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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2월호

서울시 축제평가 간담회줄 세우기 평가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들

서울시에서는 자치구 축제, 민간 축제, 마을 축제를 포함해 연간 400여 개의 축제가 열린다. 서울문화재단 서울축제지원센터는 서울시의 ‘지역특성 문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민간단체와 자치구에서 개최하는 축제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 19일 서울특별시 문화도시 기본조례가 개정되면서 축제평가에 대한 정책 방향이 바뀌는 큰 변화가 있었다. 축제를 평가해서 등급제를 실시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축제계획 수립과 선정 시 반영할 수 있다는 항목이 신설된 것이다.1)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축제나 축제성 행사들을 평가할 당위성은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축제평가는 어떻게 하고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서울시 축제평가에 참여했던 평가위원들과 자유롭게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1) 서울특별시 문화도시 기본조례 ‘제28조 축제의 평가’ ③, ④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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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장재환 서울문화재단 축제팀장
토론 |
표신중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추미경 문화다움 대표이사
조영선 2017 ACC 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프로그래머
일시 |
2018년 1월 11일 오후 2시
장소 |
시민청 동그라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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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환 서울시에서 전격적으로 축제지원센터의 평가 결과를 지원 선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축제와 행사들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보았으면 합니다. 축제 자체를 정의하기가 쉽지 않고 이 행사가 정말 축제가 맞는지를 판단하는 관점도 달라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는데요. 서울 지역에서 공공의 재원을 받아 진행되는 축제를 어떤 방향으로 평가하는 게 좋을지 말씀해주시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표신중 외국에서도 축제를 지원하기 위해 평가를 해서 줄을 세우는 사례가 있나요?

추미경 오래전에 제가 여러 나라의 예술경영 분야 종사자들이 만나는 행사에서 요즘 축제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영국 사람이 관심을 표현한 적은 있어요. 페스티벌 평가를 했으면 하는데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요.

조영선 재작년 영국에 갔을 때 우리처럼 어떤 항목이 잘되었는지 안되었는지가 아니라 축제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연구해서 지표로 개발하고 DB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방향성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축제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DB가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지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표신중 저는 다른 나라에서 하나의 기준을 적용해서 축제를 평가하고 순위를 정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어요. 우리나라는 축제가 형성된 과정이 특이하고 거기에서 오는 차별성 때문에 평가제도가 생겼다고 보거든요. 우리나라의 축제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행정 서비스의 산물이에요. 관 주도이기 이전에 축제 자체가 행정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상한 사회가 되었어요. 축제가 축제다워지는 기점을 마련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를 이제 판가름해야 합니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다시피 축제는 기술적인 개선 이외에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다다른 것 아닌가요.

장재환 재단에서 2016년 이전까지 실시한 축제평가는 축제의 발전과 가능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평가라는 용어 자체를 적용하기 애매했는데요. 정책적인 환경 변화에 따라 공공의 재원이 지원 목적이나 내용에 맞게 잘 쓰이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것이 축제평가로 유입되다 보니 축제를 평가하는 게 맞느냐는 근본적인 질문도 나오고 평가를 피해갈 수 없는 한국적인 상황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표신중 저는 핑계라고 생각해요. 분명 평가라는 것의 기저에 재원이 낭비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목적이 있단 말이죠. 이건 상당히 후진적인 거예요. 여태까지는 공공성 등을 이유로 뒷걸음질 쳤어요. 평가자들이나 연구자들의 비겁함도 가세한 결과입니다.

