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청년예술포럼’은 서울문화재단과 청년예술가네트워크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포럼이다. 11월 14일 진행된 첫 번째 포럼은 서울시의 청년예술가 지원정책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올 한 해 서울시에서 진행한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은 크게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지원’ 사업과 서울시 문화예술과에서 진행한 ‘서울청년예술단’ 두 가지다. 올해 첫 삽을 뜬 이 사업들이 어떻게 운영되었고 어떤 의의가 있었는지, 이후 청년예술가 지원정책을 설계할 때 어떤 전략과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보았다.
- 사회 |
- 오창민 협동조합 성북신나
- 발제 |
- 김태희 연극평론가, 오성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 토론 |
- 천샘 오후의 예술공방 대표(2017 최초예술지원 참여 예술가)
- 임나래 독립기획자(2017 최초예술지원 참여 예술가)
- 백소망 아마씨 보컬(2017 서울청년예술단 참여 예술가)
- 강한 스튜디오 사기꾼 대표(2017 서울청년예술단 참여 예술가)
- 일시 |
- 2017년 11월 14일 오후 5시 30분
- 장소 |
- 서울시NPO지원센터
- 주최 |
-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가네트워크
※ ‘2017 청년예술포럼-청년예술가 지원정책의 새로운 모색’ 토론 내용 중 일부를 담았습니다.
[발제] 실패와 지속을 위한 ‘최초’가 되길
김태희 연극평론가
저는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사업 연극 분야 심사를 담당했습니다. 제가 심사를 하면서 느낀 단상과 지원정책의 발전 방향을 연극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해는 청년예술가 지원사업 덕분에 1년 내내 신진, 청년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청년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들이 비로소 다양한 트랙으로 세분화되기 시작했고, 첫 해라 미숙한 지점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것에 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초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나름대로 고민해보았는데요. 예전에 예술 관련 학교를 졸업하고 살아남은 젊은 세대 연극인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한두 작품을 올리고 나면 지원사업이든 뭐든 신청할 수 있는데 그 한두 작품을 할 여력이 없다는 거예요. 그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인상 깊었어요. 올해 최초예술지원은 졸업 직후 기성 예술계로 진입하지 못한, 한 번도 지원사업 혜택을 보지 못한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했거든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시기의 예술가들을 꼭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초예술지원’은 창작준비형과 창작발표형으로 나눠서 진행되었는데요. 창작준비형은 정산과정을 간소화해서 시상금 형식으로 정액지원하는 사업이고요. 기획하기 전까지 준비하는 단계,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을 지원해주었어요. 창작발표형은 공연을 올리는 것이 목적인 지원사업이에요.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1,500만 원까지 지원했고요. 아무래도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다 보니 심사위원으로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1차 공모와 2차 공모를 거치면서 심사 방식도 발전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최초예술지원은 ‘지원은 곧 실패를 위한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본 작품 중에서 강보름 연출의 <레디메이드 인생>이라는 연극이 참 좋았어요. 강보름 연출은 예술 관련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기성 연극계와는 거리가 있는 연극인인데, 웹진 <연극人>과의 인터뷰1)에서 이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입봉작을 최초예술지원사업으로 올리게 되었는데 “실패를 많이 경험한 작업”이었다고요. 단순히 작품의 질 문제가 아니라 300만 원으로 하던 작품에 1,300만 원이 들어가고, 동아리에서 친구들끼리 알음알음 하던 작업이 거대한 프로덕션으로 발전하는 과정이었잖아요. 시행착오를 겪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실패의 연속이었겠죠. 그런 것을 경험하고 실패를 해야지만 기성 연극계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고 앞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잖아요. 지원사업은 작품 하나를 성공적으로 올리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많은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원사업을 잘 다듬어나가면 청년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발제] 서울.청년.예술.단.
오성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저는 다원예술 분야 대표 멘토로 활동했던 ‘서울청년예술단’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는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으로 정책 설계가 기존 방식과는 다른 사업이었습니다. ‘서울.청년.예술.단.’ 이 네 단어를 곱씹어보면 이 사업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의 정책 목적과 대상은 ‘서울예술인플랜’에서 시작했습니다. 실행 과정에서 크게 ‘청년’ 영역으로 펼쳐진 것이 서울시의 ‘서울청년예술단’과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지원’입니다. 시민들의 향유보다는 전문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서울청년예술단은 20~35세, 3인 이상 청년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했고요. 증빙 가능한 예술 활동 경력이 있는 자로 단원을 구성할 것을 요청했고 2017년에 타 공공지원사업 중복 수혜가 불가능하다는 전제로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예술지원 프로젝트는 ‘얼마나 우수한 프로젝트인지’가 심사 기준이었지만, 이번에는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예술생태계 안에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라는 다른 평가 기준이 적용되었습니다. 창작활동비와 사업비라는 두 가지 항목으로 나눠 단체 구성원들에게 10개월 동안 창작지원금을 주었습니다. 사업비 명목으로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한 실비를 지원했습니다. 올해는 10개월 동안 80회 이상 활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1,500만 원이 일괄 지급되었고요. 직접지원 외에 멘토를 통한 간접지원이 있었습니다.
