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예술공장 이윤채
가까이에서, 또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윤채 대리는
2020년 입사해 어느덧 5년 차가 된 이윤채입니다. 대학 전공은 역사학이었는데, 우연히 친구를 따라 듣게 된 문화콘텐츠학 수업을 계기로 문화에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고 토론하는 분위기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경험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 것 같아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변화는 늘 두렵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설레게 합니다. 그래서 ‘행동하지 않으면 행복도 없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고, 그때부터 교육·사회복지 관련 자격을 준비하고 여러 공공기관에서 인턴 경험을 쌓으며 좋아하는 일을 직접 경험하고 도전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경험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 문화콘텐츠학의 매력은
매 수업에서 ‘하나의 기획’을 직접 만들고 발표한 경험이 가장 재밌었고, 인상 깊게 남았어요. 이론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기획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죠.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대학교 공간을 활용해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대학 주변에서 오래 생활한 경험을 떠올리며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됐어요. 한창 캠핑이 유행하던 시절인데, 이걸 발전시켜 가깝고 안전한 일상 공간에서도 휴식과 여가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캠퍼스 내 잔디 공간과 운동장을 활용한 ‘동네 속 캠핑’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했고요. 그 경험이 제게는 공간도, 콘텐츠도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걸 처음 체감하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내게 서울문화재단은
문화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때부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졌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축제, 교육, 지역문화, 예술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요. 특정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도시 곳곳에서 일상의 경험과 문화를 연결하는 방식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해졌습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서울이지만, 그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만나는 경험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재단이 관심을 기울여온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나 생활문화 지원과 같은 사업은 내 일상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안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고요.
예술교육팀에서 시작하다
입사해 처음 근무한 예술교육팀에서는 어린이 학교예술교육 TA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초등 교과 내용을 예술과 연결해 아이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인데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교과 개념을 노래, 움직임, 창작 활동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그래서 TA와 교사 사이 협력이 중요했습니다. 사실 이 사업은 교사에게 의무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러 해에 걸쳐 지원하고 ‘이번에는 꼭 진행되면 좋겠다’고 말씀하던 교사분들의 진심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평소 교과 내용에 흥미가 없던 아이들도 이 수업에선 노래 가사를 교과 개념에 맞게 바꿔 부르거나 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교우 관계 형성이 어렵던 시기에 수업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웃을 수 있었다는 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예술가와 함께 지내며
금천예술공장은 레지던시로서 창작이 실제로 이뤄지는 현장이자 예술가에게 있어 일상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예술가가 그 안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며 작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지요. 특히 레지던시에서는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기에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만 아니라 예술가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신경쓰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고민과 변화, 작업 과정의 순간을 가까이에서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입주작가들의 공간을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를 맡아 운영하기도 했는데요. 개막 행사에서 예술가들의 신작을 선보이고, 제가 직접 사회자로 서기도 했습니다. 일 년 중 금천예술공장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라 많이 긴장한 기억이 나네요.(웃음) 개막 당일에는 퍼포먼스와 공연이 열리고, 이틀간 시민과 함께하는 워크숍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분들이 예술가의 창작 과정과 결과를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문화행정가로서의 보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문화 경험을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이나 프로그램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결국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의미 있는 경험으로 이어지는지를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참여자와 관계를 맺으며, 창작자와 시민이 연결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구를 조율하면서도, 결국 모두가 함께 문화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겠지요.
우리 사회에 문화예술이 좀 더 풍성해지려면
저는 문화예술이 우리 삶에 스며들려면, ‘언제 한번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이 아니라 이미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정형화된 문화예술 경험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런 경험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이야기 나누는 순간이 생긴다면, 문화예술이 함께 만들고 느끼는 경험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레지던시는 입주 시점부터 1년을 기준으로 운영되며, 해당 기간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이 진행됩니다.
상반기 선정된 예술가의 입주를 지원하고 금천예술공장 사업을 소개하며 일 년간 함께할 이들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와 레지던시 사업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또한 창작 지원을 위해 전문가를 매칭해 비평 과정을 진행하고, 기술 워크숍을 통해 예술 활동에 필요한 전문 기술을 지원합니다. 그 밖에도 예술 실험을 돕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기 간담회를 통해 일 년간 주요 사업과 참여 방법을 안내합니다.
하반기 상반기에 진행된 과정과 결과를 시민과 공유하는 활동이 중심이 됩니다. 오픈스튜디오, 기획 전시, 실험 프로젝트 결과 발표뿐만 아니라 완성된 비평문을 결과 자료집으로 정리하는 등 일 년의 활동이 정리되고 평가되는 시기입니다. 이를 통해 예술가의 창작 과정이 시민과 연결되고, 레지던시 지원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 사진 강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