추미경 저는 1997년 안동탈춤페스티벌이 처음 생길 때 작은 실무를 맡아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축제평가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2003년 원주 ‘세계 평화팡파르’ 축제 때 평가가 아니라 축제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와서 지역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개념으로 일을 진행한 적이 있고요. 2001년 부천국제영화제 평가연구도 축제의 상태를 진단하고 현재 수준에서 미션, 비전,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재정립할지를 고민하면서 진행했어요. 지금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평가’나 서울시의 축제평가에는 그런 개념이 없잖아요. 축제가 짧은 기간에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진화하는 과정 없이 많은 부분들이 급조되고 행정 서비스의 개념으로 추진되다 보니 갑작스럽게 늘어난 축제를 평가해야 하는 거고요. 축제의 내적인 힘이 없는 상태에서 평가를 하다 보니, 감시를 하거나 섣부르게 재단하고 무리하게 컨설팅하는 방식으로 갔을 수도 있는데요. 저는 공공재원이 들어가면 어떤 식으로든 정책의 효과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축제가 양적으로 크게 늘어나 축제마다 어느 정도 자기 메커니즘이 만들어진 시점에서 어떤 관점이나 방향으로 축제를 평가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영선 축제평가 중에서는 ‘문화관광축제 평가’가 가장 오래되었잖아요. 저는 예전에 피평가자의 입장에서 지표를 보면서 압력 아닌 압력을 받았어요. 행정기관에서는 지표에 맞춘 축제기획에 대한 기대가 어쩔 수 없이 생겨나거든요. 불필요한 항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예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생겨요.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반항심이 일기도 했어요. 기술이나 외형적으로는 일정 기준 이상의 축제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표준화된 기성품 같은 축제가 되는 건 아닌지, 개성이 없어지지는 않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014년에 서울문화재단은 평가를 바탕으로 한 컨설팅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던 것 같고요. 몇몇 축제들이 이를 새롭게 느끼고 노력하는 면면을 경험하면서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면 좋은 사례의 축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2017년에 와서는 단절된 느낌이 있어요. 지금의 평가방식은 재단이 처음 생각했던 방향성을 놓치고 가는 것 아닌가 싶었어요. 평가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되살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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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신중 외국의 경우 비교적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요소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축제의 내용이나 비전같이 주관적 요소가 강한 내용에는 깊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행정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지표에 의한 평가보다는 리뷰, 평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뤄요. 예술작품에 순위를 매기는 일이 가능하지 않듯이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축제에 순위를 매기지 않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일입니다.

추미경 ‘문화관광축제 평가’에 꾸준히 참여했는데요. 관광 분야에서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표준화된 지표가 많았고 그 지표에 맞추다 보니 대한민국의 모든 관광축제가 똑같아졌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문화 분야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지표에서 예술과 문화를 일부 수용하기는 했지만 한계가 분명 존재하더라고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문화예술행사 평가’는 비교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편이었는데 프로그램 평가는 비평가들이 하고, 운영은 예술경영 전문가들이 결합해서 참여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매년 공개하는 보고서를 보면 이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고요. 서울문화재단의 평가체계는 3개 중에서 지표가 가장 세분화되어 있고 견고해요. 지표들이 기술적인 부분까지 자세하게 되어 있어서 이 축제에 대해서 할 말은 따로 있는데 형식에만 맞춰 쓰게 되더라고요. 지표를 몇 개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지표를 설계하는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재환 평가의 기능은 축제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자율성을 확보하며 성장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했는데요. 평가지표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고 중복된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 있었고요. 전문 평가자와 시민, 축제기획자 간 평가에 대한 관점과 결과에 차이가 있어서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7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평가 지표에 대한 주체별 의견을 반복적으로 수렴해 불필요하고 중복적인 평가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고 축제 유형별로 해당 지표의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함으로써 수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가 곧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내용을 함께 살펴보며 얘기를 나누었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쉽긴 합니다.

추미경 서울의 축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가치를 설정해놓으면 축제를 평가하는 이유가 보다 분명해질 거예요. 지표는 그것을 위한 도구가 될 것이고요. 그 전제 없이 지표를 조정하면 그 의미가 줄어들 수 있어요. 서울에 맞는 축제지형을 풍성하게 만들겠다는 큰 방향이 있고, 그것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 몇 개가 그 방향으로 가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해야 해요. 지표보다는 앞단에 대한 논의가 더 많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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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선 평가 지표를 보면서 옳고 그름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축제의 주제를 평가하라고 하는데, 매년 만드는 슬로건을 주제로 볼 것인지, 축제의 근본적인 특성을 주제로 볼지도 애매하거든요. 마을 축제를 평가하는 이유가 축제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평가가 아닌 컨설팅이나 멘토링으로 가는 부분도 있을 거고요. 시에서 하는 대규모 축제와 민간에서 100만 원 단위의 지원금을 받아서 하는 축제는 결이 달라서요. 그 부분도 확실하게 나눠서 가자는 정도의 논의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지표 하나하나를 일일이 기입하고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회의가 들긴 했어요.

표신중 일단 시 예산이 나가는 부분은 다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래요. 평가와 돈이 연관되어 있는 한 딜레마를 벗어날 수 없어요.

추미경 서울시가 1년에 수억 이상 투자하는 대표 축제와 5,000만 원에서 1억 원을 들여서 그 마을주민들이 뭉치고 놀게 하는 축제는 개최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축제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도 다를 거고요. 그 효과에 맞는 진단 지표나 컨설팅 지표, 전문가들이 있어야 합니다.

