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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바캉스보다 뜨겁게
올림픽 앞둔 프랑스 문화계

지휘자의 ‘자전거 오케스트라 투어’ ⓒJean-Didier Tiberghien

7월 26일, 프랑스가 그토록 고대하던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 현지는 현대 올림픽을 창시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의 나라라는 자부심에, 또 100년 만에 열리는 하계 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숫자에 전역이 들떠 있다. 대형 마트나 브랜드의 행사에 하루가 멀다고 올림픽 입장권이 경품으로 등장하고, TV와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명품부터 기저귀 회사까지 앞다퉈 올림픽을 주제로 한 광고를 송출한다. 일상이 온통 올림픽으로 둘러싸인 셈이다.

문화계도 그렇다. 올 4월부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프랑스 곳곳에서 무려 2천 개 넘는 올림픽 관련 행사가 열린다. 문화 올림픽Cultural Olympiad(1912년 올림픽 기간에 시작된 예술 경연대회로, 1992년 경쟁을 폐지하며 문화 축제로 바뀌었다)의 일환이다. 연극·무용·음악·서커스·조형예술·사진·디지털·문학·공예·영화·합창… 마치 프랑스가 문화 강국임을 뽐내기라도 하듯, 어찌 보면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올림픽 이야기뿐이지만, 단시간에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즐길 문화 행사가 쏟아지는 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다. 스포츠 정신이나 세계의 화합이라는 거국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이를 인문이나 음악·예술적인 시각에서 올림픽을 바라보고 재해석할 흥미로운 기회니까. 게다가 행사의 82%는 무료로 진행된다.

올림픽을 두고 일어난 갈등
처음부터 체육계와 문화계의 공생이 순조롭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척점에 가까웠다. 2022년 10월, 파리 올림픽에 대비한 안보 상황 청문회에서 내무부 장관 제랄드 다르마냉Gérald Darmanin이 치안 병력 확보를 위해 프랑스 전국의 여름 축제를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대규모 위조 티켓 소지자가 난입해 난동을 벌이고, 갱단의 폭행 사건이 벌어지는 상태라 보안 문제에 극히 민감했다. 취소로 타격을 입을 축제는 2,600여 개에 달했다. 무책임한 장관의 발언은 강한 반발로 인해 이후 번복됐다.

여름 축제 취소 카드까지 꺼내든 과거의 논란이 무색하게도 1년 반 뒤, 파리 시는 파리 곳곳에서 ‘역사상 가장 큰 파티’를 열 것이라 약속한다. 최초로 경기장 밖에서 열리는 센 강변의 개막식부터, 시청 앞 광장을 올림픽 테라스로 꾸미고 시내 26개 장소에서 축제를 개최한다. 또 주 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 옆 400헥타르 규모의 조지 발봉 공원Parc Georges Valbon을 올림픽 공원Parc des Jeux로 명명하고, 최대 1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무료 콘서트를 다수 열 예정이다. 테러나 안보의 위협이 없길 바랄 뿐이다.

새로운 얼굴, 브레이킹의 영향력
이번 올림픽에서는 브레이킹Breaking(브레이크댄스)이 공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를 기념하며 공공장소에서 많은 무료 댄스 강습이 열리는 중이다. 공연예술과 가장 밀접할지도 모르는 이 ‘무용’ 종목에, 특히 오페라극장들도 흥미를 느낀 듯하다. 샹젤리제 극장Théâtre des Champs-Elysées은 6월 20일부터 29일까지 비발디 <올림피아드L’Olimpiade>를 상연하는데, 주역 카운터테너 오를린스키Jakub Józef Orlin´ski는 노래 외에도 ‘브레이킹’ 실력을 선보인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경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선수 역할이다.

니스 오페라Opéra Nice Cote d’Azur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브레이킹을 젊은 세대와 오페라를 잇는 매개로 점찍은 바 있다. 그동안 클래식 발레와 브레이킹의 배틀 <힙합페라Hip Hop’Era>를 꾸준히 개최해왔는데, 이 배틀 형태는 지난 5월 열린 오페라 <올림피아드 데 올림피아드L’Olympiade des Olympiades>연출에도 삽입됐다. 무대 위에 구현한 육상 트랙도 인상적이다. 1월에는 드보르자크 <루살카> 속 인어들을 여성 싱크로나이즈 선수로 설정하고 무대를 수영장으로 꾸몄다.

파리 오페라 발레 <아파치> ⓒDavid Le Borgne/OnP

파리 오페라 발레는 7월 20일 현대무용과 힙합 댄스를 결합한 <아파치Apaches>를 올린다. 무용수 35명과 힙합 댄서 40명이 화합하는 장으로, 고전적인 황금빛의 가르니에 극장에서 전자음악에 맞춰 힙합·크럼프·일렉트로닉·왁킹 등 안무가 무대에 오르는 장면 또한 ‘브레이킹’할 것이다.

이외에도 파리 오페라 발레 전임 예술감독 뱅자맹 밀피에Benjamin Millepied는 6월 8일 ‘춤추는 도시La Ville Dansée’를 진행했다. ‘모두에게 문화를 개방한다’는 목표 아래, 파리 필하모니를 비롯한 파리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다양성을 존중한 창작 안무 10편을 선보였다. 무려 10시간 이상 진행된 이 공연에는 1만 5천 명 넘는 관중이 몰렸다.

실제 스포츠를 접목한 공연들
7월 오페라 바스티유에 오르는 작곡가 데이비드 랭David Lang의 오페라 <크라우드 아웃Crowd Out>은 영국 축구팀 아스날 서포터즈들의 응원 모습, 그의 말을 빌자면 “팬들이 포효하는 힘”에서 영감받았다. 무대에는 스타디움의 열기를 구현하기 위한 1천 명의 아마추어 합창단이 등장해 장관을 이룰 예정이다.

가장 재미난 이벤트는 ‘자전거 오케스트라 투어Tour d’orchestre(s) à bicyclette’다. 지휘자가 시민들과 자전거를 타고 한 도시에서 다음 공연 도시로 이동하는 형식으로, 공연 투어가 끝나면 프랑스 일주가 이뤄지는 방식. 사이클링에 열성인 프랑스다운 발상이다. 일례로 6월 10일 자전거 이동을 마치고 몽펠리에의 코메디 광장에 입성한 지휘자 딜랑 코를레Dylan Corlay의 지휘 아래, 오륜기 색상으로 맞춰 입은 400명 어린이가 베토벤 ‘환희의 송가’를 불렀다. 엉덩이 패드가 들어간 바이커 쇼츠를 입은 지휘자의 뒷모습은 전무후무할 것만 같다. 이외에도 통통 튀는 행사가 한가득이나 지면의 한계로 다 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파리와 수도권 시민의 3분의 2가 올림픽 기간에 바캉스를 떠나지 않을 예정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인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여름 바캉스보다도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는 뜻이다.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수천 가지 문화 행사에 행복한 비명을 지를 테다. 부디 안전하고 신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선수 출범식 ⓒCNOSF/KMSP

글 음악평론가 전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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