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
서울생활예술×서울스테이지 봄축제 ‘예술해봄’
숲과 무대가 만난 곳에서 시민은 예술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생활예술×서울스테이지 봄축제
‘예술해봄’은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고, 특별함이
일상이 될 수있다는 것을 보여준 하루였다.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 2025 ‘예술해봄’ 축제가
5월 24일 서울어린이대공원 포시즌가든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숲속에서 즐기는 예술
피크닉’을 주제로 한 축제는 기존에 연 1회 실내
경연 중심으로 열리던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을
봄•가을 2회로 확대하고, 사계절 권역별 야외
축제로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됐다. ‘예술이
피어나는 봄’, ‘예술을 해 보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번 축제는 생활 속 예술을 실천해온 시민이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마주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시민 참여형 생활예술축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이날 함께한 시민 5천여 명은 자연 속에서
시민예술가들의 무대와 함께 일상 속 예술을누리는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공모로 선정된 10개 시민예술팀의 무대가 축제의
중심이 됐다. 스윙댄스•플라멩코•K-팝 댄스•록
밴드•연희•난타•가족 앙상블 등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 펼쳐졌고, 관객은 공연을 통해 예술의
다채로운 모습과 일상에서 길어 올린 감동을
마주했다. 형제의 연주를 보고 시작해 함께 성장한
남매 바이올린 콰르텟 ‘도도주주콰르텟’은 “혼자선
부족한 소리도 함께할 땐 단단해져요. 무대에 서면
우리가 진짜 하나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학부모 동아리로 시작해 어느덧 다섯
해를 맞은 난타 퍼포먼스 팀 ‘ZEST.TA ’는 신명나는
타악으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아이들에게 엄마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팀원들과 난타를 하면서 엄마의 일상에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경험을 했죠. 자신감도
물론 얻었고요. 가족들도 이젠 공연을 손꼽아
기다려요.” 이들의 북소리엔 열정과 연대, 그리고
삶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용산 지역에서 10년 넘게 활동해온
‘한남기타앙상블’은 클래식기타부터
재즈기타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연륜이 느껴지는 무대를 선보였다. “음악은 세대를
잇는 다리가 돼요. 40대부터 70대까지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기타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경험은 정말 특별합니다.” 음악과 존중의
문화로 다져진 이들의 무대는 시민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어진 2부 무대는 ‘서울스테이지 봄 파크
콘서트’로 꾸며졌다. 서울의 일상 공간
곳곳에서 시민과 만나는 예술 공감형 콘서트
‘서울스테이지’는 이번 축제에서 포크록 밴드
‘동물원’과 싱어송라이터 듀오 ‘옥상달빛’을
초청해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무대를 선보였다.
시작은 ‘널 사랑하겠어’, ‘혜화동’ 등으로 잘 알려진
동물원이 장식했다. 이어서 옥상달빛이 마이크를
넘겨받아 ‘수고했어 오늘도’와 같이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로 축제의 감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는 선율로
축제의 밤을 마무리하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로
화답하는 시민의 모습은 예술이 일상 깊숙이 스며든 순간을 보여줬다.
공연 외에도 참여형 프로그램이 축제의 재미를
더했다. 체험 부스에는 캘리그라피, 업사이클링
공예 등 활동이 이어졌고, 어린이들은 손으로
그리고 만들며 예술을 자연스럽게 체험했다.
서울새활용플라자와 협력한 친환경 창작 부스는
폐자원을 활용한 키링과 팔찌 만들기, 커피박
화분 꾸미기 등 환경과 예술을 함께 생각하는
시간으로 많은 가족의 참여를 끌어냈다.
광진구에 위치한 세종대학교 학생들이 운영한
사진•만화 체험 부스는 신선한 감각으로
지역 커뮤니티와의 따뜻한 협력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작가농부마켓에서는 직접 농사짓고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창작자들과 시민이
대화를 나누며 물건 너머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축제장을 누비며 상시로 펼쳐진 이동형 퍼포먼스
<활력청소부>의 무대는 현장 곳곳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더하며 생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많은 관심을 끈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예술해봄’ 주제의 그림 그리기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축제 현장에서 느낀 장면과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현장 신청을 통해
선착순 300명에게 도화지 키트가 제공됐고,
포시즌가든 피크닉존 인근에 자유롭게 앉아
색연필•크레파스 등 간단한 도구로 그림을
완성했다. 이날 완성된 그림 일부는 축제 후 추첨을
통해 서울생활예술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개될
예정이다. “아이와 하루를 그려내니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직접 만든 그림이 축제의 일부가
된다는 게 뿌듯했어요”라는 한 가족의 이야기처럼,
이 체험은 단순한 그리기를 넘어 시민이 축제의
공동 창작자가 되는 상징적인 시간으로 호응을 얻었다.
돗자리를 펴고 공연을 즐기는 가족, 마켓을 거닐며
셀러와 담소를 나누는 시민, 체험 부스 앞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아이들까지. ‘예술해봄’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즐기고 표현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예술이 가까이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민이
주인공이 돼 예술을 ‘보는 것’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확장해나가는 생활예술의 가치를 생생히
담아낸 하루였다.
오는 10월, 노들섬에서 열릴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 가을 축제가 또 한 번
시민과 예술이 함께하는 계절을 예고하고 있다.
봄의 감동을 이어 가을의 무대에서도 일상 속
예술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장연정 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