표신중 지금 얘기하는 것이 서울시 축제정책의 핵심입니다. 독일 맥주축제에는 시 예산이 들어가지 않지만 담당 공무원은 4명이 있어요. 이 공무원은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다뤄요. 맥도날드가 엄청난 후원 비용을 내고 축제에 들어올 테니 부스 하나를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 들여올지 말지를 정하는 것이 정책이거든요. 다양한 논의 테이블을 조직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책을 결정해요. 시 예산은 한 푼도 쓰지 않지만 그 지역의 맥주산업과 시민들의 문화생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무원을 4명이나 따로 두는 거예요. 이런 것이 정책이에요. 지원금을 어떻게 써서 어떻게 좋은 축제를 만들 것인가가 서울시 축제정책의 1순위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정책 외적인 문제에 빠져 있어요. 돈을 배분하는 것만 정책으로 삼고요. 이를테면 시민 주도형 축제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변화인데요. 왜 시민 주도형 축제를 만들어야 하는지 제대로 토론한 흔적도 없고 논의도 굉장히 빈약합니다. ‘공동체가 좋은 거니 좋은 거’라는 정도의 논리밖에 없거든요. 축제정책의 질적인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담론이 없어요. 저는 이제 평가 말고 리뷰를 하자고 얘기해요. 두 축제 중에서 어떤 것이 더 가능성 있는지를 누가 평가할 수 있겠어요. 다른 축제와의 차별성을 지금은 축제감독 혼자서 지고 간다고요.

조영선 가장 당황스러울 때가 해외 아티스트들은 축제에 참여한 후 공연을 어떻게 보았고 축제가 어땠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하는데 그런 자료들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장재환 정책의 질적인 수준이 아직 올라서지 못한 상태에서 평가만 너무 획일화되어 있고 경직된 상태로 가는 부분에 대해 담론을 형성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조영선 저는 공공재원을 엄격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찬성해요. 그런데 유독 문화예술, 축제에 대해서는 다른 예산 대비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결과물을 바라거나 기대치가 높아요. 다른 사업에 비해 문화예술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 안에서 축제 예산은 훨씬 적은데요. 여기에 이런저런 잣대를 적용하고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어요.

표신중 저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임자들은 다 쫓겨나고 기술자만 남으면서 임자 없는 축제들이 생겼어요. 축제에 미쳐서 축제를 진짜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는 주체들이 사라진 거예요. 그것이 90년대와 20년 후를 가르는 중요한 기점 중 하나라고 봐요. 장사꾼처럼 내몰아서 축제전문가들이 축제대행구조에 있지 못하게 되었어요. 일본만 해도 세계적인 축제기획자들은 다 대행사에 있어요. 우리는 축제기획자들이 서식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보니 다 떠돌이에요. 지금의 축제는 임자를 키우지 못하고 내쫓는 구조입니다. 기능으로만 사람을 쓰기 때문에 그래요. 우리나라만 문화기획자를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이것을 보장하지 않는 한 어떤 제도도 무의미하다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과격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수준 이하의 축제는 좋은 사람을 불러서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럴 의지마저 없어요. 지역구의 수요를 들어주고, 국회의 청탁을 들어주는 일이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합니다.

추미경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는데요. 한국에 문화매개자, 문화기획자 직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위상이 사라졌어요.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많이들 프리랜서로 움직여요. 우리는 공공이 그 역할을 수행해버리다 보니 기획자는 갈 데가 없고 개별로 있으면 생존하기 어려워지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 많은 기획자들이 공공기관에 들어가 있어요.

