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쓰고 꿈을 그리는
서울시민예술학교 강북 봄 시즌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에서는 4월부터 6월까지 ‘서울시민예술학교 강북’ 봄 시즌을 진행했다.
강북 센터 특화 장르인 연극·전통예술을 중심으로 9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따뜻한 봄을 예술로
물들였다.
배우 박호산·소리꾼 권송희와 함께한 토크콘서트 ‘사적인 예술’은 예술가의 삶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연극과 전통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고전 라운지 ‘솔샘고전클럽’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을 인문학 강연과
배우들의 장면 시연으로 풀어내며 고전의 동시대적인 가치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창작워크숍 ‘play, play’는 연극과 전통의 다양한 구성요소를 직접 체험해보는 과정으로, 참여자들은 무대미술·판소리·극작
분야의 창작 과정을 몸으로 경험했다. ‘라이브씨어터’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양질의 관극 경험과 공연예술의 현장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중에서도 봄 시즌 창작워크숍의 백미는 <기억의 조각 모음>과 <내 마음속 비밀극장>이었다. 그중 <기억의 조각 모음>은 장·노년층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만 50세
이상 참가자들을 모집, 이들이 자신의 삶을 희곡으로 풀어내고 무대 위에서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마주하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자 기획했다.
극작 경험도 지식도 제각각이던 참가자 20명이 4주의 짧은 기간 매주 모여 함께 울고 웃으며 극작부터 낭독까지 이뤄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는 이들의 도전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섬세하게 이끌어 준 ‘극단
명작옥수수밭’이 있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은 강북 센터와 워크숍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해 작가학교 ‘라푸푸서원’을 20년간 운영하며 쌓은 비결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어색했던 첫 시간, 참여자들은 역동적인 게임과 내 마음에 와닿는 키워드 찾기로 서서히 마음을 열며 서로를 알아갔다. 이후 2주간 ‘엄마의 마음’, ‘친구의 죽음’ 같은 깊은 감정을 떠올리고, 긴 세월 잊지 못할
기억들을 조심스레 대사로 옮겼다. 마지막 시간, 각자의 기억이 낭독극으로 세상 밖에 꺼내질 때, 함께한 이들은 서로에게 깊은 위로를 느끼고 공감했다. 은퇴 후 두 번째 인생의 가치를 찾고 싶었다는 어르신은 “내
인생을 이렇게 기록해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워크숍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한편 <내 마음속 비밀극장>은 초등학교 4~6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무대미술 워크숍이다.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무대미술가 여신동과 함께 ‘20년 후의 나’를 상상해 캐릭터와 무대를
디자인했다. 스케치와 묘사의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해나갔고, 마지막 날에는 직접 연출한 무대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돼 사진을 촬영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는 서울문화재단 공연물품 공유 플랫폼 ‘리스테이지
서울’과의 협력으로 실제 공연에 사용된 소품과 의상을 재사용함으로써 더욱 생생한 무대 연출을 가능하게 했다.
“내 꿈을 꼭 이루고 싶어요!”, “미래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어 좋았어요.” 워크숍이 끝난 뒤 아이들이 남긴 말처럼,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해본 이번 워크숍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앞으로의 삶을
그려나가는 용기를 아이들 내면 깊숙히 심어준 시간이었다. <내 마음속 비밀극장> 워크숍의 결과물은 6월 18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리는 사진전으로 이어진다. 무대 위에 펼쳐진 아이들의 꿈과 상상이
궁금하다면 강북 센터 3층 로비 및 전시실에서 그 생생한 장면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기억의 조각 모음>, <내 마음속 비밀극장>을 포함한 이번 서울시민예술학교 강북 봄 시즌 프로그램이 예술로 자신에 집중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용기를 갖게 하는 시간이 됐기를 바란다.
오는 가을,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서울시민예술학교 강북’에서 어린이부터 장·노년까지 예술을 통해 일상 속 즐거움을 발견하고,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글 안유라·이예닮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강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