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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다양성의 도시, 영등포의 문화를 일구는 사람
이건왕 영등포문화재단 대표이사

서울의 문화정책은 25개 자치구 현장에서 현실이 된다.
이 과정에서 기초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예술 자원을 발굴하고 주민과 예술가를 연결하며 정책의 지평을 넓힌다.
‘서울 로컬 리포트: 지역을 일구는 사람들’ 코너는 기초문화재단의 기관장을 만나,
그들의 시선과 고민을 통해 각 지역 문화예술 현장의 과제와 성과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앞으로 서울 문화정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한때 영등포는 거대한 구였다. 지금 서남권에 있는 7개 구 모두가 영등포구였고, 한때 시흥과 부천·김포 등 주변 지역마저 영등포구에 속해 있었다. 오죽했으면 지금의 강남 지역을 ‘영동’이라 불렀을까? 압구정에 있는 영동대교가 그 의미로, ‘영등포의 동쪽’이란 뜻이다.

몇 차례 분구分區를 통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세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서울과 지방을 잇는 관문인 영등포역이 있고, 국회의사당과 한국방송공사KBS를 비롯한 우리나라 주요 방송국이 있으며, 문래동을 중심으로 한 전통 산업과 그 사이를 파고든 예술가들, 대림동의 이주민 등 다양한 색깔의 산업과 사람이 펼쳐져 있다. 이런 영등포에 피는 꽃은 무엇일까?

2020년 영등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문화도시’란 고유한 문화를 활용해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자체가 계획을 내면 이를 승인해 1년간 예비사업을 거쳐 5년간 사업을 운영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37개의 문화도시가 있다. 영등포는 서울 최초이자 유일의 문화도시다.

영등포문화재단을 이끄는 사람은 이건왕 대표이사다. 그는 공연을 기획하다 서울문화재단과 경기도문화의전당을 거쳐 종로문화재단·성북문화재단 대표를 역임하고, 2023년 1월부터 이곳 대표로 취임해 지금의 영등포를 이끌고 있다. 그는 과연 어떤 비전을 갖고 영등포를 이끌어가는 것일까? 전국의 모든 문화도시가 모이는 문화도시박람회를 앞두고 그를 만나봤다. 첫 질문은 문화도시박람회에 관한 것이었다.

영등포구가 서울의 유일한 문화도시이자 올해 전국 문화도시를 이끄는 ‘의장 도시’로 문화도시박람회를 개최합니다. 박람회의 주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문화도시박람회란 문화도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도시들이 모여 지난 성과를 전시하고 교류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매년 문화도시를 이끄는 각 도시의 센터장이 모여 투표를 거쳐 의장 도시를 결정하지요. 올해 저희가 의장이 됐고, 9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여의도에서 문화도시박람회를 개최합니다. 이번 문화도시박람회에는 문화도시 사업이 끝난 1차 문화도시를 포함해 총 37개 도시가 참여합니다. 가장 많은 도시가 참여하는 박람회입니다. 많은 도시가 참여하다보니 각 도시를 어떻게 홍보하고, 편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시민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도 중요하고요. 따라서 저희는 ‘다름으로 가꾸어가는 뜰’을 주제로 37개 도시의 다양한 문화를 여의도공원에서 홍보하는 전시 공간을 만들고, 인접한 호텔에서 부대 프로그램을 열어 편의성을 도모하고, 문래동·대림동 등 영등포를 순회하며 다양한 영등포를 감각하게 하는 게 핵심 콘셉트입니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해 전시하고, 영등포를 비롯한 문화도시의 문화를 체험하며, 시민과 교류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드는 게 이번 박람회의 관건입니다.

문화도시 사업이 시작된 지 4년째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정과 환대의 이웃, 다채로운 문화 생산지’란 비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업 성과는 어떠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문화도시 사업은 5년간 200억 원을 운용하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무슨 성과가 있느냐고 물으면 식은땀부터 납니다. 그러나 그래도 알차게 수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도시 사업은 문화를 활용해 지역을 브랜딩하는 사업입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지역의 자원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문래동이 있고, 하천과 강이 있고, 주민이 있습니다. 우선 철공소와 예술가가 밀집된 문래동을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문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술술랩’을 만들고 여기서 나온 결과물과 민간에서 몇 년째 추진해온 문래아트페어를 협력 개최해보니 성과가 좋았습니다. 내년에는 국제아트페어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기술과 예술이 융합하는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만들어지겠지요. 그리고 영등포엔 산이 없습니다. 대신 도림천과 안양천·한강이 있습니다. 이 수변을 활용하면 좋은 문화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를 만들고 인프라를 강화해 물이 지나가는 곳에서 문화가 머물고 흐르는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 영등포에는 예술가가 많습니다. 예술가가 안심하고 창작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했고, 여러 지역의 인재가 모여들어 영등포에서 문화를 기획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전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이라 생각합니다. 시민이 도시 문화에 관심을 두고, 직접 해 보도록 하는 것이지요. 하여 전 문화기획자와 주민활동가를 육성하고자 했습니다. 3년 차가 되는 내년부터는 이들을 중심으로 문화도시 사업이 추진될 것입니다. 그러면 문화도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중요한 기반이 만들어지겠지요.

