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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시각예술의 교차로에서
금천예술공장오픈스튜디오

2023년 금천예술공장 실험프로젝트 전시 전경

  • 오픈스튜디오
    《비하인드 더 하이라이트: 교차하는 장면들》

    9월 5일부터 7일까지
    개막 행사 9월 5일 오후 5시, 금천예술공장 창고동



금천예술공장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15년간 서울을 대표하는 시각예술 분야 창작 레지던시로 자리매김해왔다. 이곳은 예술가들이 거주하면서 다양한 예술 실험과 창작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예술가의 작업 과정이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지만, 일 년에 단 3일 ‘오픈스튜디오’라는 특별한 행사로 모든 이들에게 창작 공간을 공개한다.

‘비하인드 더 하이라이트’ 표상과 이면이 교차하는 곳

‘비하인드behind’는 원래의 이야기나 작품의 뒷면에 가려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폭넓게 지칭한다. ‘하이라이트highlight’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강조되고 주목할 부분을 나타낸다. 영화·소설 속 한 장면을 의미하는 ‘신scene’은 이러한 비하인드 신과 하이라이트 신으로 이뤄져, 그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뗄 수 없는 한 쌍이 된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 하이라이트 신에 잠식당하면서 점차 무력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같이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의 장점이 가볍게 소비될 수 있다는 단점으로 변질돼, 표상 이면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견하려는 수고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허상에 시선을 뺏긴 사이 숨겨진 이야기인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강조하며, 일반적인 전시 공간처럼 완성된 작품이나 예술적 성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창작 과정이나 작품 이면에 가려진 뒷이야기를 함께 전달하고자 한다. 예술가와 관람객이 마주해 공유하는 공감각적 경험이 곧 ‘비하인드 스토리’이며, 그 출발점을 시작으로 함께 도착한 곳이 내러티브를 갖춘 ‘하이라이트’가 됨을 시사한다. 우리는 비하인드와 하이라이트가 맞닿아 있는 금천예술공장을 교차 공간으로 설정해 ‘망막’에 갇혀 있는 환영을 걷어내고 실재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한다.

창작의 모든 것, 오픈스튜디오에서 만나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창작 과정과 이면, 결과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 15기 입주작가의 오픈스튜디오 개막 행사는 9월 5일 오후 5시 금천예술공장 창고동에서 열린다. 정정호는 금천구의 지역 민속과 신화적 사고를 재조명한 영상 작품 <믿음의 지형학>을 선보이며, 전통과 현대 도시로서의 지역적 가치를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했다. 장진승은 금천예술공장 공간을 3D 스캔해 데이터를 취득한 후, 이를 이미지와 사운드로 변환한 다감각적 사운드 기반 미디어 퍼포먼스 <Tract Tracing(57B15GDSEO)>을 준비했다. 요한한은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참여하는 퍼포먼스 연계 공연 <페르쿠스>를 진행한다. 브라질 삼바 밴드와 협업해 타악기 오브제를 활용한 합주 공연이다.

6일과 7일에도 예술가가 직접 기획한 시민창작 워크숍이 마련됐다. 예술가가 직접 기획하고 마련한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의 창·제작 과정을 함께 살펴보고 작가의 작품 연구 방법이나 페인팅 기법을 체험해볼 수 있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예술가가 완성된 작품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모두에게 공유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두 가지 개념이 얽혀 있어 마치 교차로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함께 알아가는 기회를 통해 진정한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채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매해 달라지는 금천예술공장 풍경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은 1호선 독산역 1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다보면 도착하는 공간이다. 나는 지하철역에서부터 금천예술공장까지의 멀지 않은 이 길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마을버스 차고지와 초등학교, 아파트를 비롯해 장난감 공장, 전자부품 제조 업체, 식료품 기계 공장 등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조합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천예술공장은 이곳 풍경에 ‘동시대 미술’이라는 다이내믹을 더하고 있다. 과거 인쇄소였던 건물을 서울문화재단이 2009년 리모델링해 매년 10여 명 예술가가 입주할 수 있는 레지던시로 만들었고, 이곳의 입주작가는 일정 기간 작업을 위한 스튜디오와 다양한 역량 강화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미 15년간 운영된 곳이라 오가는 길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매년 입주작가가 누구인지에 따라 공간이 지니는 에너지가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매년 금천예술공장까지 다다르는 발걸음도 덩달아 새로워지는 기분이다.

