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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제휴협력팀 김성은
누군가의 미래를 그리는 일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했어요. 공연에 관한 업무 이력도 다양한데, 기획자로서 서울문화재단에 함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적부터 동네를 탐방하고 해찰하는 시간을 즐기며 자랐습니다. 남들은 부질없는 시간이라고 할지 몰라도, 그러한 시간 속에서 작은 발견에 기뻐하기도 하고 마음의 감각에 말을 걸어오는 새로운 생각에 집중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악보에 담으며 작곡을 전공하게 됐고, 공연·교육 등 음악으로 소통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익숙한 곳에서 뜻밖의 마주침이라든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시도하며 하루하루 재미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 시간의 힘을 바탕으로 동료들과 무언가를 만들고 공연·교육·전시 등 여러 형태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기획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전국 공연장을 다니며 국내외 아티스트와 오케스트라 공연, 융복합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죠.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현장에 실시간으로 함께하고, 무언가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에 존재하는 것을 즐긴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지속적으로 문화예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동참하고 싶었고, 예술 창작과 발표 과정에서 공공의 역할과 중요성에 주목하게 됐어요. 그렇게 내가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관점에서 서울문화재단이 할 수 있고, 재단이기에 가능한 사업에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입사 후 어떤 업무를 진행했나요.
2020년 생활문화팀에서 근무를 시작해 서울스테이지11TF로 문래예술공장과 문화향유팀, 그리고 현재의 제휴협력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서를 거쳤습니다. 돌이켜보니 재단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에 함께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오전 11시, 11개 공간에서 진행하는 ‘서울스테이지11’(현 서울스테이지 2024)을 기획·설계해 총괄 담당을 했습니다.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을 운영할 때는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서울문화누리 캐릭터 누리와 서리를 제작해 대상자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고자 고민했습니다. 이렇듯 주어진 업무 안에서 새롭게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이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고, 일상의 업무에 더욱 즐겁게 임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현재 서울예술인NFT 사업을 맡고 있어요. 올해 새로운 작품 발행이 예정돼 있다고요.
서울예술인NFT는 기초예술 분야 공연(연극·무용·전통·음악) 장르의 예술인이 NFT 작품을 제작하고 판매·유통·홍보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새로운 예술지원 모델입니다. NFT는 주로 시각예술 분야에서 주목받았는데요. 이를 2022년 공연예술 분야에 도입, 현재까지 63개의 NFT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2023년에는 세화미술관에서 오프라인 전시를 개최하며 온라인 경계 너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단순히 작품 창작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 판매까지 연결하는 유일한 사업으로, 예술인에게는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 NFT만의 대체 불가한 고유의 원본성과 소유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예술인으로서는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사업이지요. 올해도 26개의 작품이 제작돼 12월에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예술 장르는 블록체인 사업 안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어요. 담당자로서 NFT와 예술의 결합에 주목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NFT로 제작된 작품은 디지털 유산으로 문화·사회적 가치가 보존된다는 점이요. 유구한 시간이 흘러도 존재할 테니까요. 예술 작품을 소장하는 동시에 그 가치가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해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요? 이에 더해 서울예술인NFT 사업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는 분야에 공공 영역이 지원함으로써 청년예술인부터 원로예술인과 단체까지 다양한 예술인의 도전과 시도를 지원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제휴협력팀으로 옮기기 전에는 시민 곁에서 문화예술 향유를 돕는 여러 사업을 운영했다고요.
생활문화팀·문화향유팀 등 사업을 통해 시민·예술인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한 현장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서울스테이지11 대학로센터 공연을 열 때는 인근 어린이집의 아이들을 초대하기도 했는데요. 일반적인 공연 관람 연령이 7세 이상인 경우가 많아 아이들은 어린이 특화 공연이 아니면 다양한 작품을 보기가 어렵잖아요. 서울스테이지11은 열린 공간이니 아이들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돗자리를 깔아 편안한 관람 환경을 조성해봤어요. 70분이라는 꽤 긴 시간 아이들은 온몸으로 공연을 느끼더군요. 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미래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일에 더욱 오래오래 관여하고 싶어진 경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 예술이 깊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엉뚱한 질문과 귀여운 딴지가 자유롭게 연결되는 과정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아는 것’에 갇히지 않도록 ‘잘 모르는 것’에도 마음을 내주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이야기해볼까요.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사람들은 왜 달리는 걸까요? 지난 6월, 어쩌다 마라톤에 출전하게 됐는데 피니시 라인을 밟는 순간 달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됐어요.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어느 길에서든 뛸 수 있을 것 같은 건강한 에너지를 얻고 있어요. 달리는 순간만큼은 선명해지는 감각을 오롯이 느끼고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즐겁고, 힘들지만 성취감 넘치는 행위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고 있지요.

스무 살 서울문화재단에 축하 인사를 건네주세요.
재단과 함께하는 모든 분들과 뜨거운 응원을 주고받고 싶습니다. 이 응원의 메아리가 끝없기를 바라면서!

글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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