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ASSOCIATED

5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함윤이

문학/소설
b.1992
@haamyuni
2021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다원예술) 선정
『서울집』 전시 및 출간
2022·2025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

소설을 쓰고 책을 편집하는 함윤이입니다. 최근 몇 달간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레지던시 연희문학창작촌에 머물며 첫 단편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문자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을 좋아했어요. 중학생 시절 대안학교를 다녔고, 이때 졸업 작품으로 소설을 집필하면서 좀 더 본격적인 창작을 이어갔습니다. 소설을 쓴 계기라고 한다면 어린 시절 집에 있던 컴퓨터가 인터넷이 아예 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겠네요. 텍스트 파일 정도만 돌릴 수 있는 컴퓨터로 무엇을 하고 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당시 저는 책에 파묻혀 지내는 어린이였으므로, 직접 비슷한 형체의 텍스트를 만든다는 일 자체가 무척 재밌었습니다.

앞선 대답처럼 꽤 이른 시기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창작’을 한다는 모종의 의식은 갖고 있었습니다. 관련 학과로 대학을 진학하기도 했고요. 다만 스스로 직업이 ‘예술가’라고 느끼게 된 것은 글쓰기로 얼마 안 되는―정말로 얼마 되지 않던―수익을 얻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등단하기 전에도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과 협업하고 돈을 벌면서 직업으로서의 예술가와 노동으로서의 창작에 대한 감각을 이어나가게 됐고요. 돌이켜보면 예술가라는 직업을 인지하게 된 명확한 계기가 ‘경제 활동’이었다는 점이 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설 프로젝트 『서울집』 내지

대표작보다는 가장 최근작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근래 출판사 북다의 로맨스 시리즈 ‘달달북다’에서 ‘하이틴’을 주제로 쓴 단편 소설 『위도와 경도』를 출간했습니다. 우주에 고립돼 열흘을 보내며 사랑에 빠진 소녀 ‘위도’와 소년 ‘경도’의 이야기입니다. 둘은 자신들이 우주에 머문 10일 동안 10년이 흘렀다고 확신하며, 지구에 돌아와서도 ‘성인으로서’ 사랑을 이어가려 하지만 여러 방해를 받습니다. 이 둘이 어떻게 그 난항을 통과하는지, 또 10대와 성인의 사랑에 어떤 차이점과 교차점이 있는지 등은 소설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올해 중 첫 단편 소설집이 나오는데, 약 7편 정도가 실려요. 조만간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영감’의 정체나 정의를 아직 제대로 파악하진 못했지만,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나 이를 추진시키는 착상은 정말이지 다양한 경로로 오는 것 같습니다. 책과 영화·만화 등 제가 읽고 보는 이야기에서도 영향을 받고, 친구들과의 자잘한 대화나 대중교통에서 본 사람들 등 일상의 경험에서 느낀 여러 감정 역시 자극점이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설이 시작되는 지점은 제가 읽고 싶은, 또 파고들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 같아요. 가령 ‘이런 상황에 처한 인물은 무슨 행동을 할까?’, ‘이런 관계는 어떻게 끝날까?’ 같은 질문 또는 가정을 이어가면서 이야기도 나아가는 것이죠. 스스로 읽고/보고 싶은 것을 만들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물론 이 가능성을 영원히 실현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지만요) 창작은 정말 근사한 일 같습니다.

단편 소설 『위도와 경도』 표지

아주 최근은 아니지만, 몇 달 전 극장에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각자 작업을 하는 미술 작가들의 이야기인데, 저나 제 친구들의 삶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물론 저희보다 훨씬 풍광이 좋은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요) 그 안에서 오고 가는 질투와 동경, 설움, 순수한 기쁨 같은 것이 차곡차곡 쌓여 막판에는 조금 울었어요. 예전에는 환상적이고 장르적인 서사에 훨씬 큰 관심을 가졌는데, 요새는 이렇게 현실에서 아주 빠르게 휘발되는 순간을 제대로 붙잡는 이야기들에도 큰 매력을 느낍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첫 책을 잘 마무리해 내보이고 싶습니다. 이후에는 첫 장편과 경장편 등에 또 골몰할 계획이고요. 더불어 다른 창작자들과의 협업 역시 꾸준히 하며 서로 다른 매체가 만날 때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습니다. 욕심 많은 계획이지만, 차근차근 하나하나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글 안미영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