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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7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김민

무용/현대무용
b.1998
@be_tha_man
@grouptob
2024년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

김민 안무 <BARCODE>

TOB GROUP에서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입니다.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예술 작품, 무용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스무 살 늦은 나이에 무용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꿈은 파일럿이었는데요. 저보다 더 큰 존재에 대한 경외감, 알 수 없는 영역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레 ‘우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레 영상 매체를 통해 창작이라는 영역을 접하게 되었고 무대라는 미지의 공간에 압도돼 빠르게 입시를 준비하고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아직 예술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안무가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작품이 가지는 힘을 인정하게 됐으며,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Fringe에 초청됐을 때 저는 24세였습니다. 당시에는 동료들과 함께 해외에 공연하러 간다는 막연한 새로움, 제 안무작으로 약 15회차의 공연을 타지에서 선보일 수 있다는 영광과 스포트라이트만이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너무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와주셨고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뜨거운 기립박수와 함께 끝나지 않는 커튼콜은 어린 나이였던 제가 감당할 수 없는 황홀감이었습니다. 또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작품 안에서 깊은 메시지와 의미를 발견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재미있는’ 동작과 ‘색다른’ 연출이 뭐가 있을까 하는 표면적인 동기로 작품을 제작했지만, 제가 만난 관객들은 작품 안에서 의미를 찾고, 나아가 본인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까지 연결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 안에서 감사함과 겸손함, 건강한 자신감을 얻었으며 한 작품이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힘을 인정하게 되면서 안무가라는 직업은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친절한 추상성을 좇는,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의 길을 걷고자 했습니다.

TOB GROUP을 지금 이 자리까지 올려준 저의 대표작은 <BARCODE>와 <Are You Guilty?>입니다. 저는 막연한 추상성을 믿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이해와 감상이 가능해야 추상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친절한 추상성을 좇고자 합니다. 매 작품에서 저는 관객에게 시점을 제시합니다. 관객들이 어디를 봐야 하고 누구의 시점으로 감상해야 하는지 설정해놓는 편이기에 많은 분들이 비교적 편하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주로 사용하며, 무용 작품 안에 서사를 넣고자 합니다. 무용 작품 안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담기는 순간, 어린이극 혹은 쉬운 작품으로 치부되기 마련인데, 저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저만의 방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보통 소품에서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다르게 접근하며, 그 현상을 통해 다른 의미를 도출해 내는 직업이 안무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TOB GROUP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TOB는 ‘Think Outside the Box’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로 주어진 틀(상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것을 의미합니다. 소품을 관찰하고 연구하다보면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생각나고, 그 메시지를 몸 혹은 표정으로 다양한 소품과 연출을 통해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인상 깊게 본 예술 작품’이라는 질문에 떠오르는 작품도 없고, 머뭇거리게 되네요. 최근 많은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항상 작품을 보면 분석하려 하고 더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안무가 혹은 연출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공부하고자 한, 마치 직업병 같은 태도로 인해 좋은 작품을 음미할 기회가 없던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조금은 내려놓고 저도 순수한 관객의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번 유망예술지원사업을 계기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데요. 장르 간의 컬래버레이션은 많이 이뤄져왔지만 저는 댄서와 배우의 경계가 흐릿한 한 편의 작품을 텍스트와 움직임 모두 활용해 제작하고자 합니다.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장면이 바뀌면 댄서가 나와서 춤을 추는 단편적인 컬래버레이션보다는,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 ‘퍼포밍’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이유는 제가 추상성에 지쳐 있는 상태이기 때문인데요. 많은 장면과 동작을 오로지 관객의 해석에 맡기는 순간과 시도도 매력적이지만, 바쁜 일상에서 편안한 감상을 원하는 관객의 경향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소 친절한 추상성을 지니고 서사성이 깊게 담긴 무용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정리 [문화+서울] 편집위원 전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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