장재환 축제에도 공공의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결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틀을 깨기 위해서는 정책에 관련되어 있는 분들, 지역에서 기획하는 분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담론이 형성되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추미경 지금은 담론도 다 공공에서 나와요. 안타까운 건 공공이나 관에서 얘기되기 때문에 그것이 정책인 것처럼 되어버리는 거고요. 말씀하신 ‘관’과 ‘민’을 연결하는 역할이 텅 비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장재환 두 번째, 평가결과를 재정지원의 근거만이 아니라 다른 지원을 하는 데 활용하면 좋겠는데요. 평가자료를 가지고 어떤 지원이 가능할지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영선 평가를 하면서 축제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일이고 사람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취약한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관이나 축제조직이 분명 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을 다르게 접근해서, 76개 중 3~4개라도 좋은 선례가 나오면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분들은 금전적인 것을 떠나서 본인들이 개선할 의지가 있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같이 호흡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보이는데요. 평가위원들도 컨설팅하는 입장은 아니다 보니 관계 규정과 가교 역할을 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추미경 서울시 지원 예산을 포함해 연간 축제 개최에 드는 총 예산이 200~300억 원이나 되는데 이를 2억 원의 예산으로 평가하고 컨설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에요. 재단에서는 그 예산으로 확실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를 정하면 좋겠어요. 재단이 축제 컨설팅을 다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축제 생태계가 잘 돌아가게 하는 건강한 정책적 기반을 어떻게 만들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첫 번째, 아카이빙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스스로 데이터를 축적한 축제는 몇 군데 없을 텐데요. 평가를 통해 여러 가지 데이터가 아카이빙되잖아요. 이 데이터를 확실하게 DB화하고 그 통계를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컨설팅보다는 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진단 결과를 알려주었을 때 수용 태세가 있는 곳을 지원하는 다른 제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떤 축제는 예산을 좀 더 많이 들여서라도 컨설팅을 제대로 받게 하는 게 좋고요. 어떤 축제는 컨설팅보다는 축제를 더 잘하기 위한 다른 형태의 협력 구조, 멘토링을 해준다든지 시스템을 도와주는 편이 낫고요. 아카이빙과 평가를 정확하게 해서 정책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평가를 통해 발굴되는 이슈를 전문가들이 계속 얘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회에 확산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고요. 그러면 사실 지표가 그렇게 정교할 필요는 없어요. 아카이빙 분류 코드에 따른 자료는 평가단이 아닌 재단이 받아서 축적해야 해요. 아카이빙에 예산을 좀 더 들이고, 현장에 다녀온 전문가들이 이런 축제에는 이런 이슈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니터링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가해서 줄 세우는 일은 없어져야 하고요.

장재환 평가가 나온 과정과 결과물을 가지고 좀 더 집중할 부분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 축제를 도와줄지 고민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 같습니다.

표신중 저는 조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례를 바꾸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지키려고 하겠죠.

장재환 등급제는 서열화하는 일이잖아요. 순기능으로 작동하면 좋은데 지원받는 단체의 입장에서는 축제의 등급과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게 되죠. 평가라는 잣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최하등급을 2년 연속 받거나, 5년 동안 3번 이상 최하등급을 받으면 지원에서 배제되거든요. 자치구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표신중 지금 쓰레기 같은 축제들이 2억 원씩 받아가고 있어요. 정말 앉아 있기 괴로운 축제가 태반이거든요. 실제로 축제지원은 의미가 없어요. 버리는 돈으로 쳐야지요. 현실적으로 손을 댈 수 없어요. 이건 진짜 안 되겠다 싶어서 밀어내고 나면 또 다른 게 들어와요. 눈먼 돈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축제는 차고 넘치게 준비되어 있어서 막을 방법이 없어요.

조영선 제한된 예산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조정이나 설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행정과 예산이 연단위로 가긴 하지만 해마다 개선을 요구하는 건 축제 자체에도 굉장히 단기적인 호흡을 필요로 하거든요. 몇 개의 축제를 선정해야 한다고 하면 최소 3년 정도는 모니터링을 해주고, 그럼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이면 몇 년 단위로 재조정하는 기간을 거친다든지, 긴 호흡으로 축제를 모니터링하고 준비한다는 느낌을 주는 제도를 재단에서 가이드해주면 좋겠습니다.

장재환 마지막으로 축제를 둘러싼 정책 환경, 제도, 관계자 사이에서 재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조언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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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경 축제 지형도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아카이빙 구축과 평가를 통해 이슈를 파악하고, 축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하고 실행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이슈를 발굴하면 서울시를 계속 추동해서 정책 방향이나 조례를 개정하게끔 제안하고 전문가 잡담회와 같은 담론의 장도 계속 열고요.

표신중 구체적으로 말하면 저는 축제 전문 잡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외의 연구 트렌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 특별히 점검해봐야 할 것들에 대한 리뷰를 소개하는 매체가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1년에 3~4개의 중요한 이슈들은 정리해주어야 해요. 지금은 단편적으로 실리는 학회지나 졸업 논문밖에 없거든요. 그게 시작되어야 같이 모여서 정책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조영선 평가의 위상이 예산을 쥐어주는 곳보다 위에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고요. 재단은 다른 기관보다 공신력과 영향력이 있으니 담론을 던져주고 여러 계층이 모여서 생각을 나누고 간극을 줄이는 공론의 장을 꾸준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장재환 축제지원센터에서 <THE 축제>라는 웹진을 작게 만들고 있는데요. 구성을 조금 더 잘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축제평가를 얘기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일들이 있고 축제평가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말씀이었고요. 건강한 축제 생태계와 정책적 기반 조성을 위해 재단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힘을 모아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웹진<THE 축제>
http://festivalcenter.sfac.or.kr/html/community/webzine.asp?SearchKey=Y&SearchValue=2017&Menu3=0501

※ 토론 내용은 서울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며 [문화+서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리 전민정_ 객원 편집위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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