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 인스타그램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ASSOCIATED

9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김정현

b.1997
시각예술/도자
@hyeony_studio
2025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

흙을 통해 건축과 인간, 그리고 시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도예 작가 김정현입니다. 흙이라는 재료를 매개로 건축물 표면에서 발견한 질감과 시간의 흔적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벽돌·콘크리트·철골 같은 건축 재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이 가거나 녹이 스는 등 세월이 만든 변화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런 변화를 단순한 손상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이 함께 만들어낸 또 다른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제 작업을 통해 불완전함 속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업으로 삼고 싶어 노력했는데요. 대학과 대학원, 신당창작아케이드 등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연속해서 만나며 점점 삶의 방향이 예술가가 되는 쪽으로 흘러간 것 같습니다.

시각적인 이미지와 형식을 통해, 또는 내용과 의미를 통해 관람자들이 전시를 공감해주실 때 스스로 예술가라고 느꼈습니다. 자신의 주관과 경험을 표현한 작품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생각할 때 의미가 있는 활동인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불완전한 설계>라는 도자 조각 작품이 대표작입니다. 건축적 구조를 닮았지만, 그 완전함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린 도자 조각 시리즈입니다. 모든 작품은 설계에 따라 모듈 형식으로 구성되며, 표면에는 건축 재료의 질감을 직접 새겨 넣습니다. 이를 위해 3D 프린팅 롤러와 시멘트 조각, 수공 도구 등을 활용해 건축 재료 특유의 결을 흙 표면에 인장합니다. 그리고 이 모듈을 단순히 층층이 쌓는 것이 아니라 회전시키거나 불안정해 보이는 형태로 쌓아 올립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무너져가는 건물이나 오래된 도시의 잔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안에 반복되는 규칙성과 치밀한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그 모순적인 조합이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불완전함의 미학’입니다. 소재는 주로 재활용 점토와 다양한 유약을 사용하며, 이를 1250°C에서 소성한 뒤 표면을 자연스럽게 풍화된 듯 연마해 마무리합니다.

이러한 형식은 모듈의 규칙과 붕괴의 불규칙 사이에서 긴장감을 형성하고, 아무리 완벽하게 설계된 구조라도 시간이 지나면 불완전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이렇듯 균열이 생기고 형태가 변하며 결국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습은 인간 사회와 닮았습니다. 우리는 누구도 완전할 수 없고, 각자 다른 경험과 기준 속에서 살아가지만, 저는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형태보다, 조금 어긋나고 비워진 공간 속에서 느껴지는 이야기가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주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건축물을 관찰합니다. 그중 시간의 흔적에 따라 자연스럽게 풍화된 건축물의 흔적에서 주로 영감을 받습니다. 벽돌·콘크리트·타일·철골이나 파이프 등이 풍화된 모습이나 조형적 특징을 주로 관찰하고 이를 재설계해 붙이고 조각하게 되는 방식을 가지고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장소, 환경에 따라 건축물의 양식이 다양한 만큼, 그 속에서 풍부한 영감을 받습니다.

작년 일본 도쿄 신국립미술관에서 본 다나아미 게이이치의 전시가 기억에 남습니다. 회화·드로잉·콜라주·조각·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자신만의 세계관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작가의 에너지에 압도됐습니다. 자신만의 기법, 형식, 내용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작업한 작품을 보며 저 역시 본받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작업을 하고, 다양한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기존에는 도자로만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다양한 재료나 매체를 같이 활용해 작업하고 싶습니다. 도자로 작품을 만들 때만의 장점과 즐거움도 크지만, 다른 재료나 매체가 가진 특수성도 역시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도자로는 작업하기 어려운 아주 얇은 선 요소나 특수한 물질의 표면을 표현할 수 있는 금속 재료를 접목할 계획이 있습니다. 또한 건축적 요소를 넘어, 여러 유기적인 형태를 활용해 다양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연출해보려고 합니다. 삶 속에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그 상황에 맞게 재밌는 작업을 이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정리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