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아카이브
박종이
시각예술/페이퍼아트
@paper_hyeyun
2024~2025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 전시
《십장생: 안녕의 풍경》
<작은 나의 아지트>, 2022
페이퍼아티스트 박종이입니다. 저는 종이를
재료로 회화와 설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종이에 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스튜디오 박종이’, 유튜브
채널 ‘박종이’를 운영하고 있고요. 자연 속에서
자라온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제가 보고 듣고
느꼈던 색, 형태, 빛, 냄새 등을 종이라는 매체를
통해 입체적인 세상으로 펼치며 기억의 조각들을
재현해나갑니다. 누구나 공감할 풍경이나 사물을
동화 같은 색감과 표현법으로 구현하고, 현실과
상상 속을 넘나들며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세상을 종이로 표현합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어요. 종이의
촉감과 색감에 매료돼 종이를 주재료로 쓰게
됐고요. 평면인 종이가 제 손길이 닿아 입체가
되고, 제가 상상한 것들이 구현되는 과정에 재미를
느껴 창작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2022
모든 예술의 첫 경험은 어릴 적 시작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꽃이나 나뭇잎을 따다
그림을 완성하기도 하고, 심심하면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게 저만의 놀이였어요.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 건 2022년 첫 개인전을 연
때가 아닌가 싶어요. 공식적인 예술가라는 명찰을
가슴에 단 느낌이 바로 그때부터입니다.
저는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그렇게
20년간 쭉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아왔고요.
그때는 당연했던 것들이 서울에 올라와서
지내다보니 정말 동화 같은 경험이었더라고요.
바다에서 물고기들과 수영을 하고, 들판에서 꽃을
따며 뛰어놀고, 산을 오르면서 흙 내음을 맡은
경험이 서울에서는 시간을 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잖아요. 저한테는 그것이 일상이었는데
말이죠. 그런 경험들이 제 작업의 시작이고,
영감들이 됐습니다.
제가 가장 처음으로 작업했고, 가장 애정하기도
하며, 많이 사랑받은 작품은 <작은 나의 아지트>예요.
숲속에 나만의 오두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적 집 뒤에 작은 숲이 있었는데 그곳에 갈 때마다
그런 상상을 했어요. 그 로망을 어른이 된 지금,
작품으로 이뤘죠. 많은 분들이 작품의 색감을
사랑해주셨지만, 어릴 적 한 번쯤은 꿈꿨던 기억이
마음으로 전달된 것이 사랑받은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은 입체 작업물과 캔버스
위에 작업하는 반입체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재료는 종이지만 종이의 색감과 형태가
오래도록 변형 없이 간직될 수 있도록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에요. 작가는 자기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재료에
대한 이해와 연구 또한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6월에 있을 첫 해외 전시를
준비 중인데요. 로하갤러리Loha gallery라는 작은
갤러리지만, 제 작품을 영국에서 선보이게 될
거라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거든요. 약간의 걱정은
있지만 흥분과 설렘이 더 큽니다.
유튜브에서 ‘박서보의 삶과 예술’이라는, 2년
전에 제작된 고 故 박서보 선생님의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그 영상이 제게는 충격처럼 다가왔어요.
‘삶이 곧 예술’이었구나 싶었어요.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본인의
삶 자체가 예술이셨던 거예요. 내가 어떤 걸
표현할지 단면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사명감, 본인이 던지는 메시지에
대한 책임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 등이 담겨 있었고요. 박서보 선생님의
말씀도 흥미롭지만,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상이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싶어요. 워크숍도 제 작품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전시 형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들은 멈춰 있거나 갇혀 있기보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이 흘러가거나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작품이 동적으로 움직일 수도, 제 작품을 보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림도 음악처럼 기분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선보이고 싶어요. 회화 작업이라면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페이퍼아트를 스톱 모션이나 다양한 영상으로 제작하면 음악이나 영화처럼 날씨와 기분에 맞춰서 틀어보고, 또 반복해서 여러 번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술이 조금 더 자연스레 우리 삶에 스며들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표현 방법과 장르, 콘텐츠를 더 다양하게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글 안미영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