유화수, <재배의 몸짓>, 2024, 우레탄, 스마트팜 시스템, LED, 가변 크기

오픈스튜디오는 일 년에 한 번 금천예술공장이 모든 문을 활짝 열어 두는 날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다수의 작가가 작업과 연관한 개인 생활을 영위하는 곳이기에 외부인의 출입이 평소에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오픈스튜디오 기간에는 예외적으로 모든 입주작가가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자유롭게 자리하며 손님을 맞이한다.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 16명(팀)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인 것이다.

장보윤, <스틸로드에서 01>, 2011, C프린트, 40×60cm(ed. 1/8)

2024년 오픈스튜디오에는 개막 행사를 시작으로, 예술가의 방, 실험 프로젝트 등 다양한 볼거리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필자가 기획자로 참여한 기획전시는 3층 전시실 PS333에서 열린다. 입주 작가 14명이 참여해 그들의 대표작은 물론 그간 잘 소개되지 않은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오픈스튜디오와 전시는 9월 24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최은경, <발길 따라 유유히 2>, 2021, 캔버스에 유화, 145.5×224.2cm

사람과 시간의 흔적

기획전시의 제목은 《루나 이펙트: 거울과 돌, 컵 자국으로 만든 별자리》로, 참여 작가들의 공통분모를 담아낼 수 있도록 지었다. ‘루나 이펙트Lunar Effect’는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주기, 즉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현상이 사람의 행동, 심리 상태, 생체리듬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나타내는 말이다. 흔히 ‘보름달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변화하는 달의 형상과 달빛의 양 등이 인간의 특정한 기질에 영향을 준다는 오랜 믿음을 일컫는다. 그리고 최근 확인되고 있는 심해 생물의 생장과 달 주기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실적인 분석을 포함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전시를 통해 달이 떠오르는 야간의 시간대, 심해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창작자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연결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눈앞에 존재하는 원시적이고 신비로운 내용의 작품들을 쉽게 소개하고자 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보이지 않던 이면, 소외된 부분을 발견하는 작가들의 시각을 강조하고자 한다.

정정호, <우리가 그날 밤 본 별을 기억해>, 2023, 피그먼트 프린트, 60×40cm(ed. 1/7)

부제인 ‘거울과 돌, 컵 자국으로 만든 별자리’는 참여 작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매체와 작가들의 태도를 상징하고 나열한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를 발굴하기 위해 금천예술공장 스튜디오에서 작가들을 일대일로 만나는 과정에서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랜 시간 쌓인 공간의 흔적이었다. 커다란 작품을 계단으로 옮기면서 벽에 남았을 기다란 자국, 스튜디오의 입주작가들이 거쳐가며 남은 바닥의 작은 구멍, 천장에 무엇인가를 달았다가 별처럼 남아버린 흔적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작가 스튜디오를 비롯해 직원 사무실, 경비실, 회의실과 주방 등 공간에서 발견한 컵의 자국들이다. 완벽하지 않은 원형의 문장처럼 남겨진 컵 자국들은 금천예술공장을 거쳐간 사람들이 물이나 음료를 마시며 생긴 것이기도 하고, 손님에게 차를 내어주며 생긴 것이기도 할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들의 미스터리한 면모와 동시에 사람과 시간의 분명한 자취를 발견했고, 이것을 은유적으로 연결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정아롱, <숲길: 자아실현을 위한 출구>, 2013, 캔버스에 유화, 193×260cm

한편 선사 시대 거석에서 발견한 동심원 형태의 암각화를 ‘컵과 링 자국cup and ring marks’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컵 자국으로 별자리를 새긴 경우가 전 세계에서 다수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미지의 시간대에 존재한 예술, 신화적이고 설화적인 상징, 인간이 만들어낸 흔적 등 다양한 맥락을 담고자 했다. 《루나 이펙트: 거울과 돌, 컵 자국으로 만든 별자리》의 참여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을 주인공으로 드러나게 하거나, 건축·산업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소외된 부분을 바라본다. 객관적인 렌즈의 눈처럼 외부 세계를 관찰하고, 연결하고, 발견한다. 사실과 허구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이나 고대의 시간을 소환하는 소환술사처럼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내겐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독산동 거리에서 금천예술공장으로 향하며 느꼈던 에너지가 구체적인 전시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오픈스튜디오를 마주할 관람객 또한 각자의 장면을 찾아보기를 기대한다.

  • 기획전시 《루나 이펙트: 거울과 돌, 컵 자국으로 만든 별자리》

    9월 5일부터 24일까지(14일부터 18일까지 휴관)
    금천예술공장 3층 PS333


최희승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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