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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연희문학창작촌 이세옥
대화적 관계 안에서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연희문학창작촌에 근무하고 있는 이세옥입니다. 재단에 입사하기 전에는 영상과 사운드 매체를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예술 창작의 내적인 부분 혹은 미학적 측면에 관심을 두고 예술가로서의 활동에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예술을 만들고 구성하는 데 작용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시선을 향하게 됐어요. 가령 서울의 예술 생태계에 공공 지원금이 일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재단의 사업이 장르·영역별 프레임을 제안한다는 측면 같은 것들이요. 또 조직에 소속돼 고정된 멤버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라이프스타일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면서, 서울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는 현재의 저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입사 전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로 재단과 연을 맺었다고요.
요즘 들어 ‘아티스트’라는 단어가 매체에 오르락내리락하며 선망의 대상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로 현실 사회는 개인에게 아티스트가 되라고 하지 않았고, 여전히 그러지 않고 있죠. 이런 전제 하에서 진지한 버전으로 제 관심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해본다면요. 저는 예술계 종사자로 지내면서, 주로 수월성 중심으로 예술을 바라보다가 과정과 동기가 중요시되는 예술까지 아우르는 관점으로 다소 이동한 것 같아요. 물론 예술만이 줄 수 있는 감상의 즐거움을 좋아하고 여전히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곤 합니다만, 예술은 아티스트 개인으로부터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도와 맥락 안에서 산출되는 사회적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으로 재단에 근무하는 것과 창작자로서의 활동은 분리된 일이지만, 창작 경험에서 비롯한 이해가 있기에 예술 작품과 활동을 좀 더 입체적으로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또 반대로 재단에서의 경험과 이해 역시 창작 활동을 바라보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학부에선 신문방송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고요.
예술 생태계에서의 다학제적 학문 탐구는 어떤 도움이 됐나요. 실제로 제 학부 전공은 창작 중심의 커리큘럼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자체적으로 창·제작 수업을 찾아 그 시절을 채워나갔죠. 그런 성향과 기질은 계속 이어졌고, 영상예술학으로 석사 과정에 진학해 졸업 논문으로 소위 ‘아티스틱 리서치artistic research’로서 중첩, 축적 기법과 형식 중심의 이미지 구성 원리를 연구했어요. 이후에도 현대미술 기반의 다학제적 커리큘럼 안에서 후속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인류학 수업이나 공학 미디어랩에서 강의를 들으며 예술과 현실 사회에 관한 제 관점을 유연하게 만들어가는 훈련도 했고요. 이런 학습 덕분에 서로 연결된 영역에 대한 감각과 이해가 더 강화될 수 있고, 그에 따른 유연함과 관용도 생기는 것 같아요.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웹진 [비유] 발행을 맡고 있어요.
올해 [비유]는 지난해 말 개편을 준비하면서 설정한 방향성과 계획한 구상을 하나씩 세부적으로 보완하고 있고, 그와 동시에 한 발짝씩 조금 더 시도해보고 있어요. 독자분들의 반응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고요. 편집위원님들과 전반적인 구성, 호별 기획 주제, 시리즈의 형식과 성격, 나아가 누리집의 크고 작은 디자인 요소,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까지 기획 단계에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어요. 물론 잘 보이지 않는 영역인 운영과 행정 절차 역시 제 몫이고요.

앞서 지역문화팀, 그리고 문래예술공장을 거쳐왔고요.
재단에서 맡은 업무는 대부분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사업이라 하나하나 전부 기억에 남아요. 돌이켜보니 특히 기존 사업의 개편이나 과거의 사업을 재도입하는 순간에 때마침 제가 투입된 경우가 많았더군요. 문래예술공장에서 사운드아트 분야 특화 사업을 운영할 때는 예전 사업을 소환해 ‘사운즈 온’이라고 직접 고안한 사업명을 붙였고, 홍보 채널로 활용되던 ‘로컬 투 서울’ 누리집을 서울 지역문화 아카이브 플랫폼으로 개편하는 작업도 추진했고요.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 ‘생활문화 25’를 포함하는 ‘N개의 서울’을 준비하기도 했네요.

우리 삶에 예술이 좀 더 깊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모두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잖아요. ‘예술을 참조하는 삶, 삶을 참조하는 예술’ 같은 시선으로 삶과 예술을 바라보고, 이런 인식을 협력 주체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우리가 함께 예술 작품에서부터 예술 생태계까지 만들어간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고요.

문화예술행정가로서 지키려는 신념이 있나요.
직원으로서 제가 재단에서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창작자·연구자·기획자들과 함께 그들의 작품과 활동을 만들어가는 데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아가 신scene의 일부를 구성하는 활동으로 여기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유동적인 예술 신scene의 영역과 경향에 동참한다는 전제를 두고 직무를 수행하고자 노력합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이야기해볼까요.
저는 어렴풋하게 정서를 감각하거나 상황을 이해하지만 적확하게 발화하기 어려울 때,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관련 주제의 책을 찾아 읽어요. 단어와 문장이 머릿속 이미지를 개념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여러 단상을 이어주는 기분이 산뜻하거든요. 한편 왠지 모르게 경직되거나 피로한 날에는 함께, 또 홀로 움직일 수 있는 요가 클래스에 가요. 잘 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가지 순간을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반짝이는 순간을 마주하죠.

스무 살 서울문화재단에 축하 인사를 건네주세요.
스무 해 동안 재단 내외부에서 프로젝트에 협력하신 분들과 개별 프로그램에 찾아와주신 모든 발걸음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당장의 화려한 결과물에 못지않게, 다양한 활동 과정과 그 안에서 맺어지는 관계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 또 다른 스무 해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글 [문화+서울] 편집팀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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