서울청년예술단과 멘토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우리는 한 번도 1년 스케줄을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1년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자기 내러티브를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효과였습니다. “기성 예술계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으로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성과 자기주도성을 갖는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확인하고 있다”, “지원금을 받고 나니 사회를 구성하는 예술가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했고요. “개개인이 희미해지지 않고 살아 있는 집단 꾸리기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업 진행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예술현장, 하나는 사업운영 측면입니다. 예술현장에서 이 사업이 싫다고 말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첫 해이기 때문에 현장의 이해도가 달랐습니다. 분명 10개월 사업인데, 우리 프로젝트는 3개월만 하면 끝나는데 이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1년 동안 자신의 예술 활동을 위한 지원사업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워했습니다. 두 번째는 해당 예술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해석입니다. 서울청년예술단 때문에 젊은 예술가들이 기성 예술단체에 들어가서 준단원 역할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팀을 꾸리고 있어 기성 단체들이 신입단원을 모집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술 생태계를 건강하게 돌리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업 운영 측면에서는 오류가 나왔습니다. 선택하는 위치에 있는 심사위원들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누구를 수혜자로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일치가 어려웠습니다. 멘토의 역할에 대한 합의된 가이드가 존재하지 않아 어떤 멘토들은 힘들어했고 예술단원들이 멘토를 어려워하기도 했습니다. ‘사업 수행의 중간조직 부재’는 앞의 문제를 야기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한데요. 사업 설계 때부터 수행을 도와줄 사무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서울시 공무원이 직접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유는 사무국에 들어갈 비용을 아껴 청년예술단원에게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사업이 부드럽게 진행될 수 없는 어려운 구조 속에서 공무원들이 사업을 진행했고요. 처음 사업 공지가 나갔을 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패스’를 갖고 있는 사람은 서울청년예술단이 될 수 없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연극 쪽에서 항의를 해서 결국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서울청년예술단이 보조적인 역할의 예술가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자기 작업을 하는 예술가에게 기회를 주는 정책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청년예술가들의 이야기
오창민 청년예술인 지원정책을 들여다보니 기본적으로는 ‘예술인’ 정책인 동시에 ‘청년’ 지원정책이기도 하더라고요. ‘청년예술가’라는 독특한 정체성과 자격이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이제 올해 서울청년예술단과 ‘최초예술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올해 진행된 사업이 어땠는지,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먼저 팀 소개를 해주시고 어떤 지원사업에 참여해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천샘 저는 ‘오후의 예술공방’이라는 예술가들을 위한 인문학 스터디 모임을 이끌고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무용 분야에 선정되었습니다.
백소망 저는 올해 서울청년예술단 전통 분야에 선정되어서 ‘아마씨’라는 팀으로 활동하며 앨범을 제작하고 있고요. 다음 달에 앨범이 나옵니다.
강한 저희는 ‘사적인 기술을 가진 꾼들’이라는 의미의 ‘스튜디오 사기꾼’이고요. 극사실주의 연기를 지향하는 배우 집단입니다. 올해 서울청년예술단에 선정되어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라이팩트 프로젝트’(Lifact Project)라고 ‘Life’와 ‘Act’를 합쳐서 ‘삶을 연기하라’는 모티프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했고요. 두 번째 프로젝트로 세 가지 이슈를 하나의 극으로 묶어내는 <마지막 자장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의 용산 참사,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주한미군기지촌 여성에게 있었던 일들과 낙태아들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어 전시하는 동시에 음악극을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임나래 저는 올해 최초예술지원 2차 공모 시각 분야 창작발표형에 선정되어 <현재전시: Speaking Text>라는 프로젝트로 작가 5명과 함께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독립기획자입니다.
