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아카이브
박영성
b.1992
무용/현대무용
@anecdoteinstillness
2025 서울무용센터 입주예술가
2025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
‘서울댄스스테이지 트리플 빌’
<불편한 휴식>의 한 장면
저는 ‘몸을 통해 인간 삶의 무게를 바라보는 시선’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현대무용가 박영성입니다. 살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 순간의 에너지, 그리고 동남아시아 여행 중 마주한 ‘생존을 위한 몸의
방식들’은 제 예술 세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곧 ‘무용수로 살아남기’라는 저만의 신념으로 이어졌고, 삶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작고도 집요한 행동이 제 작업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늘 ‘무용을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다양한 외부 작업과 공연에 참여하며 무용수로 활동해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무용을 그만두게 된다면, 그리고 그 시간을 돌아본다면 내게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만의 스타일이 담긴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제가 본격적으로 창작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안무 노트를 만들며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둔 생각과 이미지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외부 작업을 병행하면서 지원사업과 다양한 공모를 통해 제 작품을 조금씩 시도하게 됐습니다.
아직도 ‘예술가’라는 호칭은 조금 어색하고 낯간지럽게 느껴집니다.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작업을 이어가는 한 사람이라는 감각에 더 가깝다고 느낍니다. 다만, 종종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들은 있습니다. 관객이 제 작품을 보고 공감하거나 느낌을 이야기해줬을 때, 시간을 들여 만든 작업이 누군가에게 가닿는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용은 비언어의 장르이기에,
신체를 통해 안무가의 의도와 감정을 전달해야 합니다. 섬세한 성격 탓에 ‘이 작품의 내용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보내는 예민한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대화가 아닌 신체를 통해 관객과 무용수, 그리고 작품이 하나로 관통되는 찰나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예술가로서 시도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 감각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며 더 단단해지고 싶습니다.
<After that, One day>2024, <After that, One day (Omnibus)>2025, <불편한
휴식>2025, <떨어질 수 없는 거리>2025 등 작품을 통해 ‘삶의 지속과 불안’, ‘인간 관계의 거리’, ‘생산성과 휴식의 경계’
같은 개인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주제를 꾸준히 탐구해나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 작품으로 <불편한 휴식>을 꼽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프리랜서 무용수로 살아가며 오랫동안 ‘쉴 수
없음’이라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개인적인 감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불규칙한 일상과 불안한 내일, 끝없이 이어지는 경쟁 속에서 휴식은 어느 순간 ‘멈춤’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함으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몸은 쉬어도 마음은 쉬지 못하는 상태, 이른바 ‘생산성 강박’을 주제로 작업하게 됐습니다. 작품은 이러한 경험을 가장 개인적인 일화로 풀어낸 솔로 작품입니다. 과장된 장치보다 제한된
환경에서 드러나는 몸의 반응에 집중하는 방식은 현재 제가 지향하는 작업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 삶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풍경과 감정에서 영감받습니다. 특별한 사건보다는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장면들, 그 순간 떠오르는 감정이 작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렇게 체감한 감정과 장면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뽑아내고, 그 키워드가 가진 본질에 집중하며 작업을 확장합니다. 이후에는 그 본질을 중심으로 움직임의 변화와 리듬, 공간과의 관계, 그리고 최소한의 연출 방식을 탐구합니다.
저에게 영감은 완성된 아이디어라기보다 몸을 통해 계속 질문하고 검증해야 하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창작 과정은 늘 제 삶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시작돼 무용이라는 언어로 천천히 변형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새롭고 인상 깊게 본 예술 작품은 없지만, 몇 년째 다시 찾아보며 꾸준히 떠올리는 영화는 있습니다. 바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입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모습이지만 만들어진 존재인 복제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조작된 기억 속에서 자신이 혹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지닌 배경과 정서, 그리고 차가운 세계 속에도 미묘하게 남아 있는 온기를 좋아합니다. 돌이켜보면 제 작품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또한 이 영화와 어딘가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복제 인간일지라도 인간일 수 있다는 헛되면서도 따뜻한 희망을 끝내 놓지 않는 태도가 오래도록 제 기억에
남고, 작업을 이어가는 제게도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제 작품으로 해외 투어를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언어와 인종, 문화가 다른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통해 인간 삶을 공유하는 일은 제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무용은 언어가 아닌 신체로 감정과 이야기를 전하는 장르이기에,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삶’에 대한 감각을 함께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제 작품을 통해
관객과 같은 공간에 머물며, 사람의 삶에 담긴 불안과 지속, 그리고 희미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천천히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다른 문화권의 관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리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