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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강인송

문학/아동문학
@all_my_fairytale
2026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

동화를 읽고 쓰는 강인송입니다. 온갖 마음들을 데려다가 동화 속 어린이들과 나누는 것을 특히 좋아합니다.

머리카락 길이 귀밑 3센티미터의 학칙을 고수하던 고등학교에 다니던 즈음이었습니다. 죽어도 머리칼은 자르고 싶지 않은데, 선생님들의 미운 말로 자존심 상하는 일도 싫었어요. 당시에는 수업이 오전 7시 40분에 시작이었는데, 가만 보니 6시 40분까지 가면 교문에 아무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일찍 학교에 가는 학생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때 빈 교실에서 혼자 소설과 동화를 읽었습니다. 소설만 읽다가, 동화로 넘어가게 됐어요. 동화가 저를 학교에서부터 제일 먼 곳으로 데려다줬거든요. 그때 읽은 동화들은 머리칼조차 마음대로 기르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에 놓인 저를 정확히 위로해줬어요. 그러다보니 저절로 동화를 꿈꾸는 사람이 됐고, 이렇게 동화 작가가 되었습니다.

어린이 독자분들이 저더러 “작가님!” 하고 부르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자연스레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됐을 때, 스스로가 예술가라고 자각하게 돼요. 도서관이나 초등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하면 제 이야기책을 읽은 어린이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솔직히 재미없었거나, 아예 읽지 않았더라도 모든 어린이가 그 순간만큼은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라도 만난 것처럼 저를 환대해줍니다. 제 이야기책을 어떻게 만났든, 어린이들이 제 이름을 비명지르며 부를 때 저는 ‘이런 마음을 알게 하려고 이 일을 하게 됐나보다’ 하고 느낍니다. 어두운 작업실에 홀로 앉아 밝은 것들을 모아다가 ‘동화’라고 이름을 붙이기 위해 애쓴 모든 시간에 대해서 보답받는 기분이 듭니다. 읽히고 있다는 감각이 살아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저를 ‘예술가’로 만들어줍니다.

ⓒ김윤미
동화집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2021, 문학과지성사)와 『너에게 넘어가』(2024, 창비) 표지

저는 어린이들의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간에는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2021, 『너에게 넘어가』2024처럼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화 단편집을 발표해왔습니다. 2026년과 2027년에도 사랑을 담은 단편 동화집·장편 동화집·유년 동화집 등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전의 작품에서는 사랑 그다음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없더라고요. 그동안 사랑을 낭만적으로만 바라본 것에서 한 걸음 떨어져 넌더리 나는 사랑도 써보려고 합니다. 어린이들만 할 수 있는 방식의 지긋지긋한 사랑 이야기요.

뭘 좀 궁금해하는 마음이 항상 영감이 되어줍니다. 저는 ‘~하는 아이가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가령 장소가 수영장이라면, 수영장에 가기 싫은 아이가 있다면? 그런데 수영장에는 왜 왔을까? 당장 도망치지 않고 아이가 수영장에 계속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구? 강사님?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입어서? 사실은 발톱이 너무 긴 게 부끄러워서? 그래서 물속에 숨는 걸까? 이런 식으로 질문에 질문을 데려가요. 당연히 그 모든 질문에 어린이가 있고요. 그렇게 작업을 시작하고 맺습니다.

최근 이필원 작가님의 『안녕, 피아노 차차』2025라는 저학년 동화를 읽었는데요. 그저 읽었을 뿐인데 희한하게 피아노 건반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이수지 작가님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2021를 읽으며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을 듣던 때도 함께 떠올랐고요. 들리는 문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멜로디와 함께하는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두 작품을 나란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아동문학이라는 장르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세상에 좋은 동화가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쓰려고 합니다. 두껍고 탄탄한 동화를 엮어 여기저기 쉽게 닿는 곳에 손수건처럼 걸어두면 누구라도 한 번쯤 열어보지 않겠어요? 그걸로 눈물을 닦기도 하고, 땀을 닦기도 하고, 두고두고 생각나 집에 가져가기도 하겠죠. 오래 들춰보지 않더라도 그다음의 누군가가 또 필요로 할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즐겁게 작업하려고 합니다. 지금 이 인터뷰를 읽고 계신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동화가 뒷주머니 손수건처럼 쏙 들어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리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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