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지금
캐나다 오타와,
이민자가 완성한 도시 문화
서머싯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입구의 모습
캐나다는 흔히 ‘이민자의 나라nation of immigrants’라고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캐나다 밴쿠버는 총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수가 이민자에 속한다. 하지만 캐나다가 이민자의 도시라 불리는 건, 비단 관광객에 둘러싸인 몇몇 도시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민자를 대하는 국가의 태도에 따른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도 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그 점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놀랍도록 조화로운 도시, 오타와를 주목할 만하다.
온타리오주에 속한 이곳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땅을 소유한 나라에서 두 번째로 넓은 주에 속한 행정도시로, 연방 공공 행정 부문에서 일하는 직원만 약 9만 명이 넘는다. 그만큼 연방 공무원이 비중이 높고,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각인하는 도시다. 어쩐지 이방인에게는 조금의 틈도 내어주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이곳에서 이민자를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곳에서조차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이 뒤얽혀 새로운 도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면 퍽 흥미롭지 않을까.
캐나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정책으로 채택하며 이민자와의 공존을 하나의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민자는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각자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한 명의 시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인종, 출신국 중심의 선발이 폐지되고 점수제를 활용한 심사 제도가 정착했다. 1988년에는 다문화주의를 국가 운영 원칙 중 하나로 삼기도 했다. 개방보다는 폐쇄가 답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9.11 테러 이후 이민 절차가 전산화되고 심사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통제하는 만큼 개방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오타와는 국민의 약 20퍼센트가 해외 출생자다. 이미 1930년대부터 중국계 이민자들이 오타와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1931년 최초로 차이나타운이 형성됐다. 2010년에는 오타와시와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차이나타운 게이트웨이가 설치되면서 공식적인 도시 문화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5월 말이면 차이나타운이 위치한 서머싯Sommerset Street 일부를 통제하고 아시아 음식으로 가득한 야시장이 펼쳐지고 거리 공연이 이어지는 아시안 페스티벌Asian Fest가 열린다. 중국 음식과 문화에 국한하지 않고 베트남·태국 등 다양한 아시아계 상점과 음식점이 밀집한 것이 특징이다. 이 축제의 큰 볼거리 중 하나는 바로 야시장과 사자춤 공연인데, 올해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미식과 여흥의 장이 열린다.
오타와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버스커 축제의 풍경
1900년대 초에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철도 건설 노동을 위해 오타와에 유입됐는데, 프레스톤Preston Street 일대에 모여 거주하던 것이 델리·제과점·카페·식당을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거리로 변모했다. 바로 ‘리틀 이탈리아Little Italy’다. 이 거리에서는 매년 6월 초부터 중순까지 약 열흘간 이탈리아 위크Italian Week라는 이름으로 축제가 열린다. 본래 지역사회 전역에 이탈리아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주간이었으나 이후 이탈리아 커뮤니티의 지원을 바탕으로 1977년 축제가 법인화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차량 통행을 일부 제한하고 1.3킬로미터 거리 전체가 페라리와 같은 자동차 전시, 이탈리아 음식 체험 행사, 거리 공연 공간으로 꾸며지는데, 매년 페라리 행사에만 2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을 만큼 성황을 이룬다. 이탈리아계 정착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축제다.
8월 중순이 되면 그리스 정교회 축일을 기념해 헬레닉 이벤트 센터Hellenic Event Centre와 주변 일대를 중심으로 그리스 음식과 전통춤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오타와 그릭 페스티벌Ottawa Greek Festival이다. 이탈리아 위크와 같은 해에 시작돼 2025년 들어 50주년을 맞이했다. 그리스의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그리스 언어 수업과 가족 프로그램이 포함된 것이 이색적이다. 이방인의 삶에서 가족과 민족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장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 아닐까.
한국에선 직항조차 닿지 않는 캐나다 동부 오타와의 중심 거리에 한글 간판이 버젓이 걸리고, 라디오에선 심심치 않게 한국 가수의 노래가 들리거나 한국 아티스트에 관해 이야기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은 한국에서 온 이방인을 만나면 너도나도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늘어놓기에 바쁘다.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들리는 한국어가 아직 “안녕하세요”와 같은 간단한 인사일지라도, 어쩌면 다음엔 더 길고 복잡한 한국어로 이들과 대화하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수십 년에 걸쳐 오타와 곳곳에 이민자 거리가 만들어지고 인정받았듯이, 언젠간 한국의 문화를 마음껏 즐길 어딘가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캐나다 이민 사회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서로를 인식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자국 내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동맹과 다변화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캐나다 총리의 최근 연설이 유달리 인상적인 요즘이다. 변화의 바람은 언제나처럼 거세지만, 우리만의 조화로운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글 김보나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