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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무대기술팀 이종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두 번이나 떠났지만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이종훈 무대감독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공연계에는 조금 늦게 입문한 편입니다. 그나마 이 바닥 뜨겠다고 두 번이나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케이스이고요.(웃음) 그간 가구 목수로, 또 목조주택 빌더로, 카페 바리스타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 다양한 일을 잠깐씩 했습니다. 전기 공사나 인테리어도 했지요. 생활비가 부족할 땐 공사판에도 간간이 나갔답니다. 그 끝에 ‘내가 하던 일 만한 게 없구나’ 싶어 극장 무대감독 직에 다시 지원했고, 운 좋게도 2022년 7월 대학로극장 쿼드 개관에 맞춰 서울문화재단 무대기술팀에서 다시 무대감독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철학을 전공하고 공연 판에 뛰어든 청년기

저는 ‘노는 대학생’이었어요. 이른바 ‘관종’(관심받고 싶어하는 사람)이었고요. 엠티와 체육대회를 쫓아다니고, 학예회 수준의 콩트 공연을 기획하는 게 즐거움이었지요. 공부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아서, 낭만적인 대학 생활을 누렸달까요. 친구와 둘이서 국토대장정을 떠나겠다며 돌아다니다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잡힌 적도 있고, 교내 숲에 톰 소여의 나무집을 짓겠다고 덤비기도 했고요. 이제 와 생각해보니 저는 유튜버를 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웃음) 그러다 한 야외 축제에서 연계해 개최한 무대기술 워크숍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유관 회사에 눌러앉았습니다. 인턴에서 직원이 됐고, 무대 조감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무대 크루로 일했습니다. 손재주 좋고 빠릿빠릿한 젊은 일꾼이었죠.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서울아트마켓PAMS에서 공연 스태프 일을 하며 무대감독 업무를 배웠습니다.캐드를 배워서 극장 도면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고요. 이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극장기술정보 DB 구축 사업에 실무자로 참여한 것이 극장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줬습니다.

20대 후반, 퇴사하다

학생 때부터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뭔가를 하게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조금만 안 맞아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에 기웃거리게 된 거죠. 퇴사하고 여러 바닥을 전전하면서 세상에 좋기만 한 일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냥 가진 재주로 조금씩만 벌면서 살려고 했는데, 그러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아르바이트 정도만 해서 소소하게 사는 게 불가능해지더라고요. 극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예술에 필생의 목적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돌아오기로 마음먹고 반년간 열두 곳 넘게 지원서를 넣었습니다. 그러다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 싶던 서울문화재단에 기회가 닿았고, 마지막으로 임원 면접을 앞둔 시점에는 이 기회를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대감독의 역할은

업무의 제1목표는 관객에게 약속된 시간에 공연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같은 목표를 가진 공연단체가 극장에서 자신들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고요. 극장은 공간이면서, 거대한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를 관리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대감독이 하는 일이지요. 극장의 기술 스펙을 관리하고 공연을 하고자 하는 이들과 실무를 진행하는 일부터, 실제 공연을 위해 셋업을 진행하고 공연 기간 참여자의 안전을 책임지며, 일련의 모든 일정을 관리 감독하는 일, 그리고 계속해서 다음 공연이 이뤄지도록 극장 컨디션을 유지 관리하는 것이 모두 무대감독의 역할이 됩니다.

극장으로 발길을 이끄는 공연의 매력이란

관객이 바라보는 무대는 보여주기 위해 열어놓은 작은 화면입니다. 실제 극장은 매우 크지요. 당신에게 보이는 무대를 위해 그 뒤에서, 옆에서, 아래에서 수많은 장비와 기술자들, 그리고 세련된 출연진들이 숨어서 ‘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시치미를 떼고 있다가 ‘짜잔~’ 하고 내보이는 순간이 좋아요. 어쩌면 제가 학생 시절 벌이던 일들도 공연의 일부가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수많은 전문가와 함께 좀 더 그럴듯하게 그 과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우리 사회에 문화예술이 좀 더 풍성해지려면

가끔 저는 우리 삶에서 문화예술이 단가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와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상관없이, 현대 사회에서 문화예술이 스스로 존재하고자 한다면 단가 싸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미 예술계의 참여자들은 극단적으로 적은 돈을 받으며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예술에 따르는 비용을 더 줄이는 건 불가하다는 뜻이죠. 소비자들은 지난 수십 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단가가 올라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해요. 예술이 우리 삶에 더 많이 확산되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상업광고·간접광고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물론 그렇다면 예술을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갈등이 생기겠지만, 저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무대감독의 하루
평일 오후 7시 30분, 첫 공연이 있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전제 아래 하루를 생각해봅시다!
13:00 출근합니다. 오전 9시에 출근한 무대감독으로부터 오전 중 극장에서 발생한 특이 사항과 오후 일정에 관한 부분을 인계받습니다.
14:30 오후 3시에 예정된 드레스 리허설을 그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검토합니다. 리허설을 하면서 공연의 최종 러닝타임과 특별히 주의해야 할 장면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16:40 극장의 무대감독과 공연의 무대감독, 하우스매니저가 모여 공연의 시작과 종료에 관한 사항, 관객 입·퇴장에 관한 부분을 확정합니다.
17:00 한 시간 동안 브레이크 타임을 갖습니다. 이 시간엔 누구도 극장과 무대에 출입할 수 없지요. 감독과 스태프들은 이때 저녁 식사를 하게 됩니다.
18:00 공연팀이 복귀하고, 막이 오르기 전 필요한 장면 연습과 최종 점검을 진행합니다.
19:00 공연 무대감독에게 공연에 관한 모든 부분이 준비됐는지 확인합니다.
19:10 하우스 오픈을 선언하고, 이를 모든 스태프에게 전달합니다. 이때부터는 관객이 무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추가 작업은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관객이 입장하고, SM 데스크(공연 중 무대감독이 자리하며 모든 작업을 진행하는 공간)에서 무대와 객석 여러 곳을 비추는 모니터를 보며 이상 상황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19:29 하우스매니저가 관객 입장을 마감합니다.
19:30 안내 멘트를 콜하고, 공연 무대감독에게 SM 데스크를 넘깁니다. 이후 극장 무대감독은 SM 데스크 가까이에 대기하면서 공연 중 일어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비합니다. 몇몇의 경우, 공연 무대감독의 큐를 받아 무대기계를 전환하게 됩니다.
21:10 커튼콜이 끝나면 관객이 충분히 공연의 여운을 만끽하고 퇴장할 수 있도록 무대 위 모든 요소를 유지합니다. 마지막 관객이 떠나고, 하우스매니저가 극장 문을 닫으면, 극장 무대감독은 공연 종료를 선언합니다. 극장 내부에 작업등이 켜지고,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무대로 올라와 뒷정리를 시작하지요. 오후 10시 무렵까지 공연팀이 작업을 마치고 퇴장하면, 극장 무대감독은 무대와 분장실의 위험 요소는 없는지 확인하고 소등한 뒤 빠져나갑니다. 사무실로 올라가 업무 일지를 작성하고나면 드디어 저도 퇴근이네요.

글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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