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문화 정책,
더 많은 이들이 공정하게 누리도록
대만은 지금, 누구나 문화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
문화 바우처의 수혜 대상을 넓혀 문화의 접근성을
높이고, 암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단순한
소비 지원을 넘어 문화적 공정성과 접근성을
중심으로 한 제도 혁신을 이어가는 것이다.
문화 포인트, 더 많은 청소년을 향하다
2025년부터 대만의 청소년은 좀 더 이른 나이에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얻게 된다. 대만 문화부는
202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문화 포인트Culture
Points’ 제도를 13세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문화
포인트는 서울시의 청년문화패스와 닮아 있는
정책으로, 대만 청소년의 삶에 문화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상 연령을 확대하는 조치로 인한 문화 포인트
제도의 수혜 대상은 13~21세 청소년으로,
그 수가 확대된다. 이는 2023년 제도 도입 당시
18~21세였던 대상 나이가 폭넓게 확대된 것으로,
대만 청소년의 문화 향유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정책 변화에 따라 올해 16~21세는
1,200신대만달러(한화 약 5만 2천 원), 13~15세는
600신대만달러(한화 약 2만 6천 원)에 해당하는
문화 포인트 바우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바우처는 지정된 독립서점·음반 가게·라이브
음악 공연장·박물관·영화관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며, 2025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
리위안李遠 대만 문화부 장관은 “요즘 청소년들이
너무 일찍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에
노출되기에, 더 일찍 문화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며 이번 정책의 변화 계기에 관해 설명했다.
대만 문화부는 문화 접근권의 보편성을 정책
핵심으로 삼고 있는 만큼, 문화 포인트 제도는
대만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거주증ARC을 가지고
자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청소년도 동일하게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문화 포인트 바우처는 모바일을 통해 발급되는
QR코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으나, 스마트폰이
없는 청소년을 위해 지류 QR코드를 발급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
다만 제도의 긍정적인 취지와 대만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대상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질적인 참여율이 아직 낮다는 점은 해당 정책의
과제로 남아 있다. 더불어서 2024년에는 문화
포인트 바우처 수령 대상자 가운데 약 16.4%가
바우처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화부는 향후 정책 접근성과 홍보 방식 개선을
통해 참여율 제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 3월 18일과 19일 대만 가오슝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는 10만 명 넘는 관객이 몰렸으며,
티켓 판매액은 1,400만 달러(한화 약 200억 원)로 집계됐다
ⓒYG Entertainment
암표 뿌리뽑기에 나선 정부
대만의 공연 현장에서 암표는 오랜 시간
골칫거리였다. 암표를 당국에서 정책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논의의 시작에는 흥미롭게도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영향이 있었다.
2023년 3월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를 앞두고
가오슝에서 티켓을 정가의 4배로 되팔던 남성이
체포되며 대만 사회는 암표의 심각성을 다시
인식하게 됐다. ‘타이완 뉴스Taiwan News’를 비롯한
여러 대만 언론이 일제히 블랙핑크 콘서트에서
활발하게 이뤄진 암표 판매에 대해 보도했고, 이를
계기로 대만 정치권에서도 암표 처벌 관련 법률의
개정과 단속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했다.
이후 문화부는 문화창의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암표 판매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 조항을 마련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문화 공연의 입장권을 액면가
또는 정가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재판매할 경우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매크로를 비롯한
프로그램을 사용해 티켓을 구매하다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및 최대 300만 신대만달러(한화
약 1억 3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 이후 대만 정부는 적극적인 단속을
통해 암표와의 전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2023년 말 검찰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대량으로
티켓을 선점하고 고가에 되파는 조직을
기소했다. 이 조직은 티켓 예매 플랫폼의 인증
절차를 자동화되도록 우회해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직이 판매한 공연 티켓에는
(여자)아이들·블랙핑크 리사·투애니원 등 한국
아티스트의 공연이 여럿 포함돼 눈길을 끈다.
문화부는 이후 2,105건의 암표 판매 사례 중
609건을 조사에 회부했고, 이 중 300건을
조사 완료해 총 208만 신대만달러
(한화 약 9,1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한 전국 단위로 지방정부 실무자 교육도 병행해
제도가 정착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암표를 막기 위한 실명 예매제도
시작됐다. 대만에서 암표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진
이유 중에는 한국과는 다른, 대만 공연문화의
영향도 있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는 티켓에 구매자의 이름이 기재되고,
신분증의 실명을 대조하고 사진을 확인한 후에
발권 및 입장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콘서트의 경우 가족 및 지인 간 대리 예매 및 티켓
양도 또한 금지하고 있기에 암표의 구매와 판매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 그간 예매가 치열한
유명 가수의 콘서트에도 불구하고 신분 확인 없이
티켓만 제시하면 입장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대만에서도 암표 거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실명 거래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아이유는 2019년 이후 5년 만인 2024년 타이페이 아레나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어 2만 4천여 대만 관객과 만났다 ⓒEDAM
타이베이시 문화국은 암표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실명제 예매 시스템을 도입하는 공연 주최 측에
타이페이 아레나Taipei Arena 대관료를 15퍼센트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정책을 활용할 경우 콘서트 주최 측은 하루 최대
283,500신대만달러(한화 약 1,250만 원)를
절감할 수 있다. 이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 사례로는
일본 가수 요아소비와 한국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가 있다. 아직 실명 예매제는 일부 콘서트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타이베이시
문화국을 비롯한 대만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향후 해당 제도를 활용하는 아티스트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만은 암표
거래에 대해 단속 중심의 정책을 넘어 제도와 기술
기반의 예방적 시스템을 구축하며 공연문화를
정비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 정부는 정책 개선을 통해 문화
현장에서의 접근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며,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더욱 건강해질 지속 가능한 대만의
문화 산업계의 변화가 기대된다.
글 박소영 연구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