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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터너상,
사상 첫 장애예술가 수상자 선정

2025 터너상 시상식에 오른 네나 칼루의 모습 ⓒJames Speakman/PA Media Assignments

2025년은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지난 12월 그를 기리는 터너상은 인상적인 행보를 남겼다. 터너상 사상 최초로 장애인 작가, 네나 칼루JNnena Kalu, b.1966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터너상은 영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상으로, 수상자와 후보들은 동시대 영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칼루의 수상은 더 상징적이다.

네나 칼루는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의사소통과 학습에 어려움이 있다. 그의 작품은 색색의 재료를 반복적으로 감아 만든 조각과 소용돌이무늬 드로잉이 특징이다. 심사위원단은 칼루의 “재료, 색채, 움직임에 대한 독창적인 활용 능력”과 “공간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칼루는 글래스고의 나이지리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후반 런던의 주간 보호 센터에서 미술 작업을 시작했으며, 1999년부터 학습장애 예술가를 지원하는 자선 단체 액션스페이스ActionSpace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다. 2004년부터 꾸준히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상업 갤러리와 공공 미술관 개인전으로 반경을 넓히고 있다. 한편 칼루의 수상을 두고 포용성이 작품 평가를 앞선 것은 아닌지, 또 작품 제작 중 도움이 개입하는 경우 어디까지를 작가의 저자성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졌다.

네나 칼루, <Drawing 72>, 2022, 2025 터너상 전시 설치 전경 ⓒDavid Levene

다양한 배경에 따른 새로운 포용

터너상의 타임라인과 후보 작가를 잠시 살펴보자. 터너상은 매년 4~5월 네 명의 후보 작가를 지명하고 10월부터 전시를 열어 작품을 공개한 뒤, 12월에 수상자를 선정한다. 2025년 후보는 네나 칼루를 포함해 모하메드 사미Mohammed Sami·르네 마티치Rene Matic·제이디 차Zadie Xa(차유미)가 선정됐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후보들은 각자의 민족적 뿌리, 정체성, 디아스포라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작업한다. 모하메드 사미는 이라크 출생 후 스웨덴으로 이민한 작가로, 전쟁과 기억, 폭력과 트라우마의 흔적을 회화에 담는다. 런던 기반의 사진·영상·설치 예술가 르네 마티치는 흑인 디아스포라 출신의 혼혈이자 퀴어 여성으로서 정체성과 가족, 문화적 경계를 사진과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다. 제이디 차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다 출신 예술가다. 한국의 샤머니즘과 자연, 전통적 색채와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을 만든다. 대부분 여성인 무당의 존재를 통해 남성 중심적인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이번 수상을 통해 지금껏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던 장애라는 소수성을 예술계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점이 인상적이다. ‘가디언’ 지는 칼루 작품의 독창성에 호평을 보내며 “칼루의 예술은 우리가 어떤 기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다른 작가들과 비교 또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평했다. 학습장애 작가의 독특한 표현성은 일반인의 정의하는 기법의 틀로 분류될 수 없다.

다만 칼루가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만큼 재료를 준비하고, 작업 환경을 관리하고, 창작 과정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의 의도를 조력자가 ‘해석’하는 순간, 저자가 분산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많은 장애예술이 조력자나 지원 기관과 분리 불가능한 구조를 가진다. 특히 자신의 작업을 언어로 설명하고 전시의 텍스트와 인터뷰 등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 개념 번역·전시 중재·해석을 타인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개인과 공동 작업의 구분이 붕괴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붕괴가 보이지 않게 작동해온 기존과 달리, 장애예술에서는 그 구조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터너상 측은 작품의 주요 제작 행위는 칼루에게 있으며 조력은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라 설명한다. 지난해 칼루가 참여한 리버풀 워커 갤러리Walker Art Gallery의 전시 《대화Nnena Kalu: Conversations》의 큐레이터 자레드 다스Jared Das가 묘사한 칼루의 작업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칼루의 작업 방식은 아주 매혹적이다. 특정 시점에 어떤색을 고를지 의도적으로 결정하고, 그 과정을 종이 위에 반복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장애예술가의 자격’ 문제라기보다 터너상을 비롯한 공공 수상 제도가 장애예술가의 개인 저자성과 제도적 협업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특히나 이미 협업 프로젝트에 대한 단체 수상을 허용해온 터너상이니 말이다. 상이란 본질적으로 같은 조건 아래 경쟁해야 하지만, 장애예술은 같은 규칙을 적용하면 불리하고 규칙을 조정하면 특혜 논란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어느 쪽을 택해도 명쾌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물론 이는 장애예술가뿐 아니라 현대미술계 전반에 해당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의 작업을 다수의 스튜디오 상주 인력이 제작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번 칼루의 수상과 논란은 결국 선정의 옳고 그름보다 장애예술을 개인상 체계로 평가함으로써 발생하는 구조적 모순을 성찰하게 했다.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전윤혜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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