오창민 제가 올해 사업에 참여한 몇몇 팀을 만나보았는데 평가가 너무 좋더라고요.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원사업의 어떤 부분에 장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었는지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천샘 여러분 스마트폰 많이 사용하시죠. 현대무용에서 짚은 문제점은 현대인들의 신체언어가 스마트폰에 의해 축소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신체언어를 어떻게 하면 확장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현대무용에 ‘즉흥’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막춤인데요. 프로 무용수와 말보다 신체언어가 먼저인 36개월 미만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팀을 만들어서 4개월간 즉흥무용연구를 진행했어요. 저는 창작준비형을 신청했는데요. 4개월간 진행하면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시작했어요. 4개월 동안 일주일도 쉬지 않고 했는데 솔직히 찬란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본 공연을 올릴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고요. 하지만 결과를 떠나 4개월 동안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실패는 했지만 여러 가능성을 느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백소망 ‘아마씨’는 전통 분야에서 창작국악을 하는 팀인데요. 올해 1월 결성되었는데 같은 해 12월에 1집 앨범이 나온다는 것은 굉장히 속도감 있는 작업이거든요. 1~2년 꼬박 열심히 활동하고 돈을 모아도 부족해서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앨범을 내는 동료들을 많이 봤는데요. 저희는 서울청년예술단이 되면서 빠르게 앨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저희는 이 사업에 데드라인이 없었다면 앨범을 만들 수 없었을 거라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12월 31일이라는 사업 종료 시점 안에 앨범을 무조건 내야 하는 상황이라서요. 계속 고치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잘 타협해서 녹음하고 있어요. 어쨌든 결과물을 올해 안에 내고 이 앨범으로 내년에 기획공연을 하거나 다른 사업에 지원해보자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저희에게는 가장 큰 수혜라고 생각해요. 만약 이 사업이 없었다면 앨범 작업은커녕 몇 곡 만들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먹고사는 문제가 크다 보니 다른 활동들을 했겠죠. 좋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어서 개인적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한 저희는 메소드(method)를 지향하는 배우 집단인데요. ‘라이팩트 프로젝트’는 단순히 공연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메소드를 제대로 공론화하고 잘못된 개념들을 바로잡고, 방법론적인 접근이 탄탄하지 못한 배우들을 재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3개월 동안 주 2회 메소드 워크숍을 진행하고 마지막에 오디션을 진행하고 최종 선발된 인원들과 일주일간 연극을 올리는 것까지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던 점은 주변에 뜻이 맞는 한두 명의 친구들과 스터디로 했다면 하지 못했을 공론화를 하면서 재정적으로 뒷받침도 받았고 홍보마케팅에 투여 할 여력도 생겼다는 겁니다. 이전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제대로 갖춰서 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라이팩트 프로젝트’를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배우들에게서 호응을 받았고요. 다른 사람들도 관심 있어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어요. 내년에도 자체 기획으로 가지고 가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임나래 최초예술지원 대면심사에서 심사위원이 이런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이제 갓 대학 졸업해서 아등바등 예술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더 젊은 예술가도 있는데, 왜 당신이 받아야 하느냐. 저는 그들에 비하면 몇 줄 더 이력이 있었고 2~3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집행하거나 참여했던 경력이 있어요. 창작발표형 시각예술 분야의 경우 지원금이 평균 700만 원, 최대 1,500만 원이니 그에 비해 많은 금액이긴 하죠. 예전에 그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나의 프로젝트, 나의 활동이 아니라 사용인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최초예술지원이 좋았던 부분은 이것을 기회로 공공지원을 받아서 처음 전시에 참여한 사람도 있었고요. 저도 처음으로 작가와 같이 단독 프로젝트를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비슷한 활동을 해온 예술가들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같이해볼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더 큰 단위의 지원사업도 있지만, 지원하려고 하면 ‘헛수고하는 거 아닐까, 늘 되는 작가나 기획자들과 내가 경쟁해서 될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어요. 최초예술지원은 취지에 맞는다면 세련된 기획서보다는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기획서를 좀 더 응원해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사업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건비에 대한 규제가 풀린 것도 기획자나 예술가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창민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많이 나오는 얘기는 심사는 공정했나, 최대 1,500만 원 받는 팀은 왜 없느냐, 지원금을 깎아놓고 이 금액으로라도 하겠냐고 물어보는 건 뭔가, 정도인데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부분을 짚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임나래 저희가 1,500만 원을 신청했지만 750만 원을 지원받고 작가 5명과 전시를 해야 하는 경우인데요. 지원할 때 평균적으로 1/n 해서 나눠줄 것이 아니라 기획에 어느 정도 맞춰서 산정해주었으면 합니다. 최초예술지원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기획자나 평론가는 단독으로 신청할 수 없다는 겁니다. 청년예술작가지원이 아니잖아요. 