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기획2팀 송지나
열린 마음으로 예술을 바라본다면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송지나 과장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2014년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했습니다. 처음 발령받은 곳은 서울무용센터였는데요. 당시 저는 발신자의 메시지를 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공부하던 때였죠. 그런데 직장에서 만난 안무가께서 “예술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두 번째로 중요해요. 그보다 관객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죠”라고 하시는 거예요. 예술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일 같은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전까지 프로그램 북에 적혀 있는 안무 의도나 작품의 배경 같은 걸 꼼꼼히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던 무용이, ‘그냥 느껴보자’고 마음먹으니 좀 더 재밌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재단에서의 10년이 흘렀습니다.
팬데믹,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홍보마케팅팀에서 영상과 뉴미디어를 담당했습니다. 제가 홍보마케팅팀에 발령받은 그달에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많은 행사가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생중계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죠. 그 시절에 영상 업무를 맡았습니다.(웃음) 소셜미디어 채널에는 하루가 다르게 구독자 수가 늘어났고, 어찌 보면 온라인 채널의 호황기였달까요. 사업에 대해 조금 더 창의적으로 접근하려고 했고, 거기서 발생하는 참여자의 피드백을 살피는 것이 당시 가장 흥미로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온라인으로 공연이나 행사를 생중계하면 늘 가감 없는 댓글이 달리는데요. 마치, 현장에서는 마음속으로만 하게 되는 말을 누군가 실시간 댓글로 남기는 것이죠. 대면 행사였다면 몰랐을 이야기가 온라인 세계에서는 허심탄회하게 일어납니다. 공연장이라면 모두 심각한 표정을 하고 봤을 공연이지만, 온라인에선 댓글 창에 ‘예술은 진짜 뭔지 모르겠다!’는 솔직한 의견이 오가죠. 사람들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됐다는 것과 다양한 새로운 관객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는게 흥미로웠습니다.
내가 예술의 ‘통역사’라면
서울무용센터에서 3년을 보내고 2018년 금천예술공장으로 옮겨 예술과 기술이 결합하는 융합예술 사업인 ‘다빈치 크리에이티브’를 진행했습니다. 기술 분야의 엔지니어와 예술가가 숱하게 결합하는 분야이지요. 이 현장에서는 간극과 소통을 동시에 경험했는데요. 예술가들은 ‘이 부분을 조금만 키워주세요’라고 이야기하지만, 엔지니어로서는 ‘조금만’이라는 부분이 너무나 모호해서 소통이 안 되는 일이 발생했어요. 예술과 다른 분야의 소통, 그리고 창작을 좀 더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도록 행정적 언어를 연결하는 일을 하다보니 가끔 제가 통역사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매력 넘치는 축제 현장
지금은 2년째 서울거리예술축제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게 축제는, 많은 이들과 함께 ‘와~’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장이나 전시실의 일정한 규범 안에서 작품을 관람하고 개개인이 감상을 느끼는 것이 예술에서 비롯하는 일반적인 과정이라면, 축제는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더욱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며 감상을 공유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예를 들어, 저는 서커스를 좀 무서워해요. 그 아슬아슬한 기예 현장을 잘 견디기가 어렵더군요. 그런데 그마저도 서커스축제에서 다 같이 보고 있으면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어느 순간 함께 탄성을 내뱉고 있고, 감탄사를 자아내며 무서움을 넘어선 동질감과 즐거움을 자아냅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감상을 나누는 것이 축제의 매력 아닐까요.
문화행정가로서의 지향점
무엇보다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꾸준함과 유연한 감각,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문화예술이 항상 새롭고 신선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누군가는 이미 다른 사람이 했던 실패를 반복하고, 이미 구현된 아이디어를 다시 시도하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이것이 의미 없는 반복이라고 보지 않아요. 오히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예술성과 창의성이 감각되고, 발현되고 있죠. 그리고 문화행정가는 그것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업무 자체도 변화의 한복판에 있지요. 팬데믹 전과 후의 관객 특성이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유연하게 환경 변화를 살피고 다시 꾸준하게 시도하는 게 필요해요. 문화행정가의 꾸준한 시도가 결국 새로운 창작과 향유의 기반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의 축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과정을 굳이 나누자면, 축제 주제를 발굴하고, 공모와 초청을 통해 공연할 작품을 선정하며,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홍보를 시작한 뒤 축제를 무사히 치르고, 이후 만족도 조사를 비롯한 평가 내용을 수렴하는 순서로 이뤄집니다. 물론, 이는 아주 이상적인 계획이지요.(웃음) 제가 담당하는 서울거리예술축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올해 축제의 주제가 결정되면 해당 주제에 맞춰 참여 작품 공개 모집 공고를 게시합니다. 올해 국내 공모의 주제는 ‘서울다움’이었어요. 해외 공모는 ‘서울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국내외의 시선이 어우러지도록 했습니다. 물론, 매번 명확하게 축제의 주제를 선정하지는 않습니다. 주제보다는 개별 작품에 집중하는 해도 있지요. 올해는 ‘서울다움’에 집중해 서울에서, 서울다운 거리예술 축제를 펼쳐보자는 데 중지를 모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공모를 비롯한 작품 외 프로그램에서도 ‘서울다움’을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지난해 축제의 청계공연이 청계광장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청계광장에서 청계9가까지 공연 장소가 되는 거리를 확장했습니다. 신호등이나 찻길로 끊어지지 않는 청계천 길을 따라 5.2킬로미터를 걸어보는 ‘아트레킹’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에요. 아트레킹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은 공연을 관람하고 전시를 보는 등 예술과 함께 청계천을 걷게 될 겁니다. 이런 식으로 작품과 기타 프로그래밍이 완료되면 장소와 공간 활용 등 세부적인 운영 방법을 다듬어나갑니다. 7월과 8월 한여름을 통과하며 작품 배치와 프로그래밍 등을 다듬느라 청계천을 많이 걸어 다녔는데요. 올해는 정말 여러모로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웃음)
글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