시에서는 작은 여백을 만들거나 확보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앞으로는 거시적인 담론보다는 동네에서 시작해 작은 공간을 하나씩 확보하고 비우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작은 공원, 빈터 하나하나가 더 중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런 공간과 연계되는 예술 방식과 행위를 기대하게 될 것 같습니다.

김광현

지속가능성이나 환경문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도 없는데요. 변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결단과 실천이 있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쉽고 재미있고 즐겁고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환경보호나 환경문제를 위한 행동이나 실천이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훌륭한 예술가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예술은 우리나라의 중대한 사회 변혁 시기에 언제나 함께했고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면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왔습니다. 환경문제나 지속가능성 부분에도 예술적 결합을 모색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이철성

코로나19는 우리를 멈춰 세우고 스스로 한번 들여다보고 사회를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예술을 하고 건축을 할지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아파요. 자꾸 빈틈을 찾아다니게 되지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넓게 보면 도시를 벗어나면 되잖아요. 제가 요즘 대부도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데요. 대부도는 수도권인데도 끝없는 갈대 들판과 갯벌과 바다가 있어요. 바로 옆에 있는데 발견을 못 한 거죠. 거리예술이 도시에서 확장해서 대안적인 공간을 보면 좋겠습니다.

정진세

도시를 바라보는 건축적 관점은 거리예술가에게 굉장한 영감을 주는데요. 아마도 불편하고 은폐돼 있는 진실을 직면하고 목도하게 하는 관찰자의 태도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감각으로부터 출발해서 불편한 것들을 가시화하고 공론화하고 재밌게 예술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앞으로 과도기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거리예술은 재밌고 즐겁고 시민에게 기쁨을 주는 예술이었는데, 지금 당장은 불편한 진실 때문에 그런 것들을 줄 수 없다면 다시 시민들이 축제와 거리예술을 즐기는 그날이 올 때까지 이 과정을 충실히 겪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혜령

다들 빨리 옛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일상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데요. 우리가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일상이 지금과 비교하면 안전하고 쾌적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많은 문제를 품고 있었고,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 있었던 것 같아요. 거리예술의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가 정상이나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무조건 되찾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르게 보는 시간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싶습니다.

박지선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코로나 덕분에 거리예술은 어떻게 도시와 우리 삶을 바라보고 관객과 다시 마주하면서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 대안을 고민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함께 연대하면서 새로운 거리예술축제를 만들어나갈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정리 전민정_객원 편집위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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