지역의 특성과 주민 주도라는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영등포의 문화적 특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계신지요?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부터 철공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있고, 장인과 예술가·이주민 등 여러 사람이 모여 살며, 최고급 쇼핑몰부터 시장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영등포의 특성이자 문화 신cultural scene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모여 다양한 문화를 이루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지요. 저는 이를 기반으로 영등포를 ‘창조적 문화 생산지’라 부릅니다.

매력적인 개념이네요. 대표님의 고민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이 ‘창조적 문화 생산지’를 일구기 위해 집중한 일은 무엇입니까?

2023년 1월에 취임했으니까 벌써 2년 반이 흐른 것 같습니다. 정말 빠르네요. 지난 시기 대표로 일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 문화도시 사업이었습니다. 아마 이건 계속될 것입니다. 또 제가 제일 중시한 건 주민의 참여와 주도성이었습니다. 영등포의 문화를 알고 느끼며, 이해하고 직접 가꿔가는 것. 그래서 전 영등포의 대표 축제인 벚꽃 축제를 바꾸고자 했습니다. 그냥 꽃을 보는 축제가 아니라, 여러 전시와 공연을 보며 진정한 영등포의 가치를 느끼도록 하는 것, 그것이 주요 방향이었습니다. 선유도를 개발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선유도는 원래 서울시에서 관리하던 곳인데, 제가 와보니 선유도역에서 이미 지역 활동가들의 여러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시와 협의해 선유도역과 선유도를 연결하는 ‘선유도원’이란 축제를 만들고, 여러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선유도의 가치를 새롭게 한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영등포아트홀도 개선했습니다. 원래 이 526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을 거의 행사장으로 쓰고 있었는데, 제가 보니 너무 아름다운 공연장이더군요. 하여 공연기획팀을 만들고, 레퍼토리 시즌제를 도입했습니다. 지금은 티켓 예매를 시작하면 금세 전부 팔립니다. 시민이 지역 내에서 예술을 관람하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건 시민이 경험해보며 중심이 돼야 하고, 그래야 창조적 문화 생산도 이루어집니다.

여의도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 건립, MBC 자리에는 브라이트 도서관 건립, 퐁피두 서울 개관 등 영등포에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계십니까?

앞으로 영등포의 문화는 엄청나게 바뀔 것입니다. 특히 여의도를 중심으로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여러 시설이 들어설 것이고, 영등포는 영등포를 넘어 세계의 문화 생산지가 될 것입니다. 더불어 영등포에는 개발 지역이 많습니다. 양평동·신길동·대림동 등 여러 지역이 개발을 앞두고 있어, 주민 및 문화 환경에 변화가 예상됩니다. 더구나 국철 지하화가 큰 사업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영등포에는 지역을 가르던 철길이 사라지고, 큰 문화 중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획력입니다. 저는 재단의 기획력을 높이기 위해 매달 직원 역량 강화 워크숍을 개최하고, 기획팀을 만들어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민의 역량이 중요한 만큼, 지역의 문화 기획자와 주민 활동가를 육성하며 변화에 대비하고 있고요. 앞으로 더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자치구문화재단연합회를 이끄는 회장기관으로서 서울시나 정부에 바라는 사항은 없을까요?

사실 저는 기초가 강해야 전국이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구체적인 지역에서 형성됩니다. 각 지역의 문화는 모두 다릅니다. 기초에서부터 단단해야 문화가 강해집니다. 그러려면 기초문화재단을 강화해야 하는데, 기초문화재단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나 시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한 ‘N개의 서울’ 같은 사업이 중요했습니다. 기초문화재단 스스로 자기 여건에 맞게 사업하도록 만들었으니까요. 저는 그런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과 서울의 문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파리 지하철 이야기를 합니다. 파리에서는 5분만 걸어가면 지하철역이 있습니다. 이처럼 5분만 가면 언제나 접할 수 있는 ‘문화 접점’이 있었으면 합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문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재단을 향한 관심입니다. 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거버넌스입니다. 시민 여러분이 재단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시면 재단도 힘이 나고 더 열심히 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재단도 시민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고요.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영등포구에는 약 37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10개의 공연장, 4개의 전시 시설, 7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영등포구 예산의 3.14%에 해당하는 289억 원이 문화예술 분야에 쓰인다.
영등포문화재단은 2012년 12월 영등포구 문화예술 진흥과 문화 복지 증진을 목표로 설립됐다. ‘예술이 흐르고 문화가 피어나는 도시’라는 미션과 ‘일상이 즐겁고 모두가 행복한 문화생산 중심지’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2024년 기준 약 130억 원의 예산 중 사업비 약 47억 원으로 문화 거점 공간 12개소에서 기획 사업 80개를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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