저는 주변 작가들과 같이 얘기하다가 프로젝트가 만들어져 자연스럽게 작가를 대표로 해서 지원할 수 있었는데요. 대학을 졸업하고 예술계에서 기획자로 활동하고 싶거나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그중 한 명이 될 수 없어요. 예술계에서 활동할수록 작가, 공간 운영자, 기획자, 비평가가 동반 성장하고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작가들은 기획자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는데 저희도 마찬가지거든요. 비슷한 시기에 있는 작가와 기획자들이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인데요. 그 부분이 열려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내년에도 비슷한 사업이 이어진다면 기획자 그룹이나 비평가 개인도 지원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한 서울청년예술단의 경우 10개월 동안 1인당 700만 원, 한 달에 70만 원 정도의 창작지원금을 월급처럼 받게 되는데요. 이 사업에 들어오면 다른 공공지원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초반에는 이 사업 자체를 포기하려고 했어요. 우리는 한 해 동안 뭐 먹고살지, 70만 원으로 창작 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우리 작업에만 몰두하고 싶어서 이 사업에 지원한 건데 이것이 타당한 처우이고 가치를 부여한 건가,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이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생활비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이 고려되지 않은 금액이었어요. 지원이 이전보다 확대된 것은 당연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하는데요. 제대로 된 계산이나 고민 없이 확대되는 정도에만 그친 것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예산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자산 취득에 대한 기준이었어요. 저희는 사실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전부 재활용매장에서 가구를 사서 리폼해서 공연에 사용했거든요. 라디오를 사야 하는데 이건 자산이 아니라 소품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마지막까지 얘기가 많았어요. 각 장르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고 기존의 행정 가이드라인을 문화예술에 그대로 적용시켰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백소망 서울청년예술단은 활동 중 80회의 활동을 증명하는 활동일지를 작성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요. 이게 애매한 것이 영상을 편집하는 멤버는 편집할 때마다 사진 2장을 첨부해야 해요. 혼자 작업을 하면서 셀카를 찍어야 하는 거죠.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리는 날도 있어요. 그러면 활동을 했어도 이날은 증명이 안 되는 거예요. 이건 대체 누구를 위한 일지인가요? 그리고 활동한 후 3일 이내에 일지를 보내야 해요. 이걸 받는 사람도 얼마나 힘들지, 몇 회 했는지 일일이 체크해야 하잖아요. 양쪽에 너무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왜 굳이 이렇게 일지 형식으로 활동을 증명해야 할까 의문이 들더라고요. 예술 활동은 ‘9 to 6’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업이 계속된다면 개인적으로 일지는 사라지면 좋겠어요. 다음으로 멘토 얘기를 조심스럽게 하려고 하는데요. 멘토는 정말 복불복이더라고요. 저희는 희망 멘토를 적어 냈지만 고려되지 않았고 지정해준 멘토를 만났어요. 멘토제를 유지한다면 그 팀이 원하는 멘토를 연결해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샘 저는 이번에 처음 지원사업을 하면서 지원사업이 내가 하려는 예술의 틀을 결정지을 수 있고 의도를 바꿀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이 들었어요. 저는 창작준비형으로 신청해서 소액인 200만 원을 받았어요. 그런데 200만 원으로는 정말 빠듯했죠. 이 시대에서 예술의 역할은 계속 커질 텐데, 예술의 역할을 찾게 하는 바탕은 실험이라고 생각해요. 실험은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지원사업은 정부가 판단하거나 이런 결과물을 내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죠. 그것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청년예술가입니다. 저도 많이 고민하다 지원사업을 신청했는데요. 내가 하는 예술이 간섭을 받는 것에 대한 불편함, 맛들이기 시작했을 때 노예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이 실험은 공연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에 지원을 받아서 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청년예술가들을 위해서는 서교예술실험센터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실험성을 지원해줄 수 있는 소액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예산이 크지 않아도 작품을 만들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을 등단시켜줄 수 있는 제도, 똘기 넘치는 실험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최초예술지원은 실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결과 보고서를 내게 하는데 저는 이것에 대한 아카이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이런 사업을 했지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수행했을지, 선정된 사람들끼리라도 작업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예술적 기반이 풍성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창민 생생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나온 얘기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정책설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 웹진 <연극人>. 2017. 10. 12. Vol. 125. 청년 예술가를 만나다 ② 연출가 강보름 & 김은정.
http://webzine.e-stc.or.kr/03_story/plan_view.asp?SearchKey=&SearchValue=&rd=&flag=READ&Idx=1071
※ 토론 내용은 서울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며 [문화+서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정리 전민정_ 객원